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이 세상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 김선경, 서울평안교회 >
미션트립은 처음이었습니다. 기대되고 설레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궁금했었습니다. 출발 전에 단체 카톡방에서 들었던 일정은 줄곧 ‘일을 합니다’였고 그렇게 어떤 일인지 전혀 감도 못 잡은 채로 짐을 싸서 중국으로 출국했습니다.
평소 돌을 나른다든지, 삽질을 한다든지 등의 일은 당연히 남자의 몫이라 여겨왔기에 직접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대신에 청년들 중 맏언니라는 이유로 애써 담담한 척 표정을 고수해야 했습니다.
담당 목사님께서 ‘버릴 옷을 입고 나오라’고 말씀하셨을 때 비로소 실감이 났고 그때부터 숨 막히는 노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물이 부족하다니까 빨래는 힘들겠지 싶어 요일별로 챙겨갔던 옷들 중 ‘버릴 옷’은 없었고, 그 안에서 고르고 골라서 겨우 가장 편한 옷들 두 세트만 주구장창 세탁기로 빨래하며 돌려 입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청년들도 다 그랬겠지만 평소 전혀 해보던 일이 아니라 모두 숨이 턱까지 차고 힘들어했는데 잠깐 숨을 고르려 고개를 돌리면 우리보다 훨씬 어른이시고 나이 많으신 목사님들이 우리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 모습에 요령은 피울 수도 없었습니다. 지휘감독만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데도 그분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땀으로 온 얼굴이 범벅이 되시는데 절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OOO은 많은 환우들이 사는 곳이었고 그분들의 상태는 아침저녁으로 드레싱을 해주어야할 만큼 심각한 분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몇 명씩 팀을 나누어서 그분들 치료하는 것을 보러 갔었는데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태로 57년을 살아오셨을까 싶어서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그러나 원장이신 김 박사님과 간호사님은 덤덤하게 환부를 소독하시고 다시 붕대를 갈아주셨는데 새삼 그분들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직업이 그렇다고 단순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 정말 그분들은 값없이 빛없이 이 세상을 바라보지 않고 묵묵히 환우들을 돌보시는 모습이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김 박사님의 저녁 강의는 이 땅에서의 삶이 아닌 천국에의 소망을 두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는데 정말 나에게 필요한 말씀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 무엇일까, 하나님은 어떤 생각으로 또 어떤 시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기 원하실까? 사실 해답은 말씀에 나와 있는 것처럼 분명합니다. 곧 내가 반응을 할 수 있는가, 무시하면서 살아가는가의 문제일 뿐입니다.
‘과연 할 수 있을까’의 삶이 아니라 ‘물론 할 수 있다’의 삶을 실제로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현재의 나의 삶을 점검하고, 미래의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그려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 되었음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