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봄 눈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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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봄 눈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자주 흰 눈에 덮이던 산봉우리들이 따뜻한 햇살에 빛나고 있다. 봄의 기운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그것이 겨울을 보내고 새봄의 꿈을 가꾸는 우리의 소망의 근거이다.

  설풍에 부대끼며 쓰라리게 겨울을 나던 자에게 봄은 얼어붙은 산야의 어디쯤에서부터 그 모습을 나타낸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인생은 완전한 봄날이 오기 전에는 언제나 눈 내리고 춥고 황량한 겨울 들판이다. 그러나 우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고 오리라 하신 분. 우리에게 상을 주시기 위해 진실로 속히 오리라 하신 분. 그 영원한 부활의 생명을 꿈꾸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의 속삭임을 우린 한시도 잊을 수 없다.

  흙냄새 물씬 풍기는 봄의 입구에서 맞이한 꽃샘의 극치는 봄눈이다. 막 눈을 뜬 새싹과 꽃망울에 폴폴 내려앉는 눈송이는 얼핏 너무도 잔인하게 보인다. 이미 지나간 겨울을 느닷없이 다시 만난다는 것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봄에 내리는 눈은 겨울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봄을 확실하게 자리 매겨 주는 축포와 같은 것이다. 기다렸던 봄의 꿈이 하늘에 올라 순결하게 꽃핀 후 만물에 연록빛 불을 지펴 주려 새처럼 살포시 내려앉는 지극한 사랑이다.

  그렇게 봄눈은 더 아름답고 눈물겹다. 집집마다 자애롭게 내려다보며 기쁨이 식어 버린 부뚜막, 무너진 돌담, 쓸쓸하고 배고프고 추운 길목을 지나온 이웃들의 여윈 눈자위에 촉촉이 찾아드는 위로와 소망의 불씨. 새로이 시작하는 모두에게 불을 지펴 주는 봄눈은 그래서 죽음을 이긴 부활의 향기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