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긍지와 책임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기독교가 어느 시대의 어느 종교의 유래보다 더욱 강력
한 파워로 근대화 문화 문명을 창출하는 데 이바지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발전상은 우리 기독교에 대해서는 긍지요 영광이
되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과 여러 가지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 기독교가 우리 민족의 아픔과 암흑과 박해 등 격변기를 함께 겪어오면
서 여러 면에서 리더로 함께 해 온 것은 기독교의 자체적 발전뿐 아니라 국
가발전에도 값진 밑거름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들은 풍성한 신앙의
자유 속에서 안일함과 평안으로 신앙의 정신적 긴장이 해이하게 되어서 많
은 자체 반성의 과제들이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의 재정 문제, 목회자의 도덕성 문제, 물량적 팽창의 문제, 분열의 문
제, 배타주의의 성향, 교회의 정치참여 문제, 사회정의와 민족사적인 사명감
의 문제 등 숱한 논란거리들이 기독교의 자기 성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는 교회가 믿음의
공동체로서 다른 집단과는 구별되게 특
유의 상징과 가치와 이념을 표상하고 자기들의 믿음에 기초하여 세상과는 다
르게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또한 요구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너희 빛을 사람들에게 비춰라 그래서 사람들이 너희
의 선한 행동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말씀하고 있다. 또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그 맛
을 잃으면 다시 짠맛을 가질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게 되어 밖에 버려
져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라”고 하셨다(마 5:13).
교회는 바로 그 소금과 빛의 역할을 수임받은 하나님 백성들의 공동체이다.
그런데 만약 그 공동체가 짠맛을 잃었다거나 빛의 역할을 잃어버렸다고 가정
할 때 한국에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교회와 성도가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섰
을 때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뵐 수 있겠는가? 교회란 복음실천에 그
사명이 있기 때문에 민족의 삶을 보다 복음적 원칙에 가깝게 만들려는 노력
을 해야 하는 사명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더욱 더 사회의 정의와 질서와 도덕적 구축은 우리 교회의 책임이 아
니라고 할 수 없고, 산업화와 정보화에서 오는 양극화 현상이나 사회적 갈등
과 사회의 소외문제까지도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문제점들이다. 그렇기 때
문에 교회는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으로 피곤해하고 있는 많은 양떼들을 찾
아가서 저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손길을 뻗어야 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가 사회를 바꾼다고 하고 경제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나 경제의 바탕을 이
루는 문화로써 이 문화는 생명의 종교인 기독교의 복음과 진리와 사랑을 기
초로 해야 튼튼하게 세워질 수가 있다.
한 집단의 자기 참 모습은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데서 비롯되어 나온다. 어
떤 집단이 뚜렷한 자기 참 모습을 얻으려면 다른 집단과 스스로 구별해야 하
고 또 구별되어야 한다. 교회가 건물의 안팎에 걸쳐 겉모습만으로 성스러움
을 나타내고 다른 것과 구별된다고 해서는 안 된다. 바깥 세상의 다른 공동
체와 구별되는 상징과 행동지향성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가 아직도 시장논리에 빠
져 그 방식대로 움직인다면 교회가 나타내
야 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은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
의 사회적 책임은 이 죄악된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여 한 명이라도 더 그 영
혼을 구원하는 일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명령이며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
다.
세상 정치의 부패는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데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은 본성적으로 죄인이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도덕적인 사회
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직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보다 많
을 때일 것이다. 복음과 진리를 전파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성경적인 삶을
살게 될 때 유토피아같이 깨끗하고 좋은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3%의 사람만 깨어서 나라를 주도하면 그 나라는 영향력 있는 나
라가 된다고 한다. 초기 기독교가 한국에 있어서 문화와 문명의 현대적 발전
에 기여했다면 오늘에 있어서의 책임은 깨끗하고 살기 좋은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해야 하는 숙명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이 일을 위해 개인적 복음 실천과 집단적 복음화를 마땅히 교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