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엇이 퍼스트인가?_정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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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엇이 퍼스트인가?

< 정규환 목사_합신 7회, 전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한국책임자 >

 

하나님이 퍼스트라는 것을 믿는다면 성경 말씀대로 나누며 살아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즉시 했던 일성은, “아메리카 퍼스트!”였다. 그러나 그가 말한 퍼스트의 개념은 모든 면에서 존경받을 만한 일등 국가를 만든다는 고상한 차원의 퍼스트가 아닌 것 같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가장 잘 사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미국의 이익만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뜻의 퍼스트를 말한 것이리라. 특히나 정치 군사력보다 더 집중하는 것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경제력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돈과 경제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 궁금하다. 알다시피 돈은 악마와 같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 유혹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삶과 인격을 잃어 가는지 모른다. 성경은 말한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디모데전서 6:10).

   다시 강조컨대 돈과 경제는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어디서든 가난한 자들에게나 경제적 후진 사회에서는 경제 문제 해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결조건이라고들 한다. 그 빈곤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상실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식주 문제는 세상 어디서나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이긴 하다. 그렇더라도 돈과 경제는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수단이며 과정일 뿐이다. 돈과 경제가 인생의 목적 자체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끝없이 소유하기를 원한다. 소유욕은 한계가 없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그 사회도 병들게 한다.

   역사가들은, “로마가 왜 무너졌는가?” 물었다. 답은 어렵지 않다. 물려받은 돈과 경제가 풍요로우니 일을 하지 않고 사치와 향락으로 치달은 도덕성의 빈곤이 로마의 종말을 가져 온 것이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간답게 바르게 사는 일은 포기하고 주어진 유산으로 흥청대며 인생을 사는, 이른바 놀고먹는 젊은이들이 진정한 의미로 성공하거나 행복한 인생을 사는 예는 많지 않다.

   돈과 부의 가치는 개인과 사회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가난한 가정과 경제 후진국의 빈곤층에게는 경제적 가치가 1차적인 선결문제이다.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거나 경제적으로 중산층이 많이 형성되면, 돈과 부는 가족과 이웃과의 공유에서 행복을 창출케 한다. 그것이 나누면서 더불어 사는 경제관이다.

   1962년 봄, 하버드대 초청 강연에서 당시 미국의 대표적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가 학생들에게 했던 말은 이렇다. “지금 여러분들은 선조들의 업적을 이어받아 세계에서 가장 여유로운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다. 만일 여러분들이 ‘이 부를 우리끼리 즐기자!’라든지 ‘미국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미국은 부도 유지하지 못하며 경제적 가치도 더 창조해 내지 못한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부를 세계 가난한 나라에 베풀어야 한다.

   그래서 세계 모든 나라들이 더불어 잘 사는 나라가 되면, 도움을 받은 그 나라들의 도움으로 미국은 더 많은 부를 누리면서 인류에게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고 충고하였다. 이런 점에서 되짚어 다시 묻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무엇을 위한 퍼스트인가? 미국의 경제가 지금 그토록 어려운가? 경주의 최부자처럼 이렇게 말하면 안 되었을까?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은 우리 집의 책임이다.”

   뉴욕 한인상가연합회장이었던 분이 했다는 말이 있다. 뉴욕에서 한국인들의 상거래는 자기 이익만 따지므로 다양한 인종들과의 거래가 안 되고,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 결국 한두 번 거래로 끝나 버린다 한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서로 간의 이익을 타산해 보고 그 이익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상거래가 지속 가능해진다. 또한 영국인들은 내가 얼마나 이익을 주면 우리 물건을 쓰겠느냐고 상담해 온단다. 그래서 결국은 영국인들이 그 상권을 거의 다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만 퍼스트”라고 내세우면 다른 존재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단 말인가? 다른 편도 생각하며 서로의 유익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개인과 사회, 국가가 될 때 성숙하다 할 수 있다. 그를 위해서는 내게 있는 것을 나누는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경 말씀을 들어보라.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잠언 11:24).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선을 행하고 선한 사업을 많이 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며 너그러운 자가 되게 하라”(딤전 6:17-19). 이 말씀들은 개인이나 교회나 사회, 국가에 다 적용되는 말씀이다. 놀부나 스크루지처럼 내 이익만을 움켜쥐는 사고방식과 생활, 그런 사회구조, 국가 정책은 선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가 하나님을 어떻게 믿고 사는지는 잘 모른다. 기독교계의 지지를 많이 받는다니 더더욱 성경 말씀에 유념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무엇이 퍼스트인가? 우리는 하나님이 퍼스트이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러나 하나님이 퍼스트라는 것을 믿으며 산다면 성경 말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결코 경제만이 퍼스트라거나 내 나라만이 퍼스트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새해에는 나누는 삶이 퍼스트라고 믿는 사람들과 그런 국가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