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낮은 자를 사랑하시는 나의 아버지_김주실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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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를 사랑하시는 나의 아버지

김주실 사모(예사랑교회)

 

어제는 아버지의 생신날이었다. 생신상을 기쁨으로 차려드렸다. 교통사고로 2주간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셔서 함께 생신을 축하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뻤다.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참 좋아한다. 이 땅의 온 할아버지들이 손주들을 모두 예뻐하고 아끼겠지만 나의 아버지는 조금 남다르다. 손주를 그냥 귀여움을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함께 어울려 노는 친구처럼 대해주신다. 마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제제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며 사랑을 베풀어주는 뽀르뚜까 아저씨처럼 어린 손주들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주신다. 피곤한 시간에도 아이들을 귀찮아하지 않으며 단지 귀여움의 대상이 아니라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또 진심으로 즐거워하신다.

아이들은 그런 할아버지의 진심을 느낀다. 그래서 아이들은 세상에서 할아버지가 제일 좋다고 말할 정도로 진정으로 따르고 할아버지를 애틋하게 여긴다. 금요일마다 할아버지와 함께 이야기하며 잠드는 시간을 기다린다. 주일 예배 후에는 할아버지와 피구 축구 게임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할머니가 섭섭할 정도로 두 녀석은 매번 할아버지를 독차지하려고 다툴 정도이다.

나의 유년 시절 속 아버지의 모습은 말이 없고 한 길만 고집하는 강직하고도 무뚝뚝한 그런 어른이었다. 쉽게 다가가기에 어렵고,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할 때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던 그런 아버지였다. 그런데 손주를 대하는 지금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강직함과 단단함과는 사뭇 다른 부드럽고 편안하며 개구진 그런 동심의 세계이다. 나이가 드셔서 마음이 여려지신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이가 드시면서 본연의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참 자연스럽다. 나는 젊은 날 나의 아버지도 좋지만, 할아버지가 된 지금의 아버지가 더 존경스럽고 좋다. 어린아이들을 하대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겸손함과 온유함이 느껴진다. 나보다 남을 더 사랑하며, 연약한 자를 돌아볼 줄 아는 예수님의 마음도 느껴진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맛본다. 그 사랑 안에서 예수님을 만난다.

가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함부로 대할 때면 아버지는 종종 불편함을 비추시곤 했다. 나의 서투른 언행을 안타까워하시며 말을 아끼셨다. 어린아이에게 대하는 것이 예수님을 대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아버지의 삶에서 조금씩 깨닫고 있다. 내 아이이기 전에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생각하며 더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젯밤 자기 전 아들이 이렇게 말을 건넸다. “엄마, 하나님은 어떤 분이셔? 나 하나님을 더 알고 싶어” 순수한 질문이 기특해서 나도 모르게 하나님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 긴 설명을 아이는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문득 아차 싶었다. 만약 아이가 다시 하나님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이렇게 간결하게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야. 마치 할아버지가 너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