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아침마다 눈을 뜨면
박 목 월
아침마다 눈을 뜨면
환한 얼굴로 착한 일을 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님은 날마다 금빛 수실로
찬란한 새벽을 수놓으시고
어둠에서 밝아오는 빛의 대문을 열어젖혀
우리의 하루를 마련해 주시는데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불쌍한 사람을 돕고
괴로운 이가 있으면 괴로움을 함께 나누고
앓는 이가 있으면 찾아가 간호해 주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밝은 하루를 제게 베푸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착한 일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빛같이 신선하고 빛과 같이 밝은 마음으로
누구에게나 다정한,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고
내가 있음으로 주위가 좀 더 환해지는,
살며시 친구 손을 꼭 쥐어주는,
세상에 어려움이 한 두 가지랴.
사는 것이 온통 어려움인데 세상에 괴로움이 좀 많으랴.
사는 것이 온통 괴로움인데,
그럴수록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착한 일을 해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서로서로가 돕고 산다면
보살피고 위로하고 의지하고 산다면
오늘 하루가 왜 괴로우랴.
웃는 얼굴이 웃는 얼굴과 정다운 눈이 정다운 눈과
건너보고 마주보고 바라보고 산다면,
아침마다 동트는 새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우랴
아침마다 눈을 뜨면 환한 얼굴로
어려운 일 돕고 살자, 마음으로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박목월 朴木月 시인(1916-1978)
경북 경주 출신. 1936년 문장지의 추천으로 등단, 청록파의 일원으로서 향토적 서정이 진한 시들로 김소월, 김영랑과 함께 한국적 가락의 순수 시인으로 유명하다. 후기에는 기독교 신앙을 갖고 하나님 앞에서의 인생의 의미를 겸허히 반추하는 시들로 많은 감동을 주었다. 대표작으로는 <나그네><청노루><산도화> 등이 있고 시집으로는 <청록집>(1945) <산도화>(1955) <경상도의 가랑잎>(1968) 〈구름에 달 가듯이〉(1975) <크고 부드러운 손>(1979) 등과 동시집으로 〈동시집〉(1946) 〈산새알 물새알〉(1962) 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시〉(1956) 〈여인의 서(書)〉(1959) 〈밤에 쓴 인생론〉(1966) 등이 있다. 1955년 아세아 자유문학상, 1969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1972년 국민훈장모란장, 1975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