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년기획| 현대 선교학의 동향_김학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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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신년기획 / 최근 세계 신학의 동향과 한국적 현황 <7>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해를 맞아 본보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교수들을 통해 최근의 세계 신학의 동향을 알아보고 한국 신학계의 대응과 현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현대 선교학의 동향

< 김학유 교수, 합신 선교학 >

현대 선교 사상의 흐름을 요약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로잔 운동을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 선교 사상이라고 할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세계 교회 협의회(WCC)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선교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를 기반으로 유일하신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회개와 믿음, 영혼 구원과 교회 개척을 위한 전도 사역, 하나님 나라의 초월성(transcendency), 그리스도의 재림과 심판 등을 강조한다. 반면에 후자는 성경의 오류를 인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연관된 주제들을 생략한 채 정치적 해방, 경제 정의, 착취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타종교와의 대화, 종교 다원주의, 인간화, 선교사 모라토리움 등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는다.

1. 로잔 운동과 WCC 선교 사상의 대립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제3차 로잔 선교대회가 있었다. 로잔 위원회는 이 대회의 결과물을 케이프타운 서약’(The Capetown Commitment)이라고 명명하였다. 이 선언문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발표된 로잔 언약’(Lausanne Covenant)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표된 마닐라 선언’(Manila Manifesto)의 연속선상에서 발표된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는 로잔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구체화한 서약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주체가 되어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는 것이 선교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문서는 21세기 교회가 당면한 사회적 변화를 직시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전략들을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반면, WCC2013년 부산에서 제10차 총회를 열고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모임을 가졌다. 그들의 선교 사상은 이번 주제에서도 잘 드러나 있는데 그들이 언급하고 있는 정의와 평화는 그리스도의 구속과 그 열매로 맺혀진 정의와 평화가 아닌 매우 인본주의적이고 다원주의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인 정의와 평화를 의미한다. 그들은 우리는 우리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고 서로 배움으로써 정의와 평화를 위해, 그리고 아름답지만 한편 상처받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통전성을 보존하기 위해 함께 일하도록 부르심 받았음을 점점 더 깨달아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는 무국적자들의 인권에 대해 결의하기를 “WCC는 무국적자들의 이슈를 다가오는 제 11차 총회까지 WCC 프로그램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생명 보호 운동에 관하여는 생태적인 회중” (eco-congregation)녹색 교회”(green church)를 지양해야 할 것을 강조했으며, 경제 정의를 세우는 일에 교회들이 집중적으로 헌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곤과 불평등 및 환경 파괴에 관하여는 WCC와 회원 교회들이 민간 운동 및 시민 사회의 협력 단체들과 연합하여 함께 맞서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2. 진보적 선교 사상의 역사적 뿌리

    에딘버러 선교대회(1910) 이후로 세계 선교 신학은 크게 둘로 나뉘어졌다. 에딘버러 선교 대회가 끝나고 전통적인 복음전파(전도)와 선교를 강조하는 복음주의 계열의 선교 신학과 기독교와 타 종교 사이의 연속성(continuity)을 인정하고 타 종교와의 대화를 부르짖는 진보적인 계열의 선교신학이 등장하게 된다. 에딘버러 선교 대회 이후로 전통적인 선교 개념이 서서히 쇠퇴하면서 진보적인 선교 사상이 차츰 득세하게 되는데, 이러한 진보적인 선교 사상은 세계 선교사 협의회’(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를 통하여 차츰 구체화되고 발전되어 갔다. 타 종교에 대해 지나치게 열린 자세를 지니고 있던 IMC는 종교 다원주의적 사상을 점차 확대해 가는 한편 현실 정치에 직접 참여함으로서 정치화 되어갔다.

   IMC의 이러한 진보적 선교 사상이 1952년에 이르러 매우 구체화되는데, 그 해 독일의 빌링겐(Willingen)에서 열렸던 IMC 선교 대회에서 선교 사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선교 사상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용어가 처음 공식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들은 교회가 선교를 주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정치, 경제, 문화의 각 영역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교회가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선교가 더 이상 교회의 전유물이거나 고유한 사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적 부조리를 물리적 힘을 통하여 해결하고, 경제적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착취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사회 구조를 개혁하고, 사회적 압박과 억눌림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곧 선교라는 것이다.

   그들은 교회가 선교 사역의 궁극적인 목적이 영혼 구원과 교회 개척이라는 편협한 선교 개념에서 벗어나서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일하고 계신 하나님의 선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IMC의 이러한 진보적 선교 사상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WCC의 선교 사상은 총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으로 변해 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WCC 선교 신학은 노골적으로 종교 다원주의적 입장을 지지하게 되었고, 더 강한 인본주의적 색체를 띄게 된다.

3. “케이프타운 서약과 부산 선언문의 선교신학

1) 성경의 권위

   케이프타운 서약은 성경의 권위와 절대성을 전제로 선교 신학을 전개하는 반면 WCC는 성경을 많은 정경들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며 그들의 선교 신학을 펼쳐간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행위를 주관하는 궁극적이고 유일한 권위로 성경을 따른다. 우리는 성경이 구원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하나님의 능력임을 엄중히 선언한다. 우리는 성경을 능가하는 또 다른 계시는 존재하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기록된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임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고백한다.

2) 종교 다원주의

   케이프타운 서약은 종교 다원주의를 거부하고 기독교에만 구원의 진리가 숨겨져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세주임을 믿는 반면 WCC는 모든 종교에 구원의 진리가 포함되어 있으며 어느 종교를 믿어도 영원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종교 다원주의의 압력에 굴복해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타협하도록 유혹받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처럼 예언자들과 예수님의 회개에의 요청을 듣고 다른 신들을 버리며 하나님 한 분만 사랑하고 예배하기 위해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으심을 통해 우리를 대신해 모든 형벌과 수치를 당하심으로 우리의 죄값을 온전히 치르셨고 죽음과 악의 권세를 물리치고 모든 피조물을 위한 화해와 구속을 성취하셨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복음의 핵심을 구성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강조함은 물론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하나님의 심판을 수행하고 사탄과 악과 죽음을 물리치며 하나님의 우주적 통치를 실현하실 것을 가르친다.

3)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케이프타운 서약이나 WCC나 공히 하나님의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하나님이 선교의 주체시고,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선교 목적을 수행하러 오신 분이고, 성령은 두 분이 이루신 선교 사역을 현 시대에 적용하고 수행하는 분이라는 의미에서 하나님의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WCC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변혁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행위 전체를 가리켜 하나님의 선교라고 부른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교회 중심의 선교’(church-centered mission)를 강조하는 반면 부산 선언문은 선교 중심의 교회’(mission-centered church)를 강조하고 있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성경 전체가 십자가의 보혈을 통해 화해를 이루신 그리스도가 하늘과 땅의 모든 것들을 하나 되게 하고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를 찬양케 하는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말한다.”고 고백한다.

4) 총체적 선교

   케이프타운 서약과 부산 선언문은 공히 총체적 선교’(wholistic mission)에 대해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두 문헌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총체적 선교가 예수를 믿음으로 인해 구원 받은 자들의 삶과 행위의 열매임을 강조한 반면 부산 선언문은 총체적 선교를 감당해야 하는 이유를 예수와의 인격적인 만남의 열매가 아니라 매우 도덕적이고 인본주의적인 동기에서 찾고 있다

   믿음의 열매로서의 사회 참여와 모든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연약한 도덕적 양심을 통한 사회 참여는 그 열매의 크기와 변화시키는 능력에 있어서 매우 다른 효과를 나타낼 것이 분명하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복음 전도는 하나님과의 화해를 위해 개인적으로 그리스도께 나아오도록 설득하는 것이며, 동시에 구세주이자 주님이신 역사적이고 성경적인 그리스도에 대한 선포이다복음 전도의 결과는 그리스도에 대한 순종,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연합, 그리고 세상에서의 책임감 있는 봉사 등을 포함한다우리는 복음 전도와 사회적, 정치적 참여 모두가 그리스도인의 의무임을 확증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5) 미전도 종족

   부산 선언문에는 미전도 종족’(unreached people) 선교에 관한 언급이나 관심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는 반면 케이프타운 서약에는 미전도 종족 선교에 대한 내용이 매우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미전도 종족 선교에 대한 관심과 주장은 제1차 로잔 대회에서 맥가브란(Donald McGavran)과 윈터(Ralph Winter)에 의해 제시되었던 주제였는데 거의 사십 년이 지나서도 재차 강조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미전도 종족 선교를 향한 로잔 운동의 관심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미전도 종족에 대한 관심을 조금도 담고 있지 않은 부산 선언문과는 매우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미전도 종족들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긴박성을 갖지 못했던 것을 회개한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자신들의 언어로 갖지 못한 종족을 대상으로 한 성경 번역 사역을 서두른다.”는 케이프타운 서약은 세계 복음화를 향한 로잔 운동의 변치 않는 관심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6) 신학 교육과 선교

   케이프타운 서약에 포함되어 있는 매우 흥미 있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신학 교육을 제공하는 자들이 신학생들에게 신학 교육의 본질과 목적이 선교적이어야 함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다. 신학 교육의 목적이 신학 교육 자체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교회와 세상을 섬길 수 있는 학문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교회와 세상을 바르게 섬기고 보다 효과적으로 섬기게 하기 위해서는 신학생들에게 반드시 선교적 마인드를 심어주고, 나아가 건강한 리더십 훈련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신학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신학 교육은 복음전도를 넘어서는 선교의 일부이다. 교회와 선교 단체들을 이끄는 우리는 신학 교육이 본질적으로 선교적 임을 인정해야 한다. 학문을 가르치는 기관에서는 신학 교육의 목적이 신학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선교를 돕기 위해 신학 교육을 제공한다는 선교적 목적을 의식적으로 확신해야 한다.”

   케이프타운 서약은 세계 복음화를 위해서는 적당히 타협하는 제자도가 아닌 급진적 제자도’(radical discipleship)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신속한 세계복음화를 완수하기 위해서 교회 지도자들이나 성도들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세속에 물들지 않는 철저한 제자도를 실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세계 복음화가 늦어지는 이유를 적당한 제자도나 타협적인 제자도에서 찾고 있다. 교회의 영적 지도자들이 진정한 제자도를 삶으로 보여주고, 성도들이 보고 배운 제자도를 가정과 삶의 현장, 나아가 이웃과 이방인들에게 실천을 통해 보여 줄 수 있다면 세계 복음화의 과업은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신학적 지식과 실천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그 둘이 건강하게 통합되어 세계 복음화의 과업이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김학유 교수 ///

1. 한국 범복음주의 교계는 로잔 언약과 케이프타운 서약에 어떻게 반응했고 이를 얼마만큼 수용하여 실천하고 있다고 보는가?

   한국 교회에 끼친 로잔 언약의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본다. 선교 지도자들과 선교에 관심을 지닌 소수의 목회자들 외에는 로잔 언약의 내용과 실천적 요구에 대해 충분한 상식과 이해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1974년 제1차 로잔 언약이 선포되었을 때만 해도 한국 교계가 세계 선교와 복음화에 상당한 열정과 관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로잔 언약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깊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989마닐라 매니페스토2010케이프타운 서약이 발표된 이후의 반응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냉담했다. 몇몇 선교단체나 교회들을 제외하고 로잔 언약의 정신을 바르게 실천하는 교회들은 많지 않다고 본다.

2. 케이프타운 서약의 교회 중심의 선교’(church-centered mission)와 부산 선언문의 선교 중심의 교회’(mission-centered church)를 비교하여 더 설명한다면?

   ‘교회 중심의 선교라는 말의 의미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계시와 구원의 비밀이 교회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에 교회만이 선교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구원의 비밀을 간직한 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역이라는 말이다. 반면 선교 중심적 교회라는 말은 영혼 구원이나 영생과는 무관한 사회 구원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선교는 전통적 의미의 선교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선교를 말한다. 세속적 일들에 관여하시는 하나님의 선교, 즉 정치, 경제, 문화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교회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사역이 영혼 구원이나 영생과 같은 편협한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대 사회적인 일에 직접 관여하여 가시적 변혁을 이끌어 내는 것임을 강조한다. 전도를 통한 영혼 구원을 사회 구원과 맞바꾼 것이다. 전자는 개인의 변화를 통한 사회 변혁을 주장하는 반면 후자는 물리적인 힘을 통한 사회 변혁을 추구한다.

김학유 교수 약력

·총신대학교 신학과(B.A.)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Tyndale Theological Seminary, Netherlands(수학)

·All Nations Christian College, England(M.A.)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USA(Ph.D.)

·Fuller Theological Seminary, School of World

·Missions(Visiting Professor)

<논문>

· 칼빈의 선교신학, 복음서 주석에 나타난 칼빈의 선교사상, 기독교 선교를 위한 신도(Shintoism) 연구

· 칼빈과 17세기 개혁주의 선교신학

· WCC 선교신학 비판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