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가족캠프
< 최에스더 사모, 남서울평촌교회 >
“아이들을 훈련해야 복음과 진리가 온전히 전수될 것”
모태에서부터 여름은 주로 교회에서 보냈을 것같은 나같은 사람에게 여름은 단연 수련회의 계절이다. 여름이 다가오면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피서나 바캉스, 여름휴가, 가족여행이라는 단어보다는 여름성경학교, 하계수련회, 기도원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의 첫 테이프는 여름성경학교가 끊어주면서 본격적인 방학생활이 시작되었다. 청소년이 되면서는 교회를 벗어나 가까운 기도원이나 바닷가 근처의 지방교회에서 열리는 여름수련회를 기대에 부풀어 기다렸다가 반드시 참석했다. 고3 수험생 때에도 절대 빠질 수 없었던 나의 가장 중요한 여름 행사였다.
이렇게 여름성경학교나 수련회를 기다리고 즐겁게 참석하는 것은 그 옛날 별다른 여름휴가계획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나, 비교적 여행을 자주하는 지금 우리 집 아이들이나 별다르지 않는 것 같다.
4살짜리 우리 집 막내딸을 시작으로 14살 장남까지 각자 자기가 속한 교육부서에서 즐겁고 신나는 성경학교를 모두 끝냈다. 그렇게 아이들의 수련회를 모두 끝내고나서 우리 가족은 특별한 수련회에 참석을 했다. 그 수련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공식적인 명칭은 ‘303비전가족캠프’이다. 기저귀차고 기어 다니는 아기부터 할머니들까지 오시는, 말 그대로 온 가족이 다함께 참석하는 캠프인데,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캠프다. 캠프일정이 발표가 나면 3,4일 안에 등록인원의 1.5배가 다 차버려서 해마다 인원수를 조금씩 늘여오고 있는데도 ‘아차!’ 하는 사이에 기회를 놓쳐버린 수많은 엄마들의 아쉬움이 넘치는 캠프다.
올 여름이 제7회 캠프였는데 초창기 엄마와 아이들만 주로 온 것과 달리 참석한 가정의 4분의 1정도는 아빠들도 함께 참석하여 가족캠프라는 이름을 빛내주었다. 이 아빠들에게는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정말 황금과 같은 여름휴가기간을 온 가족의 은혜를 위하여 희생하고 참석하는 것이라 늘 칭찬과 부러움 넘치는 뜨거운 박수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캠프는 그냥 와서 앉아있기만 해도 저절로 은혜가 쏟아지는 다른 캠프와는 달리 캠프기간 내내 아주 열심히 성경을 암송하는 캠프이다. 머릿속을 산뜻하게 비워내고 재충전을 하고 싶은 여름휴가에 성경말씀을 장으로 외운다니 어느 아빠들이 좋아하겠냐마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아빠들의 참석 소감을 듣노라면 역시 말씀은 그 자체로 힘이며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가정에서 아이들과 성경암송을 꾸준히 해 온 엄마들이 모여서 그간의 은혜와 기쁨을 나누고 또 어려웠던 점, 힘들었던 점과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아이와 암송을 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다 캠프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어서 온 사람들도 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은 짧은 기간 안에 언니, 오빠들처럼 모두 암송하지는 못한다. 그저 앉아서 암송하고 있는 어른들과 형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논다. 한 집에 하나인 아이도 있지만 셋, 넷은 물론이고 다섯인 집에서 형제자매들이 나란히 앉아서 암송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든든하기 짝이 없다.
303비전장학회 출신 목사들의 말씀을 듣고 함께 은혜 받으며, 말씀으로 무장된 하나님의 아들, 딸들이 다음 세대 일군이 되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위하여 모두가 함께 기도하는 시간, 이번 캠프의 암송장인 로마서 12장을 모두가 한 목소리로 암송하며 각 개인에게 부어주시는 성령님의 은혜를 새기는 시간들은 이 더운 여름, 다른 어떤 피서의 자리에서는 얻을 수 없는 꿈과 같은 시간이다.
제각각 집에서 암송을 하다가 여름과 겨울, 캠프에서 만나 다 같이 암송하면서 아이들은 이제 우리 모두가 주님 안에서, 말씀 안에서 한 형제자매요 한 식구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지루하고 고독한 싸움이 아니라 서로 격려하고 도전하는 거룩한 매임이요 황홀한 초대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린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는 캠프라서 장소섭외가 힘들다고 한다. 어른들을 위한 장소는 얼마나 많은가. 대형교회들은 경쟁이라도 하는 듯 경치 좋은 곳에 훌륭한 시설을 자랑하는 수련원을 많이 짓는다. 그러나 그런 곳에도 다음세대를 위한 배려는 너무나 아쉽다. 겨우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수준이다.
다음 세대 없이 기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각 개인에게 일일이 계시하지 않으시고 가정을 통해, 교회를 통해 전수되게 하셨다. 우리가 온 마음을 다해 그들을 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복음과 진리는 온전히 전수되지 못할 것이다. 각기 제 소견에 옳은 대로 사는 기독교의 다음 세대를 보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시작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해 전국에서, 심지어 타국에서 휴가를 반납하고 아이들을 줄줄이 데리고 치악산의 깊은 산골짜기까지 와서 말씀을 암송하고 밤늦게까지 고민하며 기도했던 그 부모들의 열정을 하나님께서 잊지않고 갚아주시리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