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뿌리 깊은 하나 됨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 >
겨울이면 근처의 대숲이 마음을 끈다. 흑청 빛 센 바람이 불 때 마치 수양버들처럼 머리채를 흩날리며 우시시우시시 춤을 추어대는 작고 부드러운 숲.
가까이서 보면 대나무들은 아주 가녀린 몸매로 금방이라도 뽑혀나갈 것처럼 약한데 여간해서는 넘어지지 않는다.
폭설이 내린 날엔 눈의 무게를 못 이겨 길가로 휘어진 허리들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눈 녹은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상 복귀하여 말끔한 모습으로 햇빛을 받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튼실하게 하는 것일까?
살펴보니 깊은 뿌리와 하나 된 연대였다. 각 개체가 작은 동산에 깊이 뿌리내려 버티고 있을 뿐 아니라 촘촘히 붙어 서로 맞대고 어우러져 살고 있다. 칼바람 눈보라가 닥쳐도 흐트러지지 않고 개인의 뿌리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전체로서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고 휘어져도 쉽게 꺾이지는 않는 신축성. 상흔이 깊을 정도의 고난 속에서도 놀랍게 발휘되는 복원력. 연약해 보이지만 오랜 세월 제 자리를 지키며 숲을 지탱할 수 있는 그 뿌리 깊은 하나 됨은 오늘 우리가 배워야 할 생명력의 표상이다.
개인의 신앙의 뿌리를 바르게 내리고 전체가 거룩한 연대로 하나 됨을 지향해야 할 시간들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으로 화목하며 가까워지지 않으면 어찌 함께 겨울을 이겨내겠는가?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서로 힘을 써야 한다.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반응하며 움직이고 밀착해야 한다. 그것이 신축성과 복원력을 지닌 생명력 있는 모임을 만든다.
음산한 겨울바람도 아름다운 찬양의 피리 소리로 바꾸어 내는 경이로운 대숲을 오래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