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졸업식 훈사 – 총장 조병수 목사(Rev. Prof. Dr. theol.)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난 삼 년 동안 학업의 모든 과정을 훌륭하게 마치고 졸업에 임하는 것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천 날을 훨씬 웃도는 기간에 뼈를 깎는 듯한 신학대학원의 학업을 잘 이겨냈습니다. 교수님들의 악착같은 수업과 지도 아래서 여러분 모두가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을 줄 압니다. 이런 신학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여러분에게 오늘 나는 교수님들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칭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학문의 상아탑을 뒤로 하고 드디어 전문인으로 목회의 현장을 향해 나아갑니다. 여러분 앞에 놓여있는 목회현장은 어떻습니까? 안타깝게도 목회현장은 그다지 밝은 빛깔을 띠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목회자가 과잉으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목회자의 과잉생산으로 말미암아 목회지가 홍역을 치루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런데 더욱 두려운 것은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다는 말처럼 넘치는 목회자들 가운데 진정한 목회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목회자의 과잉보다 무서운 것은 목회자의 불량입니다. 오늘날 사방에서 불량한 목회자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나는 목회자가 불량해지는 까닭을 오직 한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목회자가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귀중한 진리를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는 사람의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목회자는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적어도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인품과 경건과 학문입니다.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이 세 가지 조건은 모든 목회자가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입니다. 그런데 목회자의 덕목에 구태여 인품을 맨 앞에 두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가 아무리 신학이 바르다 해도 신앙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것은 철학자와 다를 바가 없는 지식의 종교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목회자가 아무리 경건이 뛰어나다 해도 인품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것은 일반 종교가와 다를 바가 없는 외식의 종교로 그치고 맙니다. 인품이 없다면 신학과 신앙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앞의 수에 제로를 곱하면 모조리 제로가 되고 마는 것처럼, 신학과 경건에 인품이 빠지면 도리어 해로운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인품과 경건과 학문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디모데전서 6:11).목회자는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 서야 하며, 끊임없이 하나님과 관계를 지속해야 하며, 끊임없이 하나님으로부터 충격을 받아야 합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사람이기에 자신이나 사람을 즐겁게 하지 말고 하나님을 즐겁게 해야 합니다(갈라디아서 1:10).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하나님의 사람이므로 자기를 위해서 목회하지 마십시오. 자기의 이름을 내기 위해서, 자기의 업적을 쌓기 위해서, 자기의 영광을 위해서, 자기의 가족을 위해서 목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목회를 하십시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자신의 영광을 포기하십시오. 어떤 때는 자기에게 좋은 것이라도 하나님 때문에 버리고, 어떤 때는 자기에게 나쁜 것이라도 하나님 때문에 택하십시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하나님의 사람이므로 세상의 방식으로 목회하지 마십시오. 재물을 신뢰하지 마시고, 사람을 의지하지 마시고, 세상을 의뢰하지 마십시오. 오직 하나님으로 목회하십시오. 요한 칼빈처럼 말씀의 사람이 되십시오. 성경을 잘 가르치는 목회자가 되어 성도들을 굶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암 박윤선처럼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십시오. 뜨거운 마음으로 기도하는 목회자가 되어 성도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십시오. 하나님의 사람으로 지사충성(至死忠誠), 죽도록 충성하십시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하나님의 사람으로 충성을 다짐하는 여러분의 목회 인생에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항상 먼저 가주시고, 문을 열어주시고, 놀랍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넘치도록 베푸시기를 기원합니다(이사야 45:2-3).
2014년 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