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년기획| 말씀과 상황을 연결하는 설교학_이승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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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신년기획 / 최근 세계 신학의 동향과 한국적 현황 <4>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해를 맞아 본보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교수들을 통해 최근의 세계 신학의 동향을 알아보고 한국 신학계의 대응과 현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말씀과 상황을 연결하는 설교학 

현대 설교학의 동향   

< 이승진 교수, 합신 설교학 > 

 

  

현대 설교학의 동향은, 신설교학 운동과 탈자유주의 설교학, 성경적인 설교학, 그리고 목회 리더십과 결합한 설교의 네 가지 흐름으로 발전해 옴 

한국 교회 안에 강해설교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존중하는 영적 권위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교의 중요한 관심사는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logos)을 변화하는 상황(context)을 살아가는 신자들과 교회에게 선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설교학(homiletics)은 불변하는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신학(theology)과 변화하는 상황 속의 회중에게 설득력을 발휘하는 연설에 관한 수사학(rhetorics)이 결합된 학문이다. 성경을 해석하거나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에 담긴 기독교의 핵심적인 교의(doctrine)를 연구하는 이론 신학은 불변하는 진리를 탐구하지만, 실천신학에 속한 수사학과 설교학은 변화하는 시공에 속한 신자와 교회에게 설득력 있는 수사적인 전략과 효과적인 적용 방안을 탐구한다.

   해 아래에서 진행되는 모든 소통(communication)이 의미의 공유(communion)라는 소통의 목적(purpose)을 효과적으로 성취하려면, 이 목적에 부합하는 메시지의 내용(content)과 함께 반드시 설득력 있는 형식(form)이 동원되어야 한다. 소통의 목적(purpose)과 이를 위한 메시지의 내용, 그리고 그 내용을 전달하여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소통 형식(form)3요소가 하나로 결합할 때(55:8-11), 비로소 효과적인 소통을 통한 의미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7, 80년대 북미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설교학에 관한 신학적인 관심과 학문적인 연구 결과물들이 쏟아졌다. 그 배경에는 다음 세 가지 문제의식이 존재한다첫째는 계몽주의와 근대의 합리주의가 등장하면서, 신자들이 예전처럼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설교 메시지를 더 이상 맹목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 현상이 나타났다둘째는 20세기에 비약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전자 미디어의 영향으로 이전에 메시지 송신자(speaker)나 메시지 내용 중심의 소통 구조가 메시지 수신자(receiver) 중심의 소통 구조로 변화하였다. 셋째는 설교학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신학 영역인 성경해석학의 영향이다. 20세기 초까지 맹위를 떨쳤던 역사비평적인 성경해석학이 퇴조하고 60년대 이후 정경비평(canonical criticism)이나 수사비평(rhetorical criticism), 또는 서사비평(narrative criticism)과 같이 문학비평(literal criticism)에 근거한 성경해석학이 등장하면서 문학비평의 영향을 받은 주석서들이 쏟아졌다

   그러자 설교학자들은 새로운 성경해석학의 영향으로 예전의 성경 해석과 설교에서 배제했던 본문의 문학 형식에 부합하는 설교 형식과 구성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전의 성경 해석이 본문의 내용이나 의미를 찾는데 집중했다면, 문학비평적인 성경해석학의 등장으로 본문의 문학 형식과 그 의미를 전달하는 수사적인 전략과 의도를 좀 더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이상의 배경 속에 등장한 70년대 이후 현대 설교학의 기본적인 동향은, 설교 형식을 중요시하는 신설교학 운동과 교회론에 기초한 탈자유주의 설교학, 성경적인 설교 내용을 위한 성경적인 설교학, 그리고 설교의 목적을 고려하여 목회 리더십과 결합한 설교의 네 가지 흐름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첫째, 신설교학 운동(new Homiletics movement)에 속한 대표적인 설교학자들로는 프래드 크레독과 유진 로우리, 그리고 데이빗 버트릭이 있다. 프래드 크래독(Fred Craddock)<권위 없는 자로서>(As One Without Authority)에서 전통적인 연역논리의 설교가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에 익숙한 현대의 청중들에게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청중의 자발적인 청취를 가능하게 만드는 설교 형식으로 귀납식 설교 형식을 제시하였다. 또 유진 로우리(Eugene Lowry)는 설교 준비 과정을 성경의 세계와 청중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놓기(bridge model)나 서론본론결론으로 진행되는 건축술처럼 설교 메시지를 구성하는 개념들의 공간적인 배치의 관점에서 이해했던 전통적인 입장을 비판하였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사건으로서의 설교를 위한 플롯 중심의 내러티브 설교(narrative preaching)를 제안하였다.

   그런데 신설교학자들이 청중의 자발적인 청취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설교 형식들을 제안하였지만, 이들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설교 형식만을 강조하면서 성경 본문이 말씀하려는 메시지를 설교로 전달하는 과제는 등한시하였다. 그래서 찰스 캠벨(Charles Campbell)과 같은 탈자유주의(post-liberalism) 설교학자들은 <프리칭 예수>(Preaching Jesus)에서 설교 형식에 관한 신설교학자들의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설교에서 성경적인 메시지와 설교 형식, 그리고 신앙공동체의 영적인 성숙을 위한 설교의 목적이 기독론적인 관점에서 서로 일치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신설교학자들이 내러티브(narrative)에 주목할 때 그 저변에는 설득력 있는 수사적인 전략으로서의 내러티브에 주목했다면, 탈자유주의 설교학자들은 성경의 구속사 내러티브를 통해서 독자와 청중에게 각인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그리스도를 닮는 교회의 속성을 강조하였다.  

   셋째로 설교의 목적을 좀 더 적극적으로 목회 리더십과 연결하려는 설교학자들도 있다. 존 맥클루어(John S. McClure)나 마이클 퀵(Michael J. Quicke)과 같은 설교학자들에 의하면, 앞의 주류 설교학자들이 성경해석이나 청중 개개인의 청취 문제에 집중하는 반면, 청중이 속한 신앙 공동체 전체의 변화나 설교자가 설교를 통해서 발휘하는 목회 리더십의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존 맥클루어는 <원탁의 설교단>(The Roundtable Pulpit)을 통해서, 그리고 마이클 퀵은 <전방위 리더십>을 통해서 목회 리더십을 발휘하는 설교 사역 전반에 관한 통전적인 설교학의 프레임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현대 설교학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 성경적인 설교(biblical preaching)이다. 대표적으로 해돈 로빈슨(Haddon Robinson)이나 존 맥아더(John MacArthur), 그리고 제리 바인스(Jerry Vines)는 성경 본문을 강해하는 설교의 이론과 실제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시드니 그레이다누스(Sidney Greidanus)의 구속사 설교와 그레엄 골즈워디(Graeme Goldsworthy)의 성경신학적인 설교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란 개혁주의 설교신학의 표어가 전체 성경’(tota scriptura), 즉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구속 역사의 관점으로 보완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토마스 롱(Thomas Long)<성서의 문학유형과 설교>(Preaching and the Literary Form of the Bible)에서 설교자가 성경 본문 해석 과정에서 본문의 중심 사상(main idea)만을 가져올 것이 아니라 그 중심 사상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동원되는 문학 형식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스티븐 매튜슨(Steven Mathewson)<청중을 사로잡는 구약의 내러티브 설교>에서 구약의 내러티브의 문학 형식의 수사적인 동력을 설교에서도 살려 낼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하였다. 

   이상의 현대 설교학의 기본적인 동향에 대한 한국 교회 목회자들(설교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한국의 신학교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현대 설교학과 신설교학 운동들이 활발하게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목회자들 역시 크래독의 귀납법 설교나 유진 로우리의 내러티브 설교형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새로운 설교 형식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90년대 이후 한국 교회의 설교 현장에서 전통적인 3대지 설교나 연역식 설교가 점차 퇴조하고, 그 대신 귀납식 설교나 1대지 설교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 안에서 신설교학의 목회적인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찰된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 때문이다. 먼저 한국 교회에서는 북미권의 설교학자들이 고민했던 권위의 해체 문제나 청중 중심의 민주적인 소통의 중요성이 북미권 교회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부상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 교회 신자들은 설교의 소통 과정에서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소통보다는 다소 수동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로는 한국 교회는 다른 어느 나라 교회 이상으로 성경 말씀에 대한 영적인 권위와 성경 본문 강해에 관한 관심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90년대 이후 한국 교회의 설교자들은 설교 형식에 관한 관심보다는 주로 설교 메시지의 성경 부합성과 회중 적합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한국 교회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강해설교에 대한 관심이 본문 연속 강독(lectio continua)으로 계속 이어지기도 하고, 시드니 그레이다누스의 구속사 설교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성경신학적인 설교가 계속 호응을 얻고 있으며, 개혁파 교회에서는 개혁파 표준문서들의 가치를 설교와 결합한 교리 설교나 성화 설교에 대한 관심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한국 교회 안에 강해설교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존중하는 영적 권위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현대 신학이 점차 통합적인 학문의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목회 리더십을 발휘하는 설교나 기독교 교육에 기초한 설교, 또는 상담과 설교를 결합하는 방안에 관한 관심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 기복적이고 심리적인 위로를 담은 설교 메시지도 여전히 높은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의 네 가지 주요한 설교학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설교학적인 질문들이 목회자들과 신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인 인간 설교자가 입을 열어 회중에게 선포한 메시지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거짓 설교자와 참 설교자를 분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들리는 말씀(설교)과 보이는 말씀(교회의 표지)을 서로 일치시키는 설교 사역은 어떻게 올바로 감당할 수 있을까?(18:22) 성령 충만한 설교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설교학적인 질문 외에도, 하나님은 계속해서 교회와 신자들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공의 상황으로 인도하신다. 하나님 나라는 재림 때까지 계속 이전의 해답이 더 이상 해답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전례 없는 상황을 향하여 달려가기 때문에 신자들은 결국 살아 있는 하나님의 음성을 새롭게 듣고자 교회 강단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불변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변화하는 상황에 속한 신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설교학의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승진 교수///

1. 현재 한국교회의 설교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는가?

   그동안의 설교의 문제점을 메시지 내용의 관점에서 볼 때 예전의 인본주의 설교나 율법주의 혹은 성과주의에 근거한 설교 메시지가 더 이상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설교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교자(목회자)의 인격적인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심을 받다 보니 심오하고 감동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예전만큼 호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성경 전체가 일관되게 강조하고 개혁파 설교자들이 꾸준히 설파해 왔던 하나님의 절대 주권 사상을 설교자(목회자)가 자신의 삶으로 실천하여 살아내면서 성도들에게 구체적인 적용 점을 메시지로 전하고 삶의 모범을 제시하는 설교가 필요하다.

 

2. 주로 성경 강해를 많이 추구하는 현 단계 한국의 개혁주의 설교의 장단점과 바른 지향점은 무엇인가?   

   강해설교의 장점은 성경 본문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 신자들에게 본문의 분명한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해 준다. 다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성경이 증언하는 구속의 역사가 마치 성경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고, 신자들의 삶과 교회의 사역 속에서 그것이 현재진행형 사건으로 계속되고 있음을 놓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개혁주의 설교의 올바른 지향점은 성경 본문이 의도하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의 현재화가 설교 시간만이 아니라 설교 이후에 교회의 공동체적인 사역과 신자들의 삶 속에서도 일어나도록 설교와 목회 사역을 잘 통합하는 것이다.

 

3. 설교 청중의 문화적, 세대적 성향과 동시대의 사회적 환경 등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가?   

   설교에서 청중의 상황에 대한 이해는, 설교자의 초점이 본문 해석 다음에 오늘 청중의 현실로 옮겨오면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청중의 현실과 동일한 현실 세계가 본문 속에도 들어 있다는 해석학적인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성경 텍스트와 청중의 상황을 이분법적인 프레임이 아닌 한 덩어리로 이해해야 한다. 성경 본문 속에 오늘의 청중의 상황이 들어 있고, 오늘의 청중의 상황 속에 성경 본문의 메시지가 생생히 적용되는 것이다.

 

4. 한국교회 청중의 설교 이해력 제고를 위한 조언을 한다면?

   청중들 자신이 더 관심을 갖고 성경적인 좋은 설교를 많이 들어 봐야 하지만 들은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설교 자체에 대한 이해와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설교를 통한 자신의 성숙이다. 또한 신학적으로도 성경신학이나 언약신학, 하나님 나라 등에 관한 신학 서적을 가능한 한 많이 접하면서 성경 전체를 통전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설교 메시지의 이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이승진 교수 약력 

·한국해양대학교(B.A. 기관학)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M.Div.)

·Stellenbosch University (Th.M., Th.D.)

<저서>

·『설교를 위한 성경해석』(CLC),

·『상황에 적실한 설교』(CLC),

·『교회를 세우는 설교목회』(CLC)

<역서>

·『프리칭 예수』(CLC), 『설교학사전』(CLC), 『청중을 사로잡는 구약의 내러티브 설교』(CLC), 『건강한 교회를 위한 교리설교』(CLC)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