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보기 하루 전
< 전정식 장로, 남포교회>
“교회 생활의 목표는 다 같이 시험에 통과하는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우리나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IT 강국입니다. 그래서 저도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입수하곤 합니다. 그리고 가끔 가까운 사람들이 보내주는 유튜브 동영상도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시험 5분 전 우리 모습”이라는 재미있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한 살 정도 된 어린아이가 쉴 새 없이 눈을 굴리며 책을 읽어가는 모양을 보니 우습기도 했지만 어린나이부터 교육현장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연상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보 홍수시대의 모든 분야가 그러하기는 하지만 특히 의학교육에서는 의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의사가 된 이후에도 수많은 시험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 교육내용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혼자 해내기 힘들어 몇몇이 모여 그룹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룹에서는 서로 약한 점을 돕기도 하고 또 많은 과제를 나누어 분담하여 준비하곤 합니다.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시험인 경우는 미리부터 넉넉히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준비를 합니다. 이렇게 모여서 공부하는 것은 모두가 다 같이 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경쟁 관계가 아니고 서로 돕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이런 준비기간에는 우수한 사람이 동료의 부족한 점을 가르치며 도와주는데 시간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험이 코앞에 다가오면 동료의 모자란 점을 도울 여유가 없어집니다. 왜냐하면 준비해야할 양이 많아 자기를 돌아 볼 시간도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험 전 날이 되면 서로 대화도 못하고 각자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그래도 시험이 끝나고 그룹의 멤버가 모두 시험을 잘 통과하고 거기다 좋은 점수라도 받게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교회를 이루는 신자들의 모임이 마치 통과해야 할 시험을 위해 모인 스터디 그룹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일생이라는 짧지 않은 준비 기간을 가진 신자의 길은 저에게는 의사의 길보다 훨씬 길고 깊고 또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떠나지 않은 교회생활에서 좋은 지도자를 많이 만났고 또 좋은 성도들을 만나 교회생활을 하며 한 단계 한 단계를 지나 성도들과 함께 곱게 자라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도 저에게 부족한 것이 있고 또 더 성숙해 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지금의 교회생활에서도 시험 준비 기간처럼 그룹 멤버와 함께 준비하며 나의 약점도 지적받아 고치고 또 동료의 부족한 점도 도와주는 그런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교회의 어른인 장로가 된 이후에는 그런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모임을 가질 때면 할 말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마음 속 깊이 그 근간에는 남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짙어 지고 남에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옅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룹 스터디의 목표가 다 같이 시험에 통과하는데 있는 것을 잊은 것이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
하여 대학에서 정년을 넘기고 또 손자가 커가는 지금의 나이 그리고 교회 생활에서 후배들의 좋은 활약을 보면서 지금 저는 여유 있는 시험 준비 기간이 아니고 시험 보기 하루 전날이라고 여기며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