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 정부의 역할과 존재 의미_변세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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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정부의 역할과 존재 의미

< 변세권 목사, 온유한 교회 >

 

 

세상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이 세상은 사실상 이중의 통치에 놓여 있다. 곧 이 세상은 ‘권능의 왕국’과 ‘은혜의 왕국’으로 구분된다. 

예를 든다면 ‘국가 통치’와 ‘교회 통치’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를 다스리는 권력이 따로 있고 교회를 다스리는 권력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권력이 서로 충돌한다거나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세속 정치에 의한 국가 통치의 목적은 교회의 안녕을 위한 것이다. 곧 이 세상에서 나그네 생활을 하는 성도의 영적 삶을 보호해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가령, 그리스도인들이 영위하는 하나님께 대한 외적인 예배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건전한 교리와 교회의 지위를 수호하기도 한다.

나아가 국가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사회생활에 순응하도록 적응시킨다. 즉 그리스도인들의 행위를 사회 정의와 일치할 수 있게 인도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 간에 불화가 생겼을 경우 서로 화해하게도 한다. 이렇듯이 국가 통치의 목적은 전반적인 평화와 평온을 증진하는 데 있다.

이와 달리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리자들을 통해 교회에 베푸시는 영적 통치의 목적은 이 세상의 초등학문을 벗어난 지상의 신자로 하여금 하늘나라를 시작하게 하며, 나아가 영원불멸의 복락을 맛보고 예상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맛보고 예상하게 해주며 교회를 구원론적으로 다스리는 분이시며 그의 왕국이 엄연히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의 나라는 세상과 판이하게 다르다. 그리스도의 나라는 그리스도께서 베푸신 은혜 안에서만 받는 영적 결실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든, 또는 어느 나라의 법률 하에서 살든 간에 그리스도의 나라는 세상의 초보적인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원칙적으로 세상 통치로부터는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이 자유는 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특정한 한계 내에 머물러야 한다. 즉 세상 통치권을 인정하고 거기에 복종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기꺼이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세상 정부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생활 활동과 방도를 마련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나아가 그 이상의 일들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그리스도인들이 공개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성이 보존되게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각종 사이비 종교들로 인한 혼란을 비롯하여 기타 건전한 종교에 대한 공공연한 방해가 발생하거나 만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 차원에서 치안을 유지하고, 시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인간 상호 간의 선한 교제를 가능하게 하고, 정직과 겸양의 덕을 보존하는 것 등은 중요한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통치자들을 기뻐하시고, 영예로운 칭호로 장식하셔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적극 천거하신다. 이런 차원에서 바울은 ‘다스리는 일’을 하나님의 은사 중 하나로 해석하고, 일반은총 영역에도 해당된다고 보아 세속 정부에도 적용시킨다. 그러므로 집권자들은 ‘하나님의 대리’로써 봉사한다는 각성 하에, 임무에 대해서는 마땅히 용기를 내고, 대신 과오를 범할 경우 결국 하나님께 누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집권자들은 율법의 ‘첫째 돌 판’에 대한 의무에 충실함으로써 사람들을 칭찬하는 까닭에, 과거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마음대로 행했던 ‘무정부 상태’를 악이라도 평했다. 여기에 덧붙여 율법의 ‘둘째 돌 판’에 대한 의무에도 성실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공평과 정의 수행에 힘써야 한다. 악인의 손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하고, 범사에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야 한다.

통치권자들은 세속적 권력욕이나 탐욕과 명예욕을 멀리하고, 백성들 위에 교만하지 말며, 주야로 율법을 묵상함으로써 하나님의 의를 실현함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통치를 펼치라는 의미에서 집권자들은 범죄자들을 엄격하게 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무기로 받은 것이다.

우리는 경험에 의해서도 모든 정치 조직은 상벌에 의해서 유지되며, 따라서 상벌을 제거하면 규율은 붕괴되고 소멸된다고 했던 솔론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가령, 덕행에 명예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면 공정과 정의에 대한 열의가 식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범죄한 자들에게 엄격하게 벌을 주지 않는다면 악인들의 정욕은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예레미야 선지자 같은 분들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종합해서 왕들과 집권자들을 향해 공평과 정의를 행하라고 촉구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