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감나무교회_이종섭 목사

0
2

감나무교회

이종섭 목사(경기북노회 찬미교회, 시인)

 

문을 열고 들어가 가지에 앉으면
눈부시게 펼쳐지는 시야
하늘 향해 가지런히 놓여있는 의자에 앉기까지
얼마나 힘든 세월을 견뎌야 했나
얼어붙은 땅속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살아야 했던 날들
봄이 찾아와
따듯한 햇살 드는 예배당 창가에서
지난 것 다 잊고 파릇파릇 기도드리면
연한 믿음 짙어가는 잎사귀들
가지에 굳게 붙어 두껍고 넓게 자라
비바람을 맞아도 떨어지지 않게 되었을 때
햇볕이 인도하는 예배를 드리며
일제히 찬송을 부르는 순백의 감꽃들
가슴 깊이 하늘 강단의 말씀을 새기는 동안
떫은맛이 단맛으로 변화되어 가는 열매들
푸르게 빛나는 단단한 이마와 가슴속에
부드럽고도 빠알간 빛과 속살을 품은 채
저 낮은 곳을 바라보며 묵상한다
그 맛을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모두 흩어지면
가지에 남아있던 잎사귀 성도들
하나 둘 앞마당으로 내려가
새봄을 기다리며 죽기까지 충성하고
우듬지에 남아있는 연로한 감 몇 개
하늘을 바라보며 묵묵히 예배당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