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꿔 달기
< 이은상 목사, 동락교회 >
“외형적 변화에 알맞은 내형적 개혁에 온 힘 쏟아야”
얼마 전 일간신문을 보니 이런 퀴즈가 나왔습니다. 다음 정당 중 성격이 다른 것 하나는? (1)평화민주당 (2)새정치국민회의 (3)새천년 민주당 (4)통일국민당. 퀴즈의 정답은 통일국민당입니다. 1992년 총선을 앞두고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씨가 만든 당이 통일국민당이고 다른 셋은 모두 고 김대중 대통령과 관련 있는 당입니다.
이 퀴즈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옛 간판을 바꾸어 새 간판을 붙인다고 무조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종종 당 이름을 바꾸어 정당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올해도 총선과 대선이 있습니다. 각 정당들은 서로 선거의 승리를 위하여 간판을 바꾸어 달려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정당 이름의 개명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정한 개혁의 의지와 실천일 것입니다.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사랑의 교회에 갔더니 사랑이 없고, 열린문 교회에 갔더니 문이 닫혔고, 열린 예배에 갔더니 마음이 굳게 닫히더라.’ 간판을 그럴싸하게 내걸었지만 겉으로 드러낸 간판 이름대로 속도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간판을 내건다고, 바꾸어 단다고 상황이 반드시 달라진다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특히 학생조례와 같은 신중성이 요구되는 위험한 간판 바꾸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슨 변화를 추구할 때면 간판 바꾸어 달기를 좋아합니다. 교회는 새해가 되면 목회표어를 바꾸어 내겁니다. 정치 지도자들이나 교육 수장들도 선거 때면 이전 지도자와 다른 형태의 공약들을 내겁니다. 물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노력의 모양새로 볼 때 좋은 일일 수 있고 도움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변화는 겉이 아닌 속마음의 변화로부터 온다는 것입니다.
개혁신보 제611호에 실린 ‘합신 청소년 연합 동계수련회’ 특집기사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련회 수고자들은 지난해와 같은 ‘합신 청소년 연합수련회’라는 간판을 내 걸었습니다. 그러나 속을 달리하고자 애썼나 봅니다. 그것은 청소년들에게 일방식 강의만 아닌 하루를 이들과 함께 지내며 삶과 신앙에 대해 나누는 워크샵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특집 기고자는 ‘일방향의 주입식 교육이라는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버렸다’고 소감을 피력했습니다. 껍질이 벗어진 이유는 청소년을 사랑하는 속마음의 변화로부터 온 것이라 봅니다. 이런 속마음의 변화가 해마다 있어왔고 올해도 있었고 내년에도 있을 줄 기대가 됩니다. 합신 청소년 연합수련회는 해마다 속이 새롭게 변화하는 소문난 수련회가 되리라 소망합니다.
우리 교단과 고신 교단이 하나된 간판을 내걸자는 움직임이 있나봅니다. 그 귀추에 대해서는 지금 왈가왈부할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기왕에 교단 합동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서 먼저 두 교단 모두 새로운 변화와 갱신을 추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어차피 내면적인 변화와 갱신을 추구하지 않는 교단은 존재 의미조차 없기 마련이고 그런 교단들끼리의 합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겠기 때문입니다.
목회자가 은퇴를 하면 성도들은 새로운 목회자로 간판이 바뀌게 됩니다. 이때 새로 온 목회자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기보다는 성도로서 마음의 갱신을 놓고 기도하는 것이 우선이라 봅니다.
구약의 간판을 신약의 간판으로 바꾸었다고 구원받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습니다. 구약 시대에 동물제사를 드리든지, 신약 시대에 새로운 예배를 드리든지 정작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 마음의 갱신을 위한 거룩한 산제사일 것입니다(롬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