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따와 다솜이
바람에 날려 숲에서 내밀리던 날
아직 싹도 잎도 내지 못한 질문은
하늘로부터 들었을 리 없다
홀로 뿌리내려야 하는 까닭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백(死魄)에서 쏟아지는 뭇별의 소리와
밤새 서걱대며 부벼대는 새밭의 마음들을
홀로 듣고 다독여야 하는 사연을
온갖 연민에 망종(芒種)을 잊고
광야의 바람에 이끌려 나온 어리석은 시인은
하늘로부터 들었을 리 없다
온갖 영광을 누리며 가는 인생을
왕따와 다솜이*
*‘다솜이’는 왕따와 대조되는 말로 ‘사랑’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 ‘다솜’을 차용하여, ‘사랑받는 사람’이란 뜻을 부여한 신조어이다.
이정우 목사_은혜의숲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