<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강설(5)>
성경: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권위(제1장 4,5항)
김병훈 목사, 화평교회, 합신 조직신학 조교수
“성경은 성령의 은혜를 받은 성도들에 의해 관찰되는 것”
1장 4항: “우리가 성경을 믿고 순종하여야 하는 이유는 성경의 권위 때문입니다. 성경의 권위는 사람들이나 교회의 증언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오직 성경의 저자이시며 진리 자체이신 하나님으로만 인한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들어야 합니다.”
1장 5항: “우리는 교회의 증언으로 인하여 감동을 받아 성경을 높은 경외심으로 존중히 여기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의 내용의 성스러움, 교훈의 감화력, 문체의 위엄, 각 부분들의 내용적 조화,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림이라는) 성경 전체의 목적,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방편에 대한 완전한 발견, 그리고 기타 비교가 불가능한 탁월한 점들과 그것들의 완전성 등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논증들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무오한 진리이며 하나님의 권위를 가지고 있음을 완전히 인정을 하고 확신을 하게 되는 일은 우리의 심령 안에서 말씀에 의하여 말씀과 함께 증거를 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내적인 사역으로 말미암습니다.”
제1장 4, 5항에서 신앙고백서가 성경과 관련하여 고백하는 주요 명제들은 이러합니다. ① 성경은 하나님이 성경의 저자이시라는 사실로 인하여 신적 권위를 갖습니다. ② 교회의 증언과 성경의 여러 특성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증거하기에 충분합니다. ③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고 확신하게 되는 일은 성령 하나님의 내적 사역으로 말미암습니다.
성경의 권위는 신적 기원으로부터 발생해
신앙고백서는 앞서 살핀 제1장 2항과 3항에서 정경인 66권만이 참된 하나님 말씀으로서 성경을 이루며, 정경은 모두가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임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소위 외경이라는 책들은 하나님의 영감으로 된 것이 아니므로 하나님 교회에서 신적 권위를 갖지 못함을 덧붙여 고백합니다. 신앙고백서는 이어 4항과 5항에서 성경이 하나님의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인정하고 확신하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또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밝혀줍니다.
우선 4항에서 신앙고백서는 성경이 하나님의 권위를 지닌 책이므로 성경을 믿고 순종하여야만 한다는 신앙의 도리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성경이 그러한 권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밝힙니다. 신앙고백서의 설명은 성경의 권위를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 이외에 다른 어떤 것에서 찾지 말아야 할 것을 천명합니다. 이것은 설령 교회의 증언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성경의 신적 권위의 근거가 되지 못함을 강조하기 위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
신앙고백서는 여기서 천주교회의 주장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합니다. 천주교회는 ‘교회는 그 존재를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님에 의지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교회가 성경보다 우선하며 성경에 교회의 존재를 의존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주교회는 교회가 성경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성경이 그 존재와 권위를 교회에 의존하며 교회에 의하여 인정을 받고 보호를 받는다고 믿습니다.
이에 대해서 신앙고백서는 ‘성경은 스스로 그것이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임을 증거하며 그것이 스스로 증거하는 바대로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성경은 모든 교회가 믿고 순종하여야 할 최종적이며 궁극적인 신적 권위를 갖는다’고 고백을 합니다. 즉 성경은 그 권위를 개개의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교회로부터도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그것에 의존하는 것이 아님을 확고히 합니다.
천주교회는 개신교 신학자들이 종종 신학적 권위를 인정하며 의존하였던 어거스틴의 말을 빌어 성경에 대한 교회의 우선성을 강조합니다. 어거스틴의 말은 이것입니다. “교회가 나를 이끌어내지 않았더라면 나는 복음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천주교회는 이 말을 들어 성경의 권위는 교회의 권위로 인하여 인정을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교회의 인도로 인하여 어거스틴이 성경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할 뿐입니다. 교회는 어거스틴을 성경으로 이끌어 주었지만, 어거스틴이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게 된 것은 성경 자체로 인한 것임을 천주교회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경의 권위가 사람이나 교회의 증언이 아니라 성경의 저자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에 있음을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앙고백서가 성경의 권위와 관련하여 교회의 증언을 전혀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고백서는 5항에서 성경의 권위를 높이는 교회의 증언과 이로써 성경이 갖는 교회 안에서의 지위는 성경의 권위를 바르게 인식하고 성경을 고상히 여기며 경외의 마음으로 높이도록 이끌수 있음을 밝혀 둡니다. 그리하여 신앙고백서는 성경의 권위를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에게 두면서도 또한 교회와의 관계성을 단절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신앙고백서는 성경이 하나님이 쓰신 말씀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들을 열거합니다. 예를 들어 성경에 담긴 내용들이 전체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올리기 위한 목적에 따라서 각각의 부분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하늘에 속한 영적 진리들, 특별히 구원의 유일한 방편과 같은 진리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관찰들은 마치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 세상 가운데 자신의 신성과 영광을 나타내 보이고 계신 것처럼, 성경의 저자이신 하나님께서 그 성경 가운데 신성의 증거들을 객관적으로 드러내시고 계시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문체의 장엄함이라든지, 성경의 교훈에서 받는 탁월한 영적이며 도덕적인 감동과 감화력 그리고 여러 탁월한 신적 증거들 또한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게끔 이끌어 주는 중요한 증거들이라고 신앙고백서는 언급을 합니다.
신앙고백서는 한 편으로 이러한 객관적인 증거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의 권위를 말해 주기에 충분한 논증력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사람들이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되는 일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성경과 관련한 객관적이며 경험적인 신적 증거들은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며 그것으로 인한 성경의 신적 권위들을 말해주는 증거력과는 별개로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게 하고 그것을 완전히 확신하게 하는 것은 성령님의 내적 증거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신앙고백서는 성경의 권위의 인식에 있어서 객관적이며 경험적인 성경의 증거들보다는 성령님의 주관적인 내적 증거를 우선시 하며 강조합니다. 동시에 신앙고백서는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한 대목을 언급합니다. 그것은 성령님의 내적 사역이 말씀에 의하여 말씀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성경의 외적 증거인 말씀의 교훈을 성령님의 내적 증거와 분리시키는 신비주의나 재세례파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사려 깊은 교훈입니다.
성경의 보증은 성령의 내적 사역 통해
요컨대 신앙고백서는 4, 5항을 통하여 성경의 권위는 영감이라는 신비한 방법으로 성경을 기록하게 하신 하나님 그 분에게만 있으며, 이 사실은 성령의 내적 증거를 통하여 완전히 확신케 되며, 성경의 신적 권위에 대한 여러 증거들은 바로 하나님께서 영감의 방편으로 기록함으로써 나타나는 특징들에 대해서 성령님의 내적 증거의 은혜를 받은 성도들에 의하여 관찰이 된 결과들임을 고백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