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를 교체하고 운전대를 잡는다
김승권 목사(강원노회 봄내로뎀교회 원로)
오늘은 차량의 타이어를 교체하는 날이다! 곧 눈이 올 것 같아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하였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타이어는 아직 쓸만했다. 그러나 빙판이나 눈길에 조금 더 안전한 타이어로 바꾸기로 하였다. 은퇴 이후에도 성도들을 섬기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주일에는 운전기사가 되기를 자처했다.
은퇴는 타이어를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 아직 쓸만한 타이어지만 때가 되었으니 때에 맞는 일을 위하여 타이어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은퇴하였다. 나의 목회 사역은 내놓을 것도 없는 작은 것이었다. 마치 한 달란트를 받은 자가 한 달란트를 남겨야 한다는 초심을 담아 달려왔을 뿐이다.
목회 초기에는 설익은 설교로 인해 교회의 건강에 탈이 날까 하여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숨어지내고 싶었다. 지금도 성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은 내 안에서 감사함과 함께 겸손과 온유로 익어가고 있다. 이제야 예수님을 닮아 가는 것일까? 10년 전보다는 더 익은 사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성경 본문이 보이고 하나님의 의도하심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나의 겨울은 다가오고 있었다. 벌써 겨울인가? 가을은 왜 이리도 짧은 것일까?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서 더 안전을 위하여 타이어를 교체하듯이 나는 겨울 운전으로 교회 성도들을 섬기는 일을 할 것이다. 미리 실내 온도를 높이고 의자를 따뜻하게 하는 일과 함께, 저들이 기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행복한 운전기사가 될 것이다.
한 달란트 받은 자의 행복이 다섯 달란트 받은 자의 행복보다 작을까? 그렇지 않다! 모두 한 하나님이 은혜로 맡기신 것이기 때문이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잘하였도다!” 이 칭찬이 오늘도 가슴을 뛰게 한다.
겨울 앞에서 목사로서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트럼프와 푸틴, 시진핑, 김정은까지 설득할 수 있는 시대적인 일꾼을 준비시키지 못하고 은퇴하니 죄스럽다. 제발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 받은 후배가 나와서 시대를 이끌 수 있는 하나님의 큰 일꾼을 준비시키기를 기도하며 이 늦가을의 운전대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