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긴 겨울이 지난 후_이승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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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룽바트르 형제(좌)와 이승준 선교사(우)

마른 땅에 단비를

긴 겨울이 지난 후

 

< 이승준 선교사_광주 외국인근로자쉼터 >

 

 하수도 녹이기

  물러갈 것 같지 않던 추위가 어느새 물러가고 제법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이 되었다. 지난 혹한에 모두 고생들 많았으리라. 이곳도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쉼터는 치과 의자가 있어서 물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2층에 위치하고 있는 쉼터는 베란다에 노출된 모든 수도관과 하수관까지 열선으로 감싸고 센서와 타이머까지 사용한 최신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온도가 0도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열선이 가동되고 너무 과열되지 않도록 시간을 조절하는 타이머까지 설치해서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안심하였는데 혹한에 그만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수도관이 얼어 버렸다. 최신시설이라 믿고 방심하였더니 시설이 되지 않은 바깥의 수도관이 얼어버린 것이었다. 며칠 동안 하수도를 녹이느라 드라이를 틀어 놓고 뜨거운 물을 끓여서 붓고 하수관을 감싼 보온재를 다시 시공하고 추위에 무리해서 움직이느라 혈압이 올라가도록 온갖 고생을 다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방심하지 말고 늘 정신을 차리고 깨어있으라는 주님의 교훈으로 깨닫고 감사를 드렸다.

  밀렸던 임금을 받고 예수님을 영접한 몽골 형제

  몽골과 한국은 관계가 좋아서 몽골인들이 단기비자를 받기가 쉬운 모양이다. 1개월이나 3개월 관광비자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일을 해서 항공료 이외의 목돈을 벌어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다. 작년 10월경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몽골 형제가 임금을 받지 못하였다고 쉼터를 방문하였다. 물어보니 한국에 오래 살고 있는 몽골사람의 소개로 일을 하였는데 200만원이 되는 임금을 받지 못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을 연결해 주었다는 몽골 사람과 통화를 해서 노무사를 찾아가라고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1월에 이 형제가 다시 찾아왔다. 돈을 받지 못하고 돌아갔다 한국에 또 왔다는 것이었다. 얘기를 듣다 보니 마음에 집히는 것이 있었다. 한국에 오래 살고 있는 몽골 사람이 돈을 받지 못하였다고 속이고, 돈을 받으려고 정식으로 노무사를 통해 고발을 하면 한국에 다시 오지 못한다고 겁을 주어서 빈손으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내가 그 몽골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제대로 돈을 주라고 강하게 얘기를 하였고, 며칠이 지나서 이 형제가 돈을 다 받았다고 인사차 쉼터에 왔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그날 이 출룽바트르 형제는 예수님을 마음에 영접하였다. 이 형제가 돌아가서도 교회에 연결되고 잘 예수님을 따를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한다.

남편을 사고로 잃은 뭉크 게를 자매

  지난 2월, 주일예배를 드리려는데 모르는 몽골 자매가 찾아왔다. 예배를 드리고 난 다음에 얘기를 들어 보았더니 한국에 일하러 왔던 남편이 넘어져서 다쳤는데 며칠 후 수술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소장이 파열되었는데 모르고 너무 방치를 한 탓이었다고 하였다. 병원에 치료비가 너무 밀려서 시신을 몽골로 가지고 가지도 못하니 좀 도와 달라고 하였다. 나를 포함해서 쉼터에 나오는 몇 명 안 되는 교우들이 주머니를 털고 오후에 치료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도 얘기를 하여 오후 늦게 몇 십만 원을 그 자매에게 전달하였다.
  돈만 주고 그냥 보내기가 마음이 아파 쉼터의 교우들, 마침 쉼터를 찾은 밀린 임금을 받고 예수님을 영접한 출룽바트르 형제까지 한 마음으로 남편을 잃은 자매를 위하여 기도해 주었다. 이 자매가 몽골에 돌아간 후에 통역을 하는 바기 자매에게 연락을 해왔다. “한국에서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쉼터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 때문에 정말 위로를 받았습니다. 힘을 내서 어린 두 아이를 잘 기르겠습니다. 그리고 소개해 준 우리 동네의 교회를 잘 다니겠습니다. 한국에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꼭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그 어떤 일보다 쉼터에서 예수님의 사랑이 그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가장 기쁘다. 내가 구원 받았을 때처럼,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손을 잡아주시는 그 예수님이 늘 나타나시는 그런 쉼터가 되기를 소원한다. 돌아간 뭉크 게를 자매가 예수님의 사랑으로 잘 이기도록 기도를 부탁한다.
  드디어 봄이 왔는데 꽃샘추위와 환절기에 모두들 건강하고 모든 일이 주님의 은혜 가운데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