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신년기획| 현대 구약학의 동향 _김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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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구약학의 동향  

< 김진수 교수, 합신 구약학 >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해를 맞아 본보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교수들을 통해 최근의 세계 신학의 동향을 알아보고 한국 신학계의 대응과 현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구약학을 필두로 각 과목들이 비교적 간략한 분량 으로 연재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우리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에 대한 성경의 증언을 의심치 않음 

자유주의 영향으로 성경 역사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거부하는 경향 점차 확대되고 있어        

역사와 성경의 모든 내용이 궁극적으로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확고한 믿음이 절실함  

 

   구약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나님은 세상과 전적으로 구별되는 거룩한 분이심과 동시에 세상을 지으시고 세상역사에 개입하셔서 크고 놀라운 일들을 행하신 역사의 주관자이시다. 특별히 하나님은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일들이 왜곡되거나 망각되기를 원치 않으시고 그것들이 기억되고 보존되기를 원하신다. 일례로, 출애굽 한 이스라엘이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후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 사건을 책에 기록하여 후세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하라고 명하셨다(출 17:14).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수아의 인도 하에 기적으로 요단강을 건넜을 때에도 하나님은 이 놀라운 사건이 영원토록 기억되기를 원하셨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요단에서 가져온 열두 개의 돌들로 후세대를 위한 기념비를 삼도록 지시하셨다(수 4:1-9). 그뿐이 아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하여 옛 언약백성들의 삶을 위한 교훈과 규례와 율법이 부모들에게서 자녀들에게로 계속 전수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셨다(신 6:7; 11:19). 사실상 구약성경이 기록된 이유도 하나님이 자기 백성들에게 주신 말씀과 하나님께서 역사 안에서 행하신 일들이 후세대들을 위해 길이길이 온전하게 보존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전 10:1-11; 딤후 3:16-17).

  교회는 이런 뜻을 받들어 신구약 성경을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고 성경에 기록된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하나님의 큰 일”에 대하여 전적인 믿음과 신뢰를 보여 왔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살아계신 한 분 하나님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교회가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에 대한 성경의 증언을 의심한다는 것이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따라서 대다수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성경에 기록된 일들의 역사성에 대하여 회의를 품거나 의심하려 들지 않는다. 그들은 시와 산문 등 구약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학양식들과 그것들이 가진 문학적 특성들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가지면서도 기록된 바의 역사적 진리주장을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갖지 않는다.

   학문의 영역에서 구약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도 적지 않는 수가 동일한 신앙적, 지적 기류를 호흡하고 있다. 그들은 교회의 믿음에 더욱 견고한 학문적 근거들을 제공하기 위하여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연구결과들을 내어놓고 있다.

   유럽에서는 화란의 아펠도른 신학대학과 캄펜 신학대학이 1999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해오고 있는 “연구프로그램”이 그런 노력의 하나이며, 미국에서는 롱(V. P. Long), 프로방(I. W. Provan), 롱멘(T. Longman) 등과 같은 복음주의 학자들이 기울이는 노력들이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만만치 않은 도전들이 있다. 이 도전들은 소위 역사비평학에 기반 한 자유주의적 성경연구의 흐름에서 오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점차 신학계 전반에 깊숙이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향으로 인해 성경역사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거부하는 경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마침내 신학을 역사에서 분리하는 신학의 탈(脫)역사화를 가져오고, 더 나아가 성경의 메시지를 기껏해야 옛 이스라엘의 신앙고백이나 저자의 정치적, 종교적 사상으로 돌리고 마는 이른바 성경학의 탈(脫)신학화라는 반어적 결과를 낳게 된다. 구약학의 이런 오도된 방향설정은 지난 20세기에 구약의 케리그마 또는 신학을 강조하면서도 역사문제에 관한한 비평적 입장을 고집하였던 폰라드(Gerhard von Rad)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또한 기독교 정경으로서 성경본문의 중요성과 권위에 우위를 두면서도 역사문제와 관련하여서는 폰라드의 입장에 머물렀던 차일즈(Brevard S. Childs)에게서 발견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의 끝이 어디일까? 폰라드나 차일즈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구약성경에 대하여 “하나님의 말씀” 또는 “계시”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어색하고 곤란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것은 지난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구약학계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이 기간 동안에 구약에 담긴 내용의 역사성에 대하여 이전 시대보다 더 급진적인 태도를 취하는 두 가지 흐름이 구약학계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하나는 1968년 뮬렌버그(James Muilenberg)가 주창한 수사비평(rhetorical criticism)으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구약성경의 문예학적 연구방법이다. 이 연구가 가져다 준 나름의 유익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이름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이 방식의 활성화는 곧 역사적 관심의 쇠퇴를 의미한다. 여기서 구약은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는 역사기록이 아니라 작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문학적, 수사적 기교들을 동원하여 창작해낸 문학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성경 이야기의 기술』이란 책으로 국내에 알려진 알터(Robert Alter)는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구약 내러티브를 그저 “산문픽션”(prose fiction)이라고 부른다. 다른 한편, 성경역사에 대한 급진적 태도는 이스라엘 역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역사가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이 움직임은 코펜하겐 대학의 역사학자 렘케(Niels P. Lemche)와 톰슨(Thomas L. Thompson)이 주도하기에 “코펜하겐 학파”라고도 하며, 최소한의 것을 제외하면 구약에서 역사적으로 믿을만한 사실을 찾을 수 없다고 하기에 “미니말리스트”(minimalist)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구약에 기록된 대로의 이스라엘과 다윗왕국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들이 우리들에게 낯설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문의 장에서 이들은 뚜렷하게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에 맞서는 학자들은 그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995년 유명한 국제 학술지인 JBL (Journal of Biblical Literature)에 실린 논문들은 이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이 얼마나 심각하고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의 형편은 어떠할까?

오늘날 일각에서는 무신론적 과학주의와 진화론의 영향으로 구약은 희미한 역사의 잔재와 꾸며진 이야기와 신화들의 조합으로 평가되기도 하며, 아담은 인류의 조상일 수 없다는 주장까지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형국에 이르게 된 원인들이야 다양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성경본문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밝혔듯이 하나님은 역사에서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으며, 그런 일들이 잊혀 지기를 원치 않는 그분의 뜻에 따라 구약성경이 기록되었다는 점을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한다.

   역사를 포함하여 성경의 모든 내용이 궁극적으로 하나님께로부터 왔다는 사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절실하다. 그것만이 세상의 이런 저런 시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우리 자신과 교회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검”이자 “방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500년 전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외치며 성경의 권위 앞에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였던 개혁자들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때이다.

 

 

< 김진수 교수 일문일답 > 

  1. 본문에 언급한 성경의 권위 문제 극복을 위한 한국 개혁주의 구약학계의 노력은? 혹은, 긍정적 도전 목표가 있다면?

         한국 구약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구약을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세계의 많은 학자들과 보조를 맞추어 성경을 연구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날 학문적 흐름이 다방면에서 오는 새로운 도전들 앞에서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기에 계시문서로서의 구약의 특성과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본문에 더 깊이, 더 철저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헌신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합신의 성경지리역사 연구소에서는 금년 4월 ‘아담의 역사성’에 관한 주제로 제1회 세미나를 개최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1. 최근 개혁주의(복음주의) 진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구약학자와 연구 성과는?

        어느 한 사람이나 그룹을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학자들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기에 더더욱 평가하기가 조심스럽다. 한국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학자들이 여럿 있으나 유진 메릴(Eugene H. Merrill)이 이스라엘 역사에 대해 쓴 『제사장의 나라』와 『구약신학』이나 스티븐 뎀프스터(Stephen G. Dempster)의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읽는 구약신학』, 해석상의 문제가 없진 않으나 미국 남침례 신학교의 두 교수 피터 젠트리(Peter J. Gentry)와 스티븐 벨럼(Stephen J. Wellum)이 성경신학적 관점으로 언약을 풀어낸 『Kingdom through Covenant』를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꼽을 수 있겠다. 

 

  1. 목회자와 성도가 구약에 바른 관심을 갖도록 도움을 준다면?

        에베소서 2:20에서 사도 바울은 교회가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워진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교회가 사도들과 선지자들로 대표되는 신구약 66권 성경 위에 세워진다는 말과 같다. 신구약 성경이 가르치는 하나님 나라의 원리도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교회의 삶과 성도의 신앙에 구약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구약에 비해 신약에 더 친숙함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약의 모든 내용이 구약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약 없이 구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듯, 구약 없이 신약의 진리의 깊이와 넓이에 대한 통찰을 가질 수 없음도 꼭 기억해야 한다. 

 

  1. 목회나 신앙에 유익한 구약학 도서를 추천한다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아는 것만큼 목회나 신앙에 유익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의 스승인 헨드릭 페일스(Hendrik G. L. Peels) 교수가 쓴 『누가 여호와와 같은가?, 구약에서 가르치는 하나님의 여러 면들』과 영국의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Cristopher J. H. Wright)가 쓴 『구약의 빛 아래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 『구약의 빛 아래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구약의 빛 아래서 성령님을 아는 지식』을 추천할 만하다.

 

 

< 김진수 교수 약력 >

  • ·부산대학교 독문학과(B.A.)
  •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 in Philadelphia,(M.Div.수학)
  • ·합동신학교(M.Div.)
  • ·Westfalische Wilhelms-Universitat in Munster, Germany (고전어)
  • ·Theologische Universiteit Apeldoorn in the Netherlands(Th.M., Th.D.)

<저서> ·『우리에게 왕을 주소서』(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

            ·『열왕기 주해』(합동신학대학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