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도서실’을 설립해 이웃을 섬기자
선진국이라 인정받는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볼 수 있는 광경은 전철이나 버스, 기차 그리고 공항 대합실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참으로 부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선진국의 특징은 세 사람이 모이면 정치와 경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두 사람이 모이면 게임(놀이)을 즐기고, 한 사람이 있으면 독서를 한다는 말이 있다. 반면 후진국의 특성은 세 사람이 모이면 서로 험담하는 말을 하고, 두 사람이 모이면 서로 다투고, 한 사람이 있으면 잠을 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진의가 100% 옳지 않다 하더라도 이 말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일반적으로 전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은 몇 사람이 신문을 읽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릴 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다행이 지난 몇 년 사이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사실이다.
학교 교육의 경우는 어떤가? 선진국의 학교 교육은 학생들에게 많은 책을 읽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런 제도 속에서 살고 있는 학생들이 책 읽는 습관을 기르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 버린다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교육제도와 책 읽는 습관이 한순간에 변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반면에 교회의 지도자들은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노력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선진국의 부러운 모습은 각 지역마다 자체 공공 도서관이 설립되어 있고 그 도서관들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지역 도서관은 우리나라의 웬만한 학교 도서관보다 도서 보유가 더 많고 다양하고 시설이 편리하게 되어있다. 무엇보다 감명을 주는 장면은 주민들이 지역 도서관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행히 한국에도 이곳저곳에 지역 도서관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청과 시청 및 각 군에서는 공공 도서관 설립보다는 체육장 설립에 더 관심을 쓰는 것 같다. 더 많은 공공 도서관이 이곳저곳에 설립되어 국민 전체가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책은 사람을 사람 되게 만들어 간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실 때 책과 더불어 살도록 만들어 주셨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하는데 사실상 인간은 언어적인 측면에서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피조물이다.
시편 기자는 “귀를 지으신 자가 듣지도 아니하시랴 눈을 만드신 자가 보지 아니하시랴”(시 94:9)고 말한다.
첫 사람 아담이 각종 들 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의 이름을 지은 것도 사람이 언어적 측면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음을 증거한다(창 2:19). 하나님은 언어로 그의 뜻을 우리에게 계시해주셨고, 인간도 언어로 자신의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 사람은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지혜를 배우게 된다. 바로 여기에 책과 독서의 중요성이 기초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역사에 큰 획을 남긴 사람들은 책을 가까이 한 사람들이다. 종교 개혁자 루터가 그랬고, 칼빈이 그랬으며, 한국의 선각자들도, 교회 지도자들도 그랬다.
책을 멀리한 사람은 국가와 사회에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보스는 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경륜 있는 지도자는 될 수가 없다. 오늘날 정치꾼(politician)은 많지만 진정한 정치가(statesman)가 드문 것도 책을 멀리하는 우리 사회의 당연한 산물이라고 생각된다.
신촌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오늘의 책’ 서점은 2000년에 학교 앞에서 밀려났고, 고려대 근처 ‘장백서원’은 2004년 3월 가게를 내놓았고, 성균관대 앞 ‘논장’ 서점도 2004년 3월 문을 닫았다. 이런 서점들은 식당, 술집, 노래방, 게임방, 미용실, 옷가게 등 소비문화에 밀려난 한국 아카데미즘의 초라한 자화상을 보여준다. 대학가 주변에 책방, 고서점, 논문 복사실, 책 만드는 인쇄소와 같은 상점들이 많이 있을 때 나라의 장래가 밝다.
우리 교단 교회들은 장래 좋은 지도자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회는 사회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성도나 불신자나 할 것 없이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도 교회의 일이다.
그 대안의 하나로 각 지교회가 교회당 안에 소형 도서실을 만들어 우선 성도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교회 도서실을 일반 불신자들에게도 공개하여 교회의 대 사회에 대한 책임을 구체적으로 감당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각 교회는 교회 도서실을 위해 능력껏 예산도 책정하고 좋은 도서를 지속적으로 구입해서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책 돌려읽기’(Book Crossing)를 격려할 필요가 있다. 내가 읽고 감명 받은 책을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전해 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성도 상호간의 교제를 더욱 깊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교회는 성경과 함께 좋은 신앙 서적들을 성도들이 읽을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풀뿌리를 튼튼하게 양육할 때 훗날 많은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