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대 합신총장취임사>
개혁주의 산실로서 합신의 교육 방향
조병수 목사
“명실 공히 합신은 개혁파 교회의 교과서로서 그 역할을 감당할 터”
존경하는 안만수 이사장님, 성주진 전임 총장님, 그리고 우리 학교의 초석을 놓은 은사님들, 좌중에 계신 교단의 각계 인사, 동문, 동료, 내빈, 재학생, 그리고 일선에서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는 목회자 여러분, 저는 이 자리를 빌려 가장 먼저 성 삼위 하나님께 찬송과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영원 가운데 인류를 구속하기 위하여 기쁘신 뜻을 세우시고 시대마다 필요한 인물들을 부르시고 보내어 그 뜻을 이루셨음을 믿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놀라운 뜻 속에서 부르심을 받은 저는 지금 경외감에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현대의 기독교는 수많은 어려운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끝없이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는 인간중심의 사회는 더욱 심각한 증세를 보이며, 한반도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의 정치 풍토는 매우 불안하고, 언제 회복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경제의 침체로 말미암아 목회와 선교가 대폭 위축되고, 신자의 수는 현저하게 감소하고, 교계는 도덕적 부패 가운데 수치심마저 잃어버린 채 한없이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저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를 발견합니다. 지난 1980년 고(故) 정암 박윤선 박사님을 비롯하여 여러 은사님들이 개혁주의의 기치를 들고 우리 학교를 시작했을 때도 상황은 현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학교의 설립 이후 하나님께서는 이름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헌신자들과 사역자들을 보내셔서 기적과도 같은 방식들을 통하여 상대화에 물들은 인간정신과 단호히 대처하게 하시고, 정치의 격랑을 힘껏 헤쳐 나가게 하시며, 교회 정화에 앞장서게 하실 뿐더러, 한국교회와 세계선교를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지난 33년 동안 보여주셨던 기적을 오늘날도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계속해서 보여주실 것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앞으로도 계속 흔들림 없는 신학의 터전이 될 것이며, 복음전도의 기수로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 국면의 사명을 다할 것을 확신합니다.
차제에 사명을 맡은 저는 개혁파 교회의 사람이자 목사이며 성경학자로서 우리 학교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추구해온 성경적 개혁파 사상을 성실하게 견지할 것이며, 개혁파 교회가 기독교의 본질로 일찍이 깨달은 두 토대인 ‘진리와 평화’(veritas et pax)를 구현하기 위해서 혼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선, 기독교의 진리를 구현하기 위해서 인프라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지난 4년간 광교신도시 건설과 맞물린 학교 부지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신 성주진 전임총장님의 뒤를 이어 교육 인프라를 확립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학교 캠퍼스를 세련되게 정형화하고, 미비한 교육 시설을 충분히 보완하며, 행정 체계를 조직적으로 구축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진리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철저히 믿기에 장차 목회와 선교와 신학 등 여러 분야를 이끌어갈 많은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최대한 공을 들이고자 합니다. 사람을 기르는 데 실패하는 것은 모든 것에 실패하는 것임이 분명하므로 경건과 학문을 겸비하여 자신의 시대를 책임지는 제이의 박윤선, 아니 각 시대의 박윤선을 배출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삼고자 합니다.
저는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이미 우리 학교가 갖추고 있는 목회학 석사(M.Div.), 신학석사(Th.M.), 여러 가지 박사과정, 평생교육원 등의 교육과정들과 설교센터, 선교훈련원, 상담센터 등의 기구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목회자, 선교사, 그리고 성경과 신학의 교사인 신학자들을 길러낼 뿐 아니라 차세대를 고급한 실력으로 통솔할 인재를 양성하는 성경원문연구소와 같은 더 많은 교육제도를 계속 개발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목회자 연장교육을 계획하고, 평신도 지도자를 돕는 교육에 힘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저는 인재 양성의 사명을 성취하기 위해서 반드시 교과서적인 신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개혁파 교회가 궁극적인 교과서인 하나님의 말씀 곧 성경으로부터 다양한 각도와 차원의 교과서들을 생산하는 데 전력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오늘날 우리도 당연히 우리 시대를 위하여 가치 있는 양질의 신학 교과서를 생산해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런 교과서적인 신학만이 반듯한 하나님의 일군을 길러낼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할 때 첫째로 우리의 신학을 더욱 굳게 다질 수 있으며, 둘째로 우리의 신학을 더욱 널리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교과서 신학의 확립과 확장이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이룩해야 할 사명입니다.
저는 이런 신학을 기반으로 삼아 우리 학교에 한편으로는 성령과 말씀이 충만하며, 기도와 경건에 능력 있고, 은혜와 사랑이 충만하여, 목회실전에서 충성스럽게 일할 복음의 강한 군사들을 양육하는 영풍(靈風)을 일으킬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학풍을 세워서 못하는 사람은 하도록, 하는 사람은 잘하도록,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도록 만들어 갈 것입니다. 저는 이런 노력으로 말미암아 결국 세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군들을 길어내어 죽어가는 영혼들을 구원하고, 연약해진 교회들을 재건하며,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힘차게 확장시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와 같이 인재 양성에 주력할 때 우리 학교는 명실 공히 개혁파 교회의 교과서로서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 믿어 마지않습니다.
다음으로, 저는 평화를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학내의 화목을 유지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 교수들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하여 신학의 분업을 넘어서 신학의 종합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기존하는 학년 담임제도 및 멘토링 시스템(HMS)과 더불어 성실한 개인지도를 통하여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학우들이 열의를 가지고 학업에 임할 수 있도록 복지에 관심을 높일 것입니다. 직원들은 지금보다 더 친절한 자세를 가짐으로써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우리 학교를 겸손함과 협동심과 온화함이 넘치는 천국의 모형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저는 우리 학교가 동문 및 교단과 호흡을 같이하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신학은 반드시 교회를 위한 신학이어야 한다고 믿기에 신학이 학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공유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교회에 가까운 신학, 교회를 세우는 신학, 교회를 살리는 신학을 장려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신학교는 교회를 찾아가고, 교회는 신학교를 찾아오는 관계를 열어보려고 합니다. 우리 학교는 마치 온 몸의 모든 혈관이 수렴되는 심장처럼 동문과 교단의 발걸음이 모여드는 집합장이 될 것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저는 우리 학교가 신학의 전문성과 함께 신학의 대중화(팝 테올로지)를 이룩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 학교는 전과 다를 바 없이 교회에 계속해서 끊임없이 기름진 양식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 뿐 아니라 저는 우리 학교가 교계를 선도하는 데 앞장서게 할 것입니다. 오늘날 다양한 원인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허물어지는 지역교회들을 격려할 것이며, 세상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교계에서 한 치도 양보 없이 도덕의 모범을 마련하여 정화(淨化)의 바람을 일으킬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른 신학과 바른 교회와 바른 생활의 이념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교회의 등대역할을 감당하고, 외국의 유수한 개혁파 신학교들과 다양한 교류를 추진하여 세계화를 향한 보폭을 넓혀갈 것입니다.
기독교의 존립 그 자체를 위협하는 자유신학과 이단사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신학교육이야말로 교회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양면의 위험을 철저하게 타개하기 위해서 신학교는 성경에 입각한 바른 신학을 사력을 다해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신학교가 이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교회로부터 최대한 지원받는 신학교만이 교회의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우리 학교가 이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전국 교회들과 성도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기도, 지속적인 협력과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재임하는 동안 마음에 깊이 새겨두려는 말씀으로 취임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람은 병거를 의지하고, 어떤 사람은 말을 의지하나, 우리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의 이름을 의지하리로다”(시 20:7).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