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화탐방| 빛들목 – 사진을 찍는 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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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쏟아지던 날빛들목 회원들이 본사 근처 종로로 모였다마치 아날로그

사진 한 컷처럼 옛날 색이 물씬 나는 카페에서 커피 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독교문화탐방   

– 사회 및 정리편집국장 좌담고순철김인석이종섭조대현 목사 (가나다 순)

  

 빛들목이란 이름이 재미있다.

 빛들목이란 빛(포토스)의 나들목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목사들이라는 중의를 갖는다드나드는 일상에서 틈나는 대로 사진을 찍고 온라인 단체 방에서 서로 나누며 즐거움을 찾는 모임이다본격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목회 중에 서로 마음이 통해 모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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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철 목사.jpg 

 목사들이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것이 의미 있어 보인다.

 목회의 긴장을 푸는 법은 운동레저 등이 있지만 우린 비교적 간편 소박한 사진 활동으로 교제와 휴식을 누리니 보람이 있다.

 사진 예술을 처음 만난 동기와 사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내 경우 2003년 DX6490 카메라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했다작은 뷰파인더로 평소엔 못 보는 다양한 세계를 보는 것이 좋았다내게 사진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시각을 찾는 것이다일상의 단조로움을 벗어나 렌즈를 통한 피사체와의 교감이 좋다사진은 렌즈를 통한 피사체와의 인터뷰이다.

 때 국전 미술 전시회에서 사진을 접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그 후 엔젤 아담스나 배병우의 사진들을 보며 매료되었다카메라가 없어 갈증을 느끼다 군 입대 전 사진병과로 가려고 사진 공부를 좀 깊이 했다뜻대로 안됐지만 기초 지식에는 도움이 되었다내게 사진은 하나의 놀이다해방구라고 할까지금은 고가의 카메라를 소유코자 하는 집착 없이 스마트 폰으로 즐거움을 누린다.

 그림이 좋아 잘 그려 보고 싶어 했는데 실력이 없었다사진을 접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문화센터에서 초중급 강의를 들으며 본격 가까이 했다많은 도움을 받았다교회 개척 전에는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곤 한다. DSLR이 나와 예전보다는 수월히 다룰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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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석 목사.jpg 

 초등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부조 작업을 하시는 걸 보고 자라 미술적 감각은 조금 있었다집안에 슬픈 일들이 많아 외로웠다그걸 극복하려고 혼자 자연과 대화하며 사진에 빠졌다중학교 이후 카메라를 샀는데 정서적 위로와 존재감 확인 수단이었다도서 등을 통해 독학을 했다지금 내게 사진은 늘 비슷한 일상 속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케 하는 친구이다예전엔 자연의 이야기를 감상하고 가져 왔는데 지금은 내 메시지를 담는다더 진지해지고 성숙해진 것 같다.

편 빛들목의 사진들에 개성이 잘 보인다조목사님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안정되게 잘 표현한다.

 대상의 입장을 먼저 살핀다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보여지기를 원하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컷을 찍어 본다이때 구도와 화이트발란스를 조정해 가며 대상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을 얻고자 노력한다대부분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너무 선행되면 대상 고유의 특성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먼저 그 대상만의 느낌을 잘 표현해 줌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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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목사.jpg 

 이목사님의 작품은 순간 포착과 메시지가 강하다십자가 연작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발견한 포인트가 드라마틱하다.

 사실 테마 중심의 작업이 내게는 궁여지책이다좋은 카메라로 좋은 곳에 출사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되니까 그저 일상의 동선 속에서 스마트 폰으로 작업하는 것이다그래서 관점을 갖고 사물을 재해석하는 일련의 작품들이 나온다.

 사소한 것을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빚어내는 건 놀랍다반면 고 목사님은 스케일이 크고 회화적이다.

 나는 섬세한 스냅 스킬보다는 일상에서 포착되는 순간에 몰입되어 크게 한 건하는 스타일이다문득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을 추구한다고나 할까미술에 대한 갈망 때문인 듯하다.

 김목사님의 작품도 요즘 예사롭지 않다.

 나도 일상의 모든 사물과 상황을 보며 영감으로 떠오른 것을 담아 내려 한다.

 조목사님이 풍경 전문 출사형이라면 김목사님은 작은 대상을 자연스레 포착한다예술성이 뛰어나다.

 접사를 좋아하다 보니 작은 것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진 속에 따뜻한 눈물이 들어 있다시와 사랑이 묻어 있다.

 맞다그런 면에 정서적 동감을 하며 담아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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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목사.jpg 

 사진만으로 비유하면 김목사님은 문학가이목사님은 철학자고목사님은 미술가조목사님은 전형적 사진작가이다다양성이 있어 좋다빛들목으로 모이는 의미는 무엇일까?

조 사진은 혼자도 가능하나 혼자만은 자기 세계에 빠져 다양성을 잃기 쉽고 또 여러 가지 팁을 얻을 수 없다타인의 평가를 겸허히 받는 노력 없이는 깊이 있는 사진을 얻기 어렵다아마추어 동호회지만 향상되는 작품에 서로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목회 중 서로 격려하며 창조 세계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활동이 멋져 보인다.

 빛들목을 통해 배우고 발전해 가는 것이 참 좋다목회에도 이런 정서가 큰 위로가 된다또 저비용의 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면 되고 온라인에서 만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실제 사진은 목회에도 도움이 된다성도들의 가족사진부터 교회 행사의 모습들과 또 연로한 성도들의 영정 사진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또 사진은 목회로 지친 심신을 잠시 쉬게 한다풍경은 마음을 넓혀 편안한 마음을 주고 접사는 집중하여 생각을 정리하게 해 준다목회자들의 정서에 더없이 좋다.

 오프라인 만남은 어떻게 하는가?

 바쁘지만 계절에 한 번은 만나 대화한다특히 사진전에 동행하는데 지난 1월에 스미소니언 사진전, 2월에 마이클 케나 사진전, 5월엔 자끄 앙리 라띠끄 사진전을 함께 관람했다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서로 더욱 친밀해진다.

 빛들목 사진전 계획은 없는가?

 첫 전시회를 하고 싶긴 하다작품은 얼추 준비되어 있는데 액자화 작업도 필요하고 좋은 장소를 임대해야 한다서로 논의 중이다.

 

빛들목 회원들은 대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너무 의미심장한 모임보다는 하나님이 주신 은총을 함께 누리는 빛들목 같은 류의 목회자들의 건전한 문화 모임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자끄 앙리 라띠끄가 남긴 한마디를 덧붙인다.

 

내가 사진을 찍는 유일한 이유는 

그 순간 행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