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봄_박부민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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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편지> 

다시 시작하는 봄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잠깐의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봄이 왔다.

   흙냄새를 맡으며 모두들 밭 갈고 씨 뿌리는 삶의 들판으로 돌아가는 시간.

   생동하는 봄날을 꿈꾸며 긴 호흡으로 인내한 자에게 봄의 교향악은 더 없이 찬란하다.

   이렇게 봄이 오면 만물은 다시 시작한다. 골짜기의 냇물도 다시 흐르고 숲속의 나무들도 꿈틀대며 생명이 약동하는 소리가 온 누리에 가득 찬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것은 지난날을 무작정 묻어 버린다는 것이 아니다. 지난날이 전혀 무의미했다고 자조하거나 과오를 짐짓 모른체 해버린다는 뜻도 아니다.

   그것은 지난날의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며 달라진 새 날을 맞이하겠다는 열망의 표현이다. 그래서 지나간 실패와 슬픔의 비천함에 더 이상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그것은 또 한편 지난날의 영광이나 기쁨이나 성공에 그저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제의 실패와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을 교훈 삼아 더욱 창조적인 오늘과 내일을 열어 가려는 자세이다.

   그러므로 비록 뒤늦게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참으로 겸손한 태도이며 결코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혁이란 성찰과 결단을 통해 앞을 보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발전이란 실패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주저 없이 다시 시작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성숙이란 성공의 기쁨 속에서도 자만하지 않고 꿈을 향해 겸허히 다시 시작하는 자세를 말한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모든 영역에서 우린 언제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개인과 가정과 사회가 날마다 새롭게 되는 길이다.

   꽃피는 봄. 다시 시작하는 새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