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간론의 위기와 성육신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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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간론의 위기와 성육신의 진리

 

연말이 되면 달력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그러나 마음이 바쁠수록 시계보다 나침판을 보라는 격언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연말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역사의 구속적 목적(telos)에 비추어 바라보고 이를 잘 준비하기 위하여 뒤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성도의 신앙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올해 특히 주목해야 할 현상 중 하나로 인간론의 위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러한 기존의 질문들은 무신론적 인간관과 유신론적 인간론의 대립구도에서 성경과 신학이 보는 인간을 제시함으로 답을 할 수 있었다. 그 핵심은 비성경적인 인간관은 인간을 우상화하거나 동물화 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책임과 믿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점이다. 그 폐해는 수치와 죄의식이 사라지고 도덕이 허물어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파편화된 인간론의 제반 문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최근 부상하고 있는 유신진화론의 인간 이해는 논의의 성경적, 신학적 준거를 위협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더욱이 이 견해가 교회 안에서 확산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복음 제시의 기초가 허물어지는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먼저 성경적 진리의 차원에서, 나아가서 바른 신학과 바른 교회, 그리고 바른 생활의 차원에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성경의 정의는 하나님의 형상(창 1:26-28)이다. 마침 다가오는 성탄은 성자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성육신 사건으로서 아기 예수가 참 사람으로 완전한 하나님의 형상이심을 보여준다. 나아가서 그리스도의 형상(롬 8:29, 갈 4:19)은 구속받은 인간의 목적이자 모범으로 제시된다. 이렇게 구주의 성육신은 위기에 처한 인간론에 진리의 빛을 던져 주고 있다. 성육신이 보여주는 인간 이해는 인간에 대한 축소주의적 왜곡도 바로 잡는다. 예를 들면, 인간을 뇌라고 규정함으로 인간의 행동, 감정과 의지를 신경화학작용으로 축소시키는 일에 대하여 그리스도의 온전한 인간되심은 인간이 지성과 감성과 의지뿐만 아니라 영육을 포함한 전인적 존재임을 확증한다.

신학적 측면에서는 최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진이 해외 복음주의권 일각에서 제기된 후 한국 교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신진화론에 대응하여 발표한 ‘성경적 창조론 선언문’(본보 11월 28일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선언은 유신진화론에 대한 창조론 신앙을 재확인하면서 유신진화론의 인간론을 논박하는 개혁신학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의적절한 입장표명으로 성경에 기초한 정통 교회의 인간론을 확인함으로써 성도들의 신앙이 흔들리지 않도록 성경해석과 신학의 방향과 경계를 정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인간의 창조, 타락, 구속에 대한 성경적 진리가 정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 교육의 측면에서 볼 때 성경을 부지런히 가르쳐 잘못된 사상을 바로 잡고 통전적인 복음을 전하도록 힘써야 한다. 목사와 교사는 성경적 개혁주의의 복음 진리를 꾸준히 가르침으로써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를 포함한 온전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개인과 가정을 향하신 구속의 목적을 보여주되, 전보다 못한 성경공부의 열기를 되살려 창조와 구속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도록 목회적, 교육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도의 삶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됨을 보여주는 실제적인 길은 성도가 그리스도의 형상됨의 실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진 자아만이 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일그러진 형상을 바로 잡고 그 질곡에서 자유로워지는 성화의 길은 하나님께 순종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순종과 사랑을 실천할 때 인간은 자유로워지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할 수 있다. 이렇게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사람은 하나님의 뜻대로 가정과 사회를 바로 세우는 역동적인 구성원이 될 것이다.

성탄은 하나님이 정체성의 위기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끊임없이 찾아오신 방문의 절정으로서 모든 사람을 아기 예수 앞에 세우는 사건이다. 그 앞에서 인간이 부딪치는 성경적 진리는 그가 하나님께 지음 받은 존재라는 사실, 타락한 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구원받은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실이다. 이 모든 일에 상대적인 과학과 가설을 절대적인 성경 위에 세움으로 말미암아 이 중대한 구원의 진리를 손상시키거나 놓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