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교회설립을 축하하며_김인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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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설립을 축하하며

김인석 목사(경기중노회 노회장/칼빈장로교회)

 

지상에서 가시적 교회 하나가 서는 일은 교회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일상적이고 평범한 방식으로 명백하게 나타나는 가장 놀랍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여기에 한 회중들로 목자와 양의 관계로 매인 분들은 물론이고, 증인으로 참여하는 우리 모두에게도 무척 가슴 뛰는 일이 아닌가! 하나의 교회가 설립되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모든 교회의 설립이 위대하고 영광스럽지만, 특히 오늘의 시대에 개혁파 신앙을 추구하는 장로교회의 설립에는 더욱 특별한 감회가 있다. 지금까지 앞선 시대 교회 역사는 인간적인 산물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이다. 우리는 왜 진리를 말하고, 그것을 가르쳐서 남기는 일에 교회로서의 전체를 다 드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고집스러움이나 소수로 남은 자들의 항변이 아니다. 개혁파 장로교회를 표방하는 교회를 순수하고 성경적 교회라고 하는 것은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천상적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 교회는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거룩한 보편교회의 역사를 따라 같은 진리와 고백 위에 세워나가겠다는 결의에 찬 모습이다. 이런 고백의 성격은 교회 건설의 항구적인 본질과 방식에 대한 대답이다.

시대는 가고 사람도 사라지나 진리는 늘 교회와 함께 남는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서신에서 교회를 건설하는 자들이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일은 닦아 둔 터, 즉 그리스도 외에 다른 터를 닦아 두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전 3:11) 그리고 닦아 둔 터 위에 어떤 재료로 집을 지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왕궁의 터를 닦았다면 그것의 규모와 가치에 걸맞은 재료들로 건설되어야 한다. 터와 터 위에 건설하는 건축물은 완전히 별개일 수 없다. 사도는 골로새서 2:2-4를 통해 그리스도를 단지 교회의 터와 기초만이 아니라 온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비밀의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로 알려져야 할 분으로 소개한다. 즉, 지상에 건설되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터로 삼아야 할 뿐만 아니라, 기둥과 석가래, 벽과 출입문과 창과 지붕 그리고 장식된 모든 것으로 비유될 수 있는 그리스도의 직무와 공로, 권세, 영광과 자비, 긍휼과 사랑과 같은 것들을 가장 질서 있고 적절하고 품위 있게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리스도를 터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명목뿐이고 전혀 그리스도의 성품과 영광에 걸맞지 않은 것들로 장식되어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도를 사람의 터 아래 매장하는 악한 일”이다(칼빈). 가톨릭은 COVID-19 시절 성체성사를 할 수 없었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 없이 살 수 없다”고 절절한 고백을 하였지만, 동시에 그들은 “화체설”로 천상에 계신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인성을 땅으로 끌어내려 그들의 빵과 포도주에 가두는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사도는 터와 집은 분리될 수 없다는 전제 위에 교회 건설의 항구적 원리를 금, 은, 보석과 나무, 풀, 짚과 같은 재료들로 대조하였다. 그것은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의 대조이다. 육체의 미모는 세월을 이길 수 없고, 재물도 한 세대를 넘지 못하며, 권세도 명예도 지식도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사 40:6-8, 벧전 1:24). 사도는 이 은유를 통해서 거룩한 보편교회 건설의 항구적 원리를 복음 진리로 세워야 할 것을 말한다. 이것이 예루살렘을 넘어 모든 지역교회가 진리로 일치된 하나의 보편교회로 연결되어 나가게 된 원리이다. 이러한 일치는 기구적이 아니라 참된 진리와 교리와 신앙고백과 정치와 규례들에 있어서 질서 있는 하나 됨이다. 한 지교회는 전 교회의 보편성과 연결되고, 보편교회가 한 지교회로 나타내야 할 원리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기록에 머물지 않았다. 사도 후 보편교회를 여전히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말씀으로 무장되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은 직분자들과 규례들을 통하여 친히 다스리셨다. 희미하게 때론 선명하게 나타났지만 언제나 순수한 하나님의 교회는 교회가 무엇으로 건설되어야 하는지, 교회가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들은 온몸으로 그 진리를 품었고 전하고 가르쳤으며, 그들이 모이는 곳이 곧 교회가 되었다. 왜냐하면 거기에 진리가 선포되었고, 그 선포된 진리를 온 삶으로 받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진리를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핍박의 시기에 교회는 진리를 파수하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박해가 가해지면 가해질수록 그들의 신앙은 단련 받는 무쇠처럼 단단해져 갔다. 그들은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들을 알고 있었기에 그 집을 세우는 일에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알았다. 질그릇에 담긴 보배 향기는 때론 질그릇이 깨질 때 널리 퍼지게 된다. 교회 건설의 항구적 원리로서 참된 진리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참된 신자들은 역사의 암흑기와 혼란기에조차 피로써 그 명맥을 이어갔다. 비록 지상의 한 지교회는 태어나고 사라질 수 있지만 참된 교회는 언제나 영원한 보편교회와 결합되어 있으므로 시대가 가고 사람이 사라져도 진리와 더불어 영원하다. 진리를 따르는 길은 분명 좁은 길이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고 자기를 부인하며 가야 하는 길이다. 과연 누가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이 시대가 어둡고 척박하다지만 여전히 교회가 설립되는 놀라운 역사가 여기에 있다.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때마다 철마다 징검다리처럼 은혜의 섭리로 한 걸음씩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라. 그때 교회의 걸음마다 진리의 흔적을 남기셔서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시려는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오늘 설립하는 이 개혁장로교회 위에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가 부요해지기를 바라면서, 여기에 속한 모든 성도가 전투하는 교회에서 장차 승리한 교회에 들어가는 날까지 모든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