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신앙| 감사는 고백이며 훈련의 열매이다_최현갑 목사

0
169

<생각하는 신앙>  

감사는 고백이며 훈련의 열매이다

< 최현갑 목사, 예닮교회_강원노회장 >  

 

748-6.jpg 

조건과 환경에 상관없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감사 

   지난봄은 목련과 벚꽃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피었었다그러나 장미 대선 후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 적잖이 편치 않은 마음으로 여름을 맞이한다.

   교회를 개척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목회한다고 뛰어다녔는데 벌써 19년이 되었다생각해 보니 개척한 후 8년 쯤 되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마음도 지칠 대로 지치고 몸도 여기저기 병원을 의지해야 하는 형편이었다이렇게 개척교회를 섬기다 보니 빚도 만만치 않아 많은 고민과 목회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기까지 했었다마음 한편에선 목사로서 부끄럽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기쁨이나 감사보다는 불평으로 하루하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억지로 교회를 지켜야만 했다아내는 그런 나를 보다 못해 외국에 선교지 방문을 다녀오라고 했다후에 알게 되었지만 그냥 두면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빚을 내서라도 쉬는 시간을 갖게 해 주어야겠다는 심정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그렇게 아내의 배려로 선교지를 방문한 것은 내 목회에 전환점을 가져왔던 시점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방문하게 됐는데 그곳은 시내에서 약간만 외곽으로 나가도 내가 어릴 적 자랐던 시골집보다 훨씬 더 힘들고 초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지금 나의 목회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를 실감하며 부끄러움으로 내 자신에게 반성의 시간들을 갖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다시 돌아와서는 개척할 때의 심정으로 힘을 내어 먼저 감사를 고백하는 훈련을 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내며 걸어왔다지나 온 날들 속에 하나님께서 때마다 채우시고 어루만지시는 은혜를 베푸셨음에 하나님께 감사의 무릎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성경은 많은 곳에서 감사하라고 말씀한다감사는 좋은 일이나 행복한 일들이 생겼을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백이다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감사는 그 이상의 감사를 해야 함을 성경을 통해 알게 된다감사한 일이 있을 때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하지만 감사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 구원의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은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으로 섭리하시고 통치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할렐루야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 106:1). 바로 그것이 조건과 환경에 상관없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감사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롬 7:25).

   심리학자 제임스 깁슨(James J. Gibson)은 다른 공부보다 먼저 감사할 줄 아는 방법부터 배우라감사의 기술을 배울 때 그대는 비로소 행복해진다라고 했다전광 목사의 평생감사라는 책에서도 행복하면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면 행복하다라고 말한다감사는 고백이며 훈련의 열매라는 생각이 든다.

   목회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내가 사랑해야만 할 사람이 사랑해지지 않는 점이었다마음으로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사랑해야지 하는데 나를 비방하고 배신하며 떠나는 사람들까지도 끝까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 사람 때문에 내가 훈련되어 지금 이렇게라도 서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감사함과 더불어 오랜 숙제를 풀어 가는 신비함을 체험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목회자로 부르신 그 부름에 의지하여 지금껏 걸어온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가야하는 사명의 길에서 더 많은 현실적인 고민과 불평할 일들이 다가올 것도 분명하다그러나 내가 지고 가야 할 십자가이기 때문에 감사할 수 없는 조건에서도 말씀을 붙들고 감사하며현실적인 고민의 훈련들을 잘 감당해서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구원의 감격을 감사로 물들이는 은혜가 늘 풍성했으면 좋겠다.

   오래전 나는 장신교단에서 목회를 하다가 합신교단과 하나가 되면서 합신의 사람이 되었다합신 목회대학원이 좋아서 공부도 하고 개혁주의 목회자로서 자부심을 가지며 목회를 하고 있다하지만 개혁을 말할 때 개혁주의를 위한 개혁이 아닌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하나님의 뜻을 향한 좀 더 따뜻한 개혁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구원의 은혜에 참여한 감사가 먼저 늘 풍성히 흐르는 가운데 부족하면 기다려 줄 줄 알고틀렸다고 소리부터 높이기보다는 시간이 좀 걸려도 너그러운 인간미와 온유함으로 차근차근 개혁해 가며 감사의 고백과 훈련의 열매로 물들여지는 따뜻한 개혁주의 합신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