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를 먹지 말라구요?_김성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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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를 먹지 말라구요?

 

< 김성한 목사, 은혜교회 >

 

 

“대형교회 추구하는 한국교회 경향과 목사들의 심리가 심각한 문제”

 

 

얼마 전에 우리교회 교우 한 분이 건강 검진을 받았다. 일상적인 건강 검진이었는데, 검사 결과가 나오자 담당의사가 “오징어를 먹지 말라”고 했단다. 오징어뿐만 아니라 새우도 먹지 말고, 달걀도 가급적 줄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다 먹지 말라고 하더란다.

 

오징어가 무슨 죄가 있나?

 

오징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이 문제였다. 오징어는 아주 좋은 식품이고 먹어도 아무런 해가 없는 좋은 음식이지만, 그 분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오징어를 먹지 말라고 권면한 것이다. 결국 그 분은 의사의 설명을 듣고, 딱 5년 동안 오징어를 먹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고, 이후 건강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대형교회병 어떻게 하나?

 

지금 한국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형화’를 꼽는다. 교회가 대형화 되는 것도 문제지만, 대형교회를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경향과 목사들의 심리가 더욱 심각한 문제다.

 

과거 우리 선배 목사님들이 목회하시던 시절에는 교인 수가 200명이 넘으면 당회에서 분립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고, 300명이 넘으면 적극적으로 교회를 분립했다. 지금은 교인이 천 명이 되면 목표가 만 명이 되고, 만 명이 되면 목표가 10만 명이 된다. 멈출 줄 모르는 한국교회의 대형화를 추구하는 대형병은 심각한 상태를 넘어서 중병에 걸린 상태다.

 

대형화가 만병의 근원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 나타나고 있는 불미스러운 문제들의 거의 대부분이 그 문제의 근원을 캐보면 대형화 경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경향은 교회의 체질을 건강하지 못하게 하고 교리적 윤리적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모두들 입만 열면 한국교회의 비만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아무도 처방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으니 안타깝다.

 

반대 처방을 하고 있다

 

대형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병이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정작 내놓는 모든 처방이라는 것은 오히려 작은 교회로 하여금 대형교회를 따라 모방해서 성장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왜 반대의 처방을 하고 있나? 자꾸 이러면 작은 교회 목사는 은근히 못난 사람처럼 여기는 풍토를 만들고, 작은 교회는 뭔가 문제가 있는 교회라고 인식하게 되고, 그래서 대형화 병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된다.

 

급속하게 성장한 교회를 이상적인 교회의 모델로 제시하거나 큰 교회를 모범적인 교회의 모델로 제시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며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교회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속도와 과정이 있는데, 정상적인 과정으로 잘 성장하고 있는 작은 교회로 하여금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대형화 병에 걸렸는데 오히려 작은 교회가 문제라고 하면서 반대의 처방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총회에 참석해 보니까

 

최근 총회나 혹은 교단 행사를 참관하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총회의 임원이 되려면 교회가 커야 되는가?”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 언제부터 한국교회는 이런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교회의 대형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형화를 지향하도록 하는 교회의 풍토며, 목사들의 인식이다. 병이 깊었으니 빨리 어떤 처방을 내놔야 하지 않겠는가?

 

오징어는 죄가 없지만

 

오징어는 아무런 나쁜 음식이지 아니지만, 일부 비만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는 금하는 것이 좋다. 큰 교회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의 비만병을 고치려면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작은 교회를 목회하시는 선배 목사님들 중에 정말 마음으로 존경스럽고 덕망과 인격과 신앙과 실력을 갖추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 교단의 행사나 총회 임원을 선출할 때, 작은 교회에 더 우선권을 주면 어떨까?

계속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딱 5년만 그렇게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교회가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다. 약이 없으면 음식으로 고치는 것이 더 현명한 처방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