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회, 한반도 평화의 대로를 열어야 한다_강경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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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회, 한반도 평화의 대로를 열어야 한다

<강경민 목사_일산은혜교회>

 

한국 교회의 땀과 눈물로 한반도 평화 통일 이루어야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남북 관계의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항구적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비핵화에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함으로 세계의 주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북미회담의 기초를 놓았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한반도에 확연한 평화의 기운이 진작된 계기를 만든 것이다. 참으로 위대한 역사의 시작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시작된 한반도의 평화의 진작은 이제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대세가 되고 말았다. 회담이 잘 안되면 뛰쳐나오겠다는 트럼프의 겁박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고 과연 그대로 실행했다. 남북문제는 국내적 요인만 아니라 국제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여서 한국 정부가 균형자론, 소위 운전자론 역할을 말할 때 미국을 비롯한 국제 정치학자들뿐만 아니라 국내 학자들까지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배꼽을 잡고 비웃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 정부의 균형자론은 그대로 먹혀들었다. 힘이 정의요, 강대국의 이익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 일쑤인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 하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라고 자부한 사람들이 3~4개월 전에 무엇이라고 떠들었는가를 되짚어보면 필자의 말이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핵 보유는 매우 도덕적인 것이고, 북한의 핵 보유는 악마적인 것으로만 해석했던 비판받지 않던 이분법적 사고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형국을 사람들은(소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리더십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위 유화론의 유물은 가고 강력한 대북 압박이 오늘의 상황을 만든 결정적 요소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물론 그런 요소가 상당히 작용한 것도 일정하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종속 변수일 뿐 주 변수는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세계 평화의 주 변수가 되고 남한의 문재인이 북미 관계 개선, 또는 세계 평화 진작의 중개자 역할을 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북한이 이미 완성된 핵탄두와 핵탄두 발사체인 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탄두와 ICBM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뿐이고 북한이 여섯 번째다. 북한이 세계의 여섯 번째 군사 대국이 된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핵보유는 사탄적인 것이라고 맹비난했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은 북한의 핵보유가 한반도 평화 정착의 강력한 매개체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의 상상력이 닿지 않는 역사의 신비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보유했으니 우리도 핵을 갖자는 이야기는 결단코 아니다. 그런 생각은 국민의 불안한 감정을 이용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망나니들의 환상이요 선동일 뿐이다.

  한반도의 비핵화!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세계사적 과제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숙명적 과제이다. 한반도의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는 없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의 핵 보유가 세계 이목을 한반도에 집중시키고 있다.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핵을 단박에 없애겠는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아주아주 지난한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호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의 공동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해 전쟁 없는 세상, 제국주의가 판치지 않는 정의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 가는 동반자의 책무를 감당해 가는 것이며 그것이 새 시대의 사명임을 각성해야 할 것이다

  남북이 협력하여 한반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대륙 세력(중·러)과 해양 세력(미·일)의 자국 이기주의를 적절히 통제하고 조화시키는 일을 감당해낼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대리전쟁을 치르는 희생양이 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이처럼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지금 어디 있는가? 이 긴박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평화를 선택할 것인가? 전쟁을 선택할 것인가? 평화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해야 옳은가? 통일이 되면 북한 땅에 들어가 전도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전도 자금 마련에 급급하면서 통일의 여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한다면 누가 한국 교회를 향해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은 과연 역사의 주관자라 말할 것인가? 우리 민족공동체를 향해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이요, 통치자라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누가 우리의 증거를 신뢰할 것인가?

  복음의 총체성(통전성)이 살아나지 않고는 결단코 복음전도도 할 수 없다는 교훈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하지 않는가? 역사가 이렇게 말하도록 해야 한다. “당신들(한국 교회)의 땀과 눈물로 한반도에 평화 통일이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