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샘 터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지금은 시골 어디에나 상수 시설이 좋아 편히 물을 사용하며 산다. 하지만 마을 공동 우물이나 샘터에서 물을 길어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그 힘든 샘터의 일은 대부분 여인들이 감당했었다. 소위 남정네들은 우물가에 안 나가는 게 체통을 지키는 거라는 통념 때문이었을까. 여하튼 물동이를 이고 새벽부터 샘터에 도착한 여인들은 안개 속에서 두레박을 내렸다. 그리고는 혹시 물 위에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이물질들, 나뭇잎이나 먼지들을 이리 저리 흩어 치우고 가장 깨끗한 물을 퍼 올리려고 애를 썼다.
그렇게 끌어올린 물을 동이에 담아 집으로 운반해 오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여러 번은 힘든 일, 내친김에 가득 채워 와야 했기에 무거운 물동이를 머리에 인다는 것은 여인들에게는 큰 고역이었을 터이다.
짚으로 만든 똬리를 머리에 얹고 그 위에 물이 찰랑찰랑 넘치는 물동이를 얹었는데 보통 혼자서는 힘들어 다른 이웃들이 올려 주곤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균형을 잡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혹 비탈이거나 돌쩌귀 많은 고샅일 경우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위태로운 길을 우리의 어머니들은 물동이를 이고 비틀대며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좋은 물을 마시게 하려고 정성껏 새벽 일찍 샘터에 나가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헤아려 본다. 그 물은 하나님이 삼손에게 주셨던 엔학고레의 생수요 세 용사가 다윗을 위해 목숨을 걸고 블레셋 진영을 돌파하여 갖고 온 생수와 같다.
우리에게 귀한 생수를 공급해 주시는 예수님의 절절한 마음이 다가온다. 참 사랑의 물. 자신을 희생하여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정갈한 생명수 아닌가. 어느 날인가 어머니의 뒤를 따라가 보았던 그 안개 자욱한 샘터를 오래 가슴에 담고 산다. 첫새벽에 누군가를 위해 물을 길어 오는 마음으로 사명을 받드는 그대는 존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