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내가 대신 읽어 줄까요? _ 강승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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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섬기며

내가 대신 읽어 줄까요?

<강승대 목사_합포교회>

 

성경을 누가 대신 읽어 주겠는가?

집안에 난리가 났습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쏜 것처럼 긴박해졌습니다. 이제 D-5일 남은 한 달에 성경 1독을 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주님께 물어보지도 않고 광고 시간에 한 해 동안 한 달에 성경 1독을 하지 않으면 사례비를 받지 않겠다고 어리석게(?) 선언하였습니다.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한 달에 한 번 성경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성경을 읽지 않는 내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긴장하였습니다. 생활비에 관계되는 아내와 둘째아들은 그렇더라도 군대 가 있는 아들조차 자주 전화로 “아빠 성경어디까지 읽었어요?”가 인사말이 되었습니다. 군대 가 있는 애가 내 성경읽기와 무슨 상관이 있나…… 생각해 보니 이 녀석도 휴가 나올 때에 용돈을 받아 가는 데 지장이 있을 것 같았나 봅니다.

한 달을 며칠 남겨 두고 가족들 등쌀 때문에라도 견디지 못하여 성경을 펼칩니다. 하지만 성경에 인쇄되어 있는 말씀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자꾸만 엉뚱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습니다. 겨우 통독 앱을 틀고서야 서서히 집중이 됩니다.

주일날 예배를 다 마치고 급한 심방도 마치고 집에 들어와 옷을 벗는데 아내가 슬그머니 다가와서 하는 말이 “내가 대신 읽어 줄까요? 신약 정도는 읽어줄 수 있어요.” 듣고 있던 둘째아들도 거듭니다. “저는 시편 읽어 드릴게요. 가족은 하나잖아요.”

신경이 쓰여서 밥을 먹는지 마는지 피곤한데도 성경을 펼칩니다. 저녁에 만나자는 친구의 문자도 정중하게 거절하고 잡념을 물리치고 성경을 눈으로 봅니다. 주일날 있었던 일들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도무지 집중이 안 되어 작은 소리를 내어 읽습니다. 얼마 읽지 않고 오늘의 분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성경 뒷부분을 자꾸만 펼쳐 봅니다.

요란 법석을 떨며 성경통독을 하다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년 동안 그래도 요즘에 성경을 제일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하루 중에 무슨 일을 하든지 읽을 분량에 부담이 됩니다. 성경을 읽는 가운데 깨달음도 많이 얻었고 은혜도 많이 받습니다.

한 달에 성경 1독이 어려운 줄 알았는데 막상해 보니 어떤 날은 쉽게 읽히기도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주님 사랑은 성경 사랑이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주님 만나고 얼마나 열심히 성경을 읽었던지 앉으나 서나 누우나 성경을 읽었습니다. 매일 학교에 가서 1시간 정도 성경을 정독했습니다.

군대에 있는 동안에도 나름 성경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한 해에 7독을 해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학교를 졸업하고 성경 읽기가 점점 약하여지고 결국에는 예배당 건축으로 성경 읽기의 습관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밤낮으로 생각과 마음이 건축에 빼앗겨 수 십 년 성경 읽기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성경을 읽지 않는 이상한 목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몸도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성경을 펼치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연세 드신 분들이 말하는 노안이 나에게도 찾아 왔습니다. 청년 때 “이제 눈이 보이지 않는데 성경을 많이 읽지 못한 죄를 회개합니다. 여러분들은 열심히 성경을 읽기 바랍니다.”라고 설교 도중 눈물 흘리시며 권면 하시던 목사님이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이번 달에는 목표한 1독을 하기에 힘들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충격을 받아도 한 달 사례비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