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방문 선교 수기-베트남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사람들_최현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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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땅에 단비를-방문 선교 수기 

베트남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사람들

< 최현재 목사_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남가주노회 > 

 

표시도 흔적도 없을 사역예수님의 십자가의

그 은혜를 되새기며 말없이 걸어가기를

   베트남의 호치민 탄션넷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처음 접하게 되는 공산당 군 관계자들의 태도는 매우 불손하게 느껴졌다이들의 태도를 보며 공산 치하에서 은밀하게 믿음을 지키며 살아야하는 성도들의 삶을 떠올려 보았다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당국으로부터 여러 불이익을 당하며 살아가야 할 텐데… 교회란 간판조차 내걸지 못하는 지하교회와 등록된 교회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공존하는 교회 형태이다필자가 방문하였던 교회는 전자에 속해 외부에는 간판도 없다.

   필자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성도들뿐 아니라 주변의 믿지 않는 이웃들도 모여든다이런 저런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 온 환자들에게 강의와 진찰도 하며 그들의 아픔을 위로한다통증의 이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그 질고들을 피할 수 있을지 등을 강의하는데 레위기 11장의 그 방법을 도입한다. 2절에 “ 육지의 모든 짐승 중 너희가 먹을 만한 생물은 이러하니….” 당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왜 구체적으로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강조하셨을까그들의 형편과 사정을 아시는 주님께서 단순 명령의 형태로 말씀 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강의의 전제는 하나님께서 면역이라는 가장 위대하고 힘 있는 의사를 우리 몸에 두셨다는 것이다그 면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많은 질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이런 내용의 강의 후에 치료가 이어진다이 교회 저 교회를 방문하며 강의와 설교 중에 필자는 지난 16년 동안의 사역 중아프리카와 필리핀인도 등지에서 만나 치료하였던 청각 장애자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 했다그때 온 성도들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그 청년은 청각 장애자였다설교 후 그 청년을 앞으로 불렀다. 13세 때에 심한 고열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강한 항생제를 투여로 고열은 내렸지만 그 이후 청력은 모두 잃고 말았다고 하였다.

  

   한 통계에 의하면 인도의 청각 장애자의 수는 약 600만 명필리핀은 약 250만 명이라 한다다른 나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유추해 본다한 인도의 부자 사업가가 이 문제에 의문을 가졌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청각 장애자들이 많을까?” 실제로 필자가 인도 비사카파트남 및 콜커타 순더반 지역 등을 방문하였을 때 마을마다 청각장애자학교 간판(School for the Deaf)들이 있었다그는 자신의 사재를 들여 많은 연구원을 고용하여 역학 추적 조사를 실시하였다결론은 항생제의 무리한 투여가 청각 장애의 원인이라는 점이었다

   이 시대에 약물 남용으로 생기는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범람하는 각종 환경 호르몬들화학 약물 등 오염 물질들이 음식과 공기 등을 통해 몸의 면역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그런데 부작용이 많은 약물을 오용하거나 과다 투여하여 몸의 방어 기능을 무력하게 만드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가우리는 이 점에 유의하며 많은 불량 음식들을 절제하고 자연 속의 과일채소곡물 등을 잘 섭취하는 일로서 현대의 많은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청년을 앞에 불러 눕혀 치료를 시작하는데 온 교인들이 필자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어 지켜본다혹시 치료를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어찌할까?” 염려한다면 얼마나 큰 부담이 되었을까그러나 이러한 치료가 예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란 그동안의 믿음이 있었다주시하는 교인들에게 이 점을 분명히 밝히며 오해가 없기를 당부했다놀랍게도 그 청년은 치료 40분이 지났을 때 약간 들리기 시작한다고 했다귀 주변에서 손바닥을 쳐 보고 목소리로 확인도 하면서 여러 방법으로 청각의 정도를 점검하였다어떻게든 그 청년이 들리기 시작한다면즉 조그만 변화가 시작되었다면 큰 희망이 있었다청년이 일상생활에서 청각이 점차 회복되어 모든 영광과 감사를 주님께 돌릴 수 있다면 그것이 필자가 가장 원하는 바이다.

   이번 베트남 여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또 있었다한 빈민가의 가정교회를 방문했는데 그 중 어떤 할머니와 딸이 허리가 아프고 두통이 심하다며 도와달란다이때 그 교회 목사님께서 지난주일의 청각 장애자 치료 사역을 소개하였다마침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와 딸이 자신의 아들을 당장 데려와야겠다며 일어섰다그 할머니는 손자와 딸이 교회에 출석하며 예수님을 믿는 것에 심한 불만을 쏟으며 한 평생 핍박하고 교회 출석을 막았다고 한다약 한 시간 후 저녁 8시경 딸이 아들과 함께 왔다아들은 24세 청년으로 역시 갓난아기 때 고열이 있었고 항생제 투여 후 청력을 잃었으나 오른쪽 귀는 약 15퍼센트 정도 간신히 들리는 정도였단다엄마는 아들이 13세쯤에 말을 안 듣는다고 화가 나 뺨을 심하게 후려 갈겼다 한다그 후 아들은 그나마 희미하게 들리던 한 쪽 귀의 청력마저 잃어 완전히 못 듣게 된 것이다.

   사정을 듣고 필자의 마음이 안타까워 그 가족을 치료하기 전에 할머니 이제 제가 당신이 사랑하는 손자의 청각을 치료하려고 합니다이제 치료 전에 나와 당신의 딸손자가 믿는 하나님께 먼저 기도를 한 후에 시작할 것인데 우리와 함께 우리의 신이신 하나님께 기도를 함께 해 주실 수 있겠어요?”라고 부탁하였다할머니는 망설이다 결국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필자는 할머니와 손자의 손을 포개어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아들과 엄마와 할머니온 가정을 위한 주님의 은혜를 갈구하던 중 엄마의 흐느낌이 들렸다그 슬픔과 서러움이 복받쳐 내장이 끓어오르는 듯 신음 소리 같은 흐느낌이 계속되었다.

   지난 24년 동안 아들과 얽힌 사연과 기억들그나마 들리던 한쪽 귀마저 자신이 심하게 뺨을 때려 못 듣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기도 후 치료를 마치고 약 40분이 지났을 때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다는 표현을 하였다참으로 놀랍고 주님께 감사했다사역을 다 마친 후에 청년이 말했다. “제가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믿은 후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기도하며 찾던 중 나와 같은 청각장애자 청년들이 눈에 띄어서 그들과 SNS를 통해 만나기 시작했습니다정기적인 교제 모임을 만들어 이제 약 40여 명이 되었습니다혹시 내년에 베트남을 재방문하면 이 친구들을 치료해 주실 수 있나요?” 필자는 내년에 다시 방문할 테니 그 청년들을 다 모아 강의와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봅시다라고 대답해 주고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인도와 필리핀의 청각장애자들이 그렇게 많다면 베트남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이렇듯 많은 장애자들은 어떤 회복을 기대하기보다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사는 일 이외에는 없다고 여긴다그러나 필자는 그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단코 포기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실제 회복된 사례들이 많기에 더욱 그러하다이러한 경험들을 하며 눈길을 청각 장애자들의 세계로 돌려 그들을 죽을 때까지 섬긴다 해도 어떤 표시가 날까별 표시도 흔적도 없을 사역이지만 오늘도 우리 주 예수님의 십자가의 그 은혜를 되새기며 말없이 계속 이 길을 걸어가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