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고귀한 눈물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낡아 버린 밥솥의 뚜껑에 흥건히 맺힌 이슬은 온몸으로 뜨겁게 밥을 지어 바친 눈물이다. 흐릿해진 형광등에 돋는 검은 자국도 가슴을 태우며 어두운 방을 밝혀 준 눈물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 나를 위해 흘린 눈물들이 있다. 그 일생의 진액을 짜서 나를 위해 산화하며 흘린 고귀한 눈물들.
한 인간의 삶의 여정에는 대부분 누군가의 희생과 섬김이 있다. 돌아보라. 나와 그대의 지나온 생을, 그 생의 뒤안길을.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헌신을 아끼지 않은 조상과 부모와 형제자매, 친척들, 친구들, 동료들이 있다.
그러므로 작은 일을 이루었다고, 조금 살 만해졌다고, 행복하게 되었다고 그게 다 자신의 공이라 생각한다면 턱없는 착각의 과잉이다. 최근에 끝난 선거로도 쉽고 분명히 얻는 교훈이다. 도우미들, 숨은 공로자들, 지지자들, 그들 덕분에 당선자가 있는 것처럼 숱한 눈물이 뿌려져 내 인생의 화분에 꽃들이 이렇게 피어난 것이다. 나만을 위해 달려온 인생이었다면 이제 나를 위해 섬기고 희생했던 가족과 지인들의 그 공과 은덕을 기억하라.
기고만장하지 말자. 참으로 교만할 일이 아니다. 인생도 사회도 나라도 국제사회도 그렇다. 남의 눈물을 먹고 살진 자들, 타국의 도움으로 번영한 나라들. 이제는 역사와 주위를 돌아보며 겸손해져야 한다. 우리와 우리 후대까지 이만한 신앙과 윤택함과 자유와 민주주의와 행복을 누리는 것은 희생하고 헌신했던 자들 덕분이다. 6.25가 그렇고 6월 민주 항쟁이 그렇다. 6월은 개인적이든 국가적이든 자신을 바쳐 우리를 지키고 도움을 준 숭고한 분들을 기억하며 감사를 표하는 시절이 되어야 한다.
나를 위해 자신을 바쳐 세월 속에서 낡아지고 흐려지는 것들을 다시 생각하라. 그런 역사와 사람들, 가족들, 이웃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실천할 것인가. 이제는 나와 그대의 차례이다. 그 눈물의 의미를 깨달았다면 대답해 보자. 나는 병아리 눈물만큼이나마 누군가를 위해 고귀한 눈물을 흘리며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