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 박윤선 30주기 기념대회 강좌| _ 박윤선은 지금도 유효한가? _ 정창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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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 박윤선 30주기 기념대회 강좌

박윤선은 지금도 유효한가?

 

<정창균 총장 _ 합신, 설교학>

 

원고가 비교적 방대하여 편집상 축약 및 부분 발췌 게재함에 필자와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따라서 게재한 원고는 그 내용의 소개에 목적이 있을 뿐이고 정본이 아니므로 공적 재사용을 금한다. 정본은 ‘정암 30주기 기념대회 공식자료집’을 참고하기 바란다. – 편집자 주

 

박윤선의 한국교회에 대한 진단

박윤선의 문제의식은 교회사적 인식이라기보다는 목회 현상학적 차원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 시대의 교회에 대한 박윤선의 진단의 핵심은 도덕적 부패이다. 그리고 그 부패의 결정적 주체는 목회자라는 것이 그의 확고부동한 판단이다. 핵심은 교단 지도자들이 드러내는 교권주의, 기성 목회자의 부패, 젊은 목회자나 목회자 후보생들의 준비되지 못한 모습, 목회자의 물질에 대한 관심, 허영과 허식, 명목주의, 위선과 외식, 그리고 성경을 알기 위하여 죽도록 애쓰지 않는 안일함, 기도에 생사를 거는 투신을 하지 않는 게으름, 편리주의, 평안우선주의 등으로 요약된다.

 

  1. 박윤선이 내세운 대안

박윤선이 내세운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개혁이고 둘째는 바른 목회자의 양성이다. 그의 개혁은 내용으로 보면 당시 교회의 부패에 대한 신앙생활의 개혁이요, 대상으로 보면 목회자의 개혁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편은 바른 목회자 양성이다.

 

  1. 박윤선은 지금도 유효한가?

1) 그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이룬 결과

그 시대의 박윤선의 가르침과 그 정신을 가지고 그 이후 한 시대를 살면서 오늘에 이른 그의 제자들이 이루어놓은 결과, 그리고 박윤선을 직접 접한 적이 없지만 앞 세대로부터 박윤선의 정신을 전수받으며 오늘날 목회현장에서 사역하는 박윤선의 후예들이 이루어가는 결과들은 박윤선의 정신과 가르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비록 박윤선의 제자들 전원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의 가르침으로부터 형성된 합신 교단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 대한 교계의 신뢰와 기대가 그것이다.

2) 시대 상황의 유사성

근래의 한국교회가 교회 안팎으로부터 직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을 볼 때 40년 전 박윤선의 가르침과 정신이 여전히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교회 문제는 목회자 문제”라는 40년 전 박윤선의 진단은 지금도 유효하다.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가 사는 한 가지 길은, 목회자가 바꾸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박윤선이 그의 말년의 모든 것을 걸고 그렇게 이루고자 한 것이었다. 목회자의 무엇이 바꾸어져야 하며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을 우리는 여전히 박윤선에게서 얻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박윤선은 유효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시 붙잡아야만 한다.

그러나 우리가 박윤선의 후예들로서 박윤선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서운 책임을 수반한다. 박윤선은 여전히 적실성이 있다는 주장과 논증만이 아니라, 치열한 실천으로 그 적실성을 증명해주어야 한다. 박윤선의 가르침과 정신대로 이렇게 살고 있고 그래서 이렇게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고 있고 목회 현장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맺어내야 한다. 박윤선의 정신과 가르침은 현재의 한국교회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구호나 추억이나 막연한 숭배심에서 나아가 현실과 현장에서 적실성을 구현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한국교회 앞에 이루어 내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그를 따르고 그를 존경하며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그의 제자들과 후예들에게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박윤선을 시대에 뒤떨어진 일부 추종자들의 옛 추억거리로 전락시키고, 박윤선을 그만 우려먹으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3) 유효성의 영역

(1) 말씀 절대성과 최우선성

말씀 최우선, 말씀 절대 신뢰로 요약되는 박윤선의 정신과 가르침은 두 가지 점에서 현재와 미래의 한국교회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첫째는 앞으로 한국교회는 말씀으로 돌아가고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지배적인 흐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래 시대의 변화 따라잡기”에 올인하는 동안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고 교회는 점점 교회의 모습을 잃어가게 될 위험으로부터 본질인 바른 신학과 성경과 진리를 확고하게 붙잡고 그것을 담대하게 선포하고 가르치며 그 길을 가도록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기도 집념

박윤선은 기도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강조하였으며 그 자신이 어 떻게 평생 기도를 실천하였는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여러 면에서 기도가 얼마나 절실하고 중요한가를 부인하는 이가 없다. 박윤선의 기도에 대한 가르침과 기도실천은 기도에 어느 때보다 힘써야 할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교회에 여전히 그리고 미래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3) 경건(성결)의 강조

목회자들의 탐욕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을 돌아볼 때 성결이 행복보다 더 낫다(Holiness is better than happiness!)면서 성결을 앞세운 박윤선의 가르침은 그 당시보다 오히려 현재의 한국교회에 더 적실성을 갖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성결이야말로 목회자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강조하는 그의 가르침은 현재의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들에는 가슴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가르침이다.

(4) 고난에 대한 가르침

교회가 교회다워지고 신자가 신자다워지려는 곳에는 언제나 고난이 수반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난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고난의 가치를 강조하고 고난의 삶을 강조하는 박윤선의 정신과 가르침을 붙잡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자에게 특별히 목회자들에게 고난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유익한 것이라는 사실을 박윤선은 늘 강조하였다.

 

  1. 박윤선의 어깨에 올라서서

이제 박윤선의 후예들은 시대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박윤 선을 앞장 세우고 그 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박윤선의 어깨에 올라서서 박윤선이 나아간 것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높이 나아가야 한다. 박윤선의 어깨에 올라서서 역사를 내다 볼 때 바라보이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곳으로 나아가야 한다.

1) 합신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 – 공적 책임과 연합

지난 40년 동안 우리가 붙잡고 힘써온 지침은 개혁이었다. 그리고 그 개혁의 핵심은 나 자신의 개혁이었다. 그 정신이 부패한 지난 시대에서 홀로 나 자신을 지키며 다른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오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것은 우리 합신인의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장점이 이제 공적인 책임을 걸머지고 새로운 역사로의 부르심에 부응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약점이 되고 있다. 공적인 책임을 감당하고 시대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점이 있어도 용납하고 협력하고 연합하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약점으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합신은 지금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이것은 박윤선 선생님의 정신과 가르침을 이제 버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 어깨에 올라서서 선생님보다 더 나아가자는 것이다. 나의 신학적 입장이나 나의 신앙관과 다르면 나는 나대로 가면 된다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일에 경중이 있고, 선후가 있음을 인식하고 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 더 급한 일과 덜 급한 일, 본질적인 문제와 부수적인 문제를 구별하면서 양보하고 인내하고 연합하면서 함께 일을 이루어가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2) 신학의 현장화 – 신학과 현장의 통합

박윤선의 가장 큰 개인적 가치는 학문과 경건이 겸비된 지도자라는 데 있다. 우리는 이제 박윤선의 그 모습을 기반삼아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학문과 삶의 통합은 개인만이 아니라, 신학과 목회 현장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신학은 목회현장을 정죄하고 목회현장은 신학을 배격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교회의 상황 에 대하여 이 둘을 통합하는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신학은 현장에서 작동하여 현장이 제기하는 문제에 답을 해야 한다. 현장은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지 말고, 신학에 근거한 길을 가야한다. 그러므로 신학과 목회 현장은 늘 같이 있어야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하고, 같이 가야 한다.

3) 박윤선 주석을 능가하는 성경 강해서들의 발간

한국교회의 역사에서 박윤선의 가장 큰 기여요 가장 뛰어난 가치 가운데 하나는 그의 성경말씀에 대한 신뢰와 집착, 그리고 교회를 위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말씀 연구의 황무지같은 시대에 설교자들을 염두에 둔 주석에 집념하여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써 대안을 제시하였다. 합신은 박윤선의 정신과 실천을 발판 삼아서 이제 이 시대 설교자와 성경교사 그리고 평신도들이 구체적인 지침을 받을 수 있도록 성경말씀을 풀어내는 일에 탁월하게 시대적 기여를 하려는 데로 매진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4) 연합과 협력

부패한 교회와 신학교의 현실 가운데서 박윤선은 분리주의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부패한 교회의 개혁에 나섰다. 그는 합신이 천명한 입장과 주장을 실천하기 위하여 다른 일들을 희생하는 결단으로 매진하였다. 그 결과로 오늘날 합신은 한국교계로부터 신학과 정신의 정체성이 분명하여 신뢰할 만하고 기대할 만한 단체로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분리주의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여기까지 이루어 내었으니 이제는 변절주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라도 한국교회 안에서 같은 신학 같은 목적 그리고 같은 방향을 갖는 이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시도하여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일들을 함께 이루어가는 일을 시도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를 조심스럽게 고민해보아야 할 때이다. 우선 합신교단의 울타리 안에서부터 서로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에 초점을 맞추어 연합과 협력으로 하나님 나라와 복음의 중요한 일들을 함께 실천하고 성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개혁신학의 순수성을 보존하려는 노력과 함께 개혁신학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5) 애정

박윤선이 말년의 모든 것을 바쳐서 교회 개혁과 바른 목회자 양성에 투신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교회에 대한 애정이다. 두 종류의 신학자들이 있다.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와 자기의 신학을 사랑하는 신학자이다. 자기의 신학을 사랑하는 신학자는 주로 교회에 대한 비평과 비난, 그리고 선생노릇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자는 교회의 문제와 약점을 고민하며 교감하며 대안을 내려고 괴로워한다. 목회자에도 두 종류가 있다. 교인을 사랑하는 목회자와 자기의 목회철학을 사랑하는 목회자이다. 목회자요 교수로 살면서 이 나이 되어 남는 한 가지 후회가 있다. 사랑이 모든 것의 근원이요, 모든 이치는 결국 사랑이라는 한 점으로 모인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한 채 사역 말미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사랑이 모든 율법과 선지자의 대강령이라는 말을 잘 알아듣고 깨닫고 감동하도록 설명하는 일에 주력했지, 그 말을 내가 살지는 않았다는 회한이다. 지금 다시 목회를 하고 지금 다시 교수 사역을 시작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가는 말

정암은 1984년 11월 8일에 드린 개교 4주년 기념 감사예배에서 계시록 3:18을 본문으로 “우리의 개혁”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였다. 설교를 마치면서 그가 한 기도는 어쩌면 자신의 말년의 모든 정력과 열정과 기대를 합신에 쏟아 부은 정암의 합신인을 위한 여전한 간구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이 시대 한국교회를 향한 간구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