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에 따르는 상처_정도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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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에 따르는 상처

< 정도열 목사, 경북노회 노회장, 한마음교회 >

 

모든 섬김에는 상처와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요즘은 섬긴다는 말이 너무 남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21세기가 되면서 섬김의 리더십이 모든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섬김에는 많은 상처와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모든 섬김에는 상처와 고통이 따릅니다. 제 아내는 가끔 부엌에서 요리를 하다가 상처를 입습니다. 칼로 손을 베기도 하고, 뜨거운 김에 팔이 데이기도 합니다. 화단을 정리하다가 장미 가시에 찔리기도 합니다. 지난 9개월 동안 손녀를 봐주느라 팔꿈치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 교회에는 손주들을 돌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자녀들이 맞벌이하기 때문에 안 봐줄 수도 없고, 아기들을 돌보느라 몸이 너무 고달프다고 합니다. 자녀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손주 돌보시는 부모님들의 연령도 열 살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연로한 몸으로 손주들을 돌보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자녀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묵묵히 섬기십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 생기는 외적인 상처들은 일주일이면 대부분 아물고 낫습니다. 길어도 이삼주면 낫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생긴 상처들은 좀처럼 아물지 않습니다. 우리가 섬기는 일을 하다보면 사람들과 부딪히고 마음에 상처를 받습니다. 손주들을 돌보면서도 며느리와 부딪칩니다. 자녀 교육방법이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받습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면서도 주위 사람들과 부딪히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습니다. 우리가 섬기다 보면 자신의 허물과 약점 때문에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섬겨도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죽도록 충성했는데 욕만 얻어먹을 때도 있습니다. 자신은 혼신을 다해서 섬겼는데 인정받지 못하고, 도리어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면 화가 나고 마음의 상처도 깊어집니다.

이러한 상처를 소화하지 못하면 피해의식과 미움과 증오심에 사로잡힙니다. 목회자라 화도 못 내고, 보복도 못합니다. 사모님들은 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하나님과의 관계도 멀어집니다. 탈진이 옵니다.

모든 섬김에는 상처와 고통이 따릅니다. 이것은 법칙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와 아픔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이 성숙해집니다. 부엌일을 처음 하는 사람은 서툴러서 이곳저곳에 상처가 많이 생깁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상처를 덜 받습니다.

또 미성숙한 사람은 섬길수록 자기 의가 많아지고 목에 힘이 들어갑니다.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고 자기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은 사람을 원망합니다. 그러나 성숙한 사람은 상처도 덜 받습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죄악성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수용합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치유를 받고, 그리스도의 형상을 덧입게 됩니다.

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배반을 아셨지만 유다를 미워하거나 그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하고 그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며 기도하셨습니다. 베드로가 세 번이나 자기를 부인할 것도 아셨지만 그로 인해 분노하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예수님은 채찍에 맞으셨고, 벌거벗은 채로 십자가에 달려 수치를 당하셨고,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죽으셨습니다. 이 예수님을 바라볼 때 우리가 나음을 받습니다. 주님께서 받으신 그 상처에 비하면 내가 받은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주님께서 당하신 고통에 비하면 내가 받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나는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아파하고, 슬퍼합니다.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이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주님께서 피 묻은 손으로 우리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시고 아물게 해 주십니다.

사도 바울은 섬김에 따르는 상처를 자기 몸에 가진 그리스도의 흔적이라고 했습니다(갈 6:17). 모든 섬김에는 상처와 아픔이 따릅니다. 우리가 섬기면서 생기는 상처는 영광에 이르는 상처입니다. 섬김에 따르는 고통은 그리스도의 심장을 함께 나누는 고통입니다.

그러므로 상처 받을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상처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또한 상처를 받을 때마다 주님의 십자가를 붙들며 나음을 받고 그리스도의 성품을 덧입어 가는 지혜를 덧입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