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문화탐방| 이영신 작가(서양화가)의 신앙과 미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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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문화탐방>  

이영신 작가(서양화가)의 신앙과 미술 이야기  

“꿈꾸는 여인, 그날 거기에서”

 

   그리스도인이면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프란시스 쉐퍼는 <예술과 성경>이라는 책에서 ‘기독교 예술이란 종교적 주제만 다루는 종교 예술이 결코 아니고 한 그리스도인이 개인의 삶 전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 예술가는 신앙과 예술의 합일을 실현하고 지향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난 이영신 작가는 그러한 바람직한 한 예를 잘 보여준다. 문답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함께 이에 대한 생각을 정돈해 보자.

 

 

  1. 화가의 길

문: 어떻게 화가가 됐나?

답:  초등학교 때 그림을 그려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 많았다. 칭찬도 받으며 자연스레 화가를 생각했다. 그러나 중고등학생 때는 공부만 하며 다른 길로 갔다가 나중에 혼자 그림 작업을 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미술을 좀 더 아카데믹하게 배우려고 대학을 갔다.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거대한 목표를 갖고 화가의 길을 걸은 건 아니지만 그동안 종종 창작을 하고 전시회도 하면서 어느덧 현직 화가가 되어 있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재발견하고 매진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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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스도인 예술가라는 의미와 정체성

문: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신앙 활동 외에는 모두 허망한 거라는 의식이 잔존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가?

답: 흔히 하는 고민이겠지만 나도 딜레마에 빠졌었다. 나는 신앙인인데 뭘 그려야 하지? 내가 이렇게 그리는 게 맞나? 이런 내적 질문이 계속 있었다. 그리고 신앙생활, 엄밀히 말해서 교회 중심의 생활을 하다보면 정작 작업할 시간이 없고 교회 생활이 먼저냐 전업 작가로서의 활동이 먼저냐, 고민한 적이 많았지만 결국에는 그 이원론적 문제를 해결했다.

   ‘미술로 전업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면서 점차적으로 얻은 각성이지만 특히 아트미션(http://www.artmission.co.kr)이라는 기독교미술 모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공유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예술가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그 가치관이 정립된 것 같다. 내게 주신 은사를 가장 잘 발휘하는 것이 나의 사역이요 하나님의 뜻임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참 감사하다. 이젠 스스럼없이 내 직업은 화가라고 말함이 자랑스럽다.

 

문: 그것이 진정한 기독교 예술가의 길이 아닌가?

답: 나로서는 미술가로서의 삶 자체가 신앙이다. 내 미술 활동이 왜 신앙적인가를 알게 되어 작품 활동에 매진하다보니 실제로 교회 활동은 줄어들게 되었다. 전엔 그런 게 무척 미안하고 왠지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젠 신앙인으로서 내 본래의 삶이 이런 것이며 미술이 내 인생의 사역이라는 사명감과 확신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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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한국의 기독교 예술인들이 적잖게 예술 활동의 치열함을 잃고 ‘신앙생활’에 안주하곤 한다. 그래서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기독교 예술의 저변 확대도 약하고 그 유산이 풍성히 축적되지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의 발전적 각성은 아주 축하할 만하다.

답: 그렇다. 그런 오해와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 감사하다. 세계에 나가 보니 은사를 널리 발휘하려면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도 그저 취미를 넘어 치열하게 전업을 해야 하겠더라. 모든 예술이 그럴 것이다. 전업적인 열정이 없으면 표피적 수준에 머문다.

 

 

문: 예술가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잘 갈고 닦아 보편적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좋은 기독교 작가는 좋은 신앙인이어야 하고 또한 좋은 예술 작품을 창조해야 한다.

답: 싱가폴에서 전시회를 했을 때 내 그림에 십자가나 눈에 띄는 기독교적 요소가 없는데도 비기독교인인 관계자가 “당신의 그림은 분명히 기독교적이다. 뭘 표현하려는지 알겠다” 라고 하더라. 그때 “아, 내 그림은 이미 기독교 세계관을 갖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꼭 십자가와 성경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라도 삶 전반에서 실행하는 예술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세상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됨을 깨달았다.

   내가 그리스도인이고 기독교세계관을 지향하는 한 내 그림은 기독교 미술일 수밖에 없다. 다만 내가 좋은 미술가인가, 그리고 내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는 얼마나 열정과 힘을 다해 은사를 발휘하고 좋은 창작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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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구해온 작품 세계- 꿈꾸는 여인

문: 그동안 어떤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 왔나?

답: 꿈꾸는 여인이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처음엔 현실 도피적 꿈이었는데 어느 순간 힘든 상황도 아름답다는 각성을 하고 현실에 발을 디디고 삶을 바라보는 꿈으로 변화되었다. 초기엔 한 명의 여인이었으나 최근엔 많은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전에는 한곳만 바라보는 여인들이었지만 지금은 함께한 공간에서도 다양한 시선을 갖는다. 자아의 복합성은 물론, 서로 흡사한 여인들을 통해서도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다름을 인정하는 의식, 나는 즐겁지만 다른 이들은 슬플 수도 있다는 점을 심각하지 않은 선에서 구현하려고 한다.

 

 

  1. 그날 거기에서

문: ‘꿈꾸는 여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답: ‘꿈꾸는 여인’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역시 하나님과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바탕이었다. 그래서 ‘그날, 거기에서’(The day, there)라는 목표를 더하였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현실에서의 어떤 소욕들보다는 그날 거기에서라는 꿈이라고 함축하겠다. 주님을 만나는 날, 혹은 주님이 다시 오시는 날. 그날 거기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너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다 온 사람이냐? 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미술가의 삶. ‘이런 걸 추구하다 왔어요’ 라고 소박하게 답할 수 있는 그 순간을 꿈꾼다. 그런 꿈을 공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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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독교 예술의 확장성

문: 기독교 예술도 변방에서 만족할 게 아니라 시대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본다. 저변 확대와 교육도 더 필요할 듯하다. 후배들을 이끌어 주고 은사를 함께 나누는 활동은 있는가?

답: 1+10 전시회라고 있다. 미술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함께 해보자고 만든 모임이다. 거창하게 대가가 되려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자기 은사를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해 준다. 1은 하나님을 뜻하는데 하나님과 함께하는 10명의 은사자들이 작품을 만들고 나누고 발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전시장도 소개해 주는 선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방적 가르침보다 홀로서기를 독려하고 작은 도움으로 길을 보여 준다. 그런 뜻으로 시민센터 등에서 그림 그리기 그룹을 지도하기도 한다.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든 그림으로 소통하면서 자기를 표현하고 하나님이 주신 창조성을 발견하며 정서적 치유를 경험하게도 한다. 이렇게 내 은사로 주변인들에게 삶의 감동을 누리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 주며 함께 더 좋은 삶을 향유하도록 밑받침이 되면 좋겠다.

 

문: 신앙과 예술이 잘 결합될 때 삶도 풍요로워지고 사회도 더 나아지는 모범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과 뜻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답: 작은 일부터 함께 격려하며 보편화를 향해 노력함이 필요하다. 기독교 예술도 거창한 목적보다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다. 곳곳에 이런 뜻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제 막 예술가의 꿈을 꾸거나 초보에 든 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독교 예술의 본래적 가치를 깨달아 전문적 사명감과 열정으로 그 길을 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담 및 정리 _ 편집국>

 

 

 

 

 

<작가의 말>

   인생을 작품에 투영시키기도 하지만 작업을 통해 인생을 정립하기도 한다. ‘꿈꾸는 여인’을 테마로 작업하면서 그림 속 여인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내 스스로 내심 놀랐다. 초기의 꿈꾸는 여인은 분명 건조한 삶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여, 자신의 꿈을 키우고 간직하며 그 꿈을 동경하는 형태로 출발했었다. 그 여인은 해를 거듭하면서 일시적 도피가 아닌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노래하는 여인으로 바뀌어 갔다.

   인생은 하모니와 관계성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솔로부터 듀엣, 삼중창, 사중창, 합창을 차례로 등장시켰다. 드라마에서처럼 주인공과 엑스트라가 따로 있지 않다. 모두가 각자 주어진 인생의 주인공들로서 서로의 고유한 색깔을 지닌다.

   인생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 인생의 마디마디를 연결하면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가 완성되듯, 이러한 일련의 작업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언젠가 서게 될 그 곳에서 인생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며 미소 짓고 활짝 웃는 여인의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모든 불평과 원망과 미움이 사라지는 그 날, 천사들의 코러스가 울려 퍼지는 그 곳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웃으며 ‘내 생애 참 행복했었노라’고, 그리고 또 내 인생의 드라마를 멋있게 연출해 주신 창조주께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우리들의 꿈들이 계속 이어지길 소원한다.

   이 ‘꿈꾸는 여인‘의 꿈들이 다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픈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으로 꿈꾸는 여인들의 드라마를 이어갈 것이다.

 

 

이영신 작가 약력

– 이화여대 미대 서양화과 졸업

– 개인전 및 개인 부스전 : ‘꿈꾸는 여인 꿈을 부르다’ 등 21회 (이브갤러리. 인사갤러리. 관훈미술관. ARTSERI Gallery in Kuala Lumpr 등)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 : 120 여회

– 현재 세종글로벌스쿨 미술 강사, 횃불 트리니티 신대원 평생교육원 강사

– 아트미션 회원. 은평교회(길동)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