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두 본질의 위격적 연합 <제8장 2항(3)>
< 김병훈 목사, 합신 조직신학 교수 >
제8장 2항: “삼위일체 하나님 가운데 제 2 위격이신, 참되고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며, 아버지 하나님과 한 본질이시며 동등하신 하나님의 아들께서는 때가 차매 인간의 본성을 취하셨다. 그로 인하여 인간의 모든 본질적인 속성들과 일반적인 연약성들을 모두 함께 가지고 계시지만 죄는 없으시다. 그는 성령의 능력으로 동정녀 마리아의 태에서 그녀의 실체로부터 잉태되셨다. 그 결과 온전하고 완전하며 구별이 되는 두 본성들인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서, 변화나 혼합이나 혼동 없이, 분리할 수 없게끔 서로 결합되었다. 그 위격은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시지만 그러나 한 분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시다.”
제8장 2항은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하여 세 가지 사실을 교훈합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아들의 참되고 영원하신 신성에 관한 것이며, 또 하나는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능력으로 마리아의 몸에서 나신 것과 관련한 것이며, 오늘 살필 마지막 하나는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의 위격적 연합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이어서 유일한 중보자이신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 신성과 인성의 관계에 대하여 중요한 사실을 고백합니다. 그것은 신성과 인성이 서로 구분이 되지만 나누어지거나 분리되지 않으며, 섞이지도 않고 서로 혼동되지 않는 상태로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의 글은 (1) 먼저 위격적 연합이란 무엇인지를 설명한 이후에, (2)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서 신성과 인성의 관계가 어떠한 지에 대해 설명을 합니다.
- 위격적 연합에 관한 이해
위격적 연합이란 말씀이신 하나님의 아들께서 인성을 취하시어 사람의 아들, 곧 인자가 되신 일과 관련합니다.
사람의 아들이신 그리스도는 그의 인성을 취한 인간으로서의 위격을 별도로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성부, 성령과 구별이 되시는 제2위 위격이신 성자 하나님께서 인성을 취하심으로써, 그 분이 바로 사람이 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동일한 인성을 가지신 완전한 참 인간이시지만, 그의 인격은 인성에 따른 피조물의 인격이 아닙니다. 본래 하나님이신 성자 하나님, 곧 말씀이 그리스도의 인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본질의 측면에서 영원한 신성이신 말씀이신 제2위 하나님의 위격이 별개의 인격이 없는 상태의 인성을 취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신비를 가리켜 인성이 무인격적 상태로 말씀이신 제2위 하나님 위격에 연합을 이루었다고 하여 위격적 연합이라고 말합니다. 즉 하나님의 2위 위격에 인성이 무인격적 상태로 연합을 이루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요컨대 위격적 연합은 ‘위격적’이지만 위격들 곧 말씀의 위격과 인성에 따른 피조물의 위격의 연합이 아니며, 또한 신적 본질과 인적 본질의 연합이지만 본질들의 직접적인 연합은 아닙니다. 신성도 신적 위격인 말씀에, 또한 인성도 신적 위격인 말씀에 닿기 때문에 신성과 인성은 위격을 통하여 위격 안에서 연합을 이룹니다.
결국 신성과 인성은 단일한 신적 위격 안에서 친밀하며 영구적인 연합을 이루며, 그리스도는 그러한 의미에서 ‘하나님-인간’(God-man)으로 표현이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여 신앙고백서는 “그 위격은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시지만 그러나 한 분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보자이시다”라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위격적 연합의 이해는 다음과 같은 성경의 구절들에서 지지를 받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여기서 말씀은 제2위 신적 위격 곧 성자 하나님을 가리키며, 육신이 되었다는 말은 인성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크도다 경건의 비밀이여, 그렇지 않다 하는 이 없도다 그는 육신으로 나타난 바 되시고 영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으시고 천사들에게 보이시고 만국에서 전파되시고 세상에서 믿은 바 되시고 영광 가운데서 올려지셨느니라”(딤전 3:16)에서 ‘그는 육신으로 나타난 바 되시고’의 말씀은, 다른 곳, “…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은 …”(히 2:14)이나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요 1:14)의 말씀과 동일하게 위격적 연합을 가리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며 또한 사람이실 수가 없습니다.
- 한 위격 안에서 신성과 인성의 관계
위격적 연합은 그리스도의 위격이 한 분이며, 본질은 신성과 인성의 두 본질들이라는 고백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한 위격 안에서 신성과 인성의 두 본질들은 어떠한 관계로 있는 것일까요?
신앙고백서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답을 합니다: “그 결과 온전하고 완전하며 구별이 되는 두 본성들인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서, 변화나 혼합이나 혼동 없이, 분리할 수 없게끔 서로 결합되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신성과 인성이 각각 “온전하고 완전한” 본질로서 서로 구별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신성과 인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구실로 하여 마치 신성은 인성으로 인하여, 또 반대로 인성은 신성으로 인하여 각 본질이 고유한 성질을 잃어버리거나 영향을 입어서 성질이 변화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교훈합니다.
이어서 주목할 것은 “온전하고 완전하며 구별이 되는 두 본성들인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서”입니다. “한 위격 안에서”라는 말은 비록 신성과 인성의 두 본질들이 각각 고유한 성질을 잃어버리지 않지만, 구별되는 본질 각각에게 고유한 위격들이 있다는 것이 아님을 교훈합니다. 위격은 말씀이신 아들 하나님 한 분일 뿐입니다.
한 위격 안에 함께 있는 신성과 인성의 관계에 대하여 신앙고백서에서 말하는 “변화나 혼합이나 혼동 없이, 분리할 수 없게끔 서로 결합되었다”고 고백을 합니다. 이 문장은 진공 상태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한 위격, 두 본질들’의 고백을 거부하고 이를 뒤틀어버렸던 초대교회의 두 이단들과의 토론을 바르게 반영한 글입니다.
하나는 네스토리안주의라 불리는 이단이며, 다른 하나는 유티키안주의라 불리는 이단입니다.
- 그리스도의 양성에 관한 오해
네스토리안주의자들은 ■ 마리아를 하나님을 낳으신 분, 또는 하나님의 어머니(theotokos)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낳으신 분(christokos)분이라고, ② 또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아니라 단지 하나님이 소유한 사람일 뿐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 그리하여 그들은 그리스도를 둘로 나누어 한 분은 유대인에 의해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돌아가셨고, 다른 한 분은 이러한 고난을 받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 두 분, 곧 두 위격이 서로 도덕적으로 연합을 이루어 사람이 보시기에 한 분 그리스도로 나타나신 것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에베소 공의회(431년)에서는 네스토리안주의의 이러한 교훈들을 거짓된 것으로 부정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네스토리안주의의 오류는 성경의 증거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눅 1:35)의 말씀이나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갈 4:4)의 말씀은 마리아에게서 나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분명하게 교훈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말하는 성경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그가 아들이시면서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히 5:8) 또는 “이 지혜는 이 세대의 통치자들이 한 사람도 알지 못하였나니 만일 알았더라면 영광의 주를 십자가에 못 박지 아니하였으리라”의 말씀들이 그러합니다. 두 위격이 아니라 한 위격이 죽으시는 분이시며 또한 영광의 주이십니다.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theotokos)라고 부르는 것으로 마리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리아의 몸에서 나신 그리스도는 성자 하나님의 위격, 곧 말씀을 가지신 분임을 선언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 분, 곧 하나님의 말씀이 인성을 취하시어 마리아에게서 나셨음을 고백합니다.
그리스도를 낳으신 분(christokos)으로 고백을 하는 것은 얼핏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나, 그것의 주장의 배경과 의도는 마리아에게서 나신 분이 하나님의 말씀의 위격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부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위격이 인성을 무인격적으로 취한 것임을 분명하게 하고, 네스토리안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인성과 인격을 갖춘 한 개별적 인간을 취한 것이 아님을 명백히 한 것입니다.
다른 한편 유티키안주의자들은 네스토리안주의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반대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들은 네스토리안주의자들이 신성과 인성의 두 본질들을 분리하였다는 비판을 하는 반면에, 자신들은 오히려 신성과 인성을 혼합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본질만이 그리스도에게 있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초대교회는 “그리스도께서도 단번에 죄를 위하여 죽으사 의인으로서 불의한 자를 대신하셨으니 이는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려 하심이라 육체로는 죽임을 당하시고 영으로는 살리심을 받으셨으니”(벧전 3:18)의 말씀이나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 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게 하지 못하겠느냐”(히 9:14)의 말씀이 그리스도에게 신성과 인성이 모두 구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칼케돈 공의회(451년)에서 유티키안주의를 잘못된 것으로 정죄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은 결코 혼합되거나 합성이 된 상태로 연합되어 있지 않으며, 각각 고유한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하게 선언하였습니다.
마치는 말
신앙고백서는 에베소 공의회와 칼케돈 공의회의 신앙고백을 그대로 계승하여 올바르게 “그 결과 온전하고 완전하며 구별이 되는 두 본성들인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서, 변화나 혼합이나 혼동 없이, 분리할 수 없게끔 서로 결합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즉 한 편으로 네스토리안주의를 비판하면서 “온전하고 완전하며 구별이 되는 두 본성들인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서… 분리할 수 없게끔”라고 진술을 하고 있으며, 또한 유티키안주의를 비판하면서 “변화나 혼합이나 혼동 없이”라고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진술에 따라 오직 말씀에 근거한 기독론적 통찰이 있음을 고백하면서 귀한 신앙의 유산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