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도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성격을 드러냅시다_이승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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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공동체로서의 교회의 성격을 드러냅시다

이승구 교수(합신, 조직신학)

 

●교회는 기도공동체이다

이 땅을 같이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는 예배 공동체요, 하나님 말씀을 같이 해석하는 해석 공동체요, 바르게 해석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실천 공동체로서 사랑의 공동체이다. 이와 더불어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실현되도록 간구하는 기도 공동체이기도 하다.

●점점 기도하지 않는 교회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기도를 열심히 한다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점점 기도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창피한 일이고, 교회의 큰 위기다. 예를 들어서, 요즈음 믿는 사람들의 단체의 모임을 수요일에 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자주 본다. 이것은 상당수의 열심 있다고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수요기도회에 참여하지 않거나 수요기도회 자체가 아예 없어졌다는 표일 것이다. 이것은 교회의 큰 위기를 잘 드러내 주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독특하게 만들어 모인 새벽 기도회가 있지만, 반드시 수요일은 아니라 해도 주일 예배 이외에 주간 중에도 모여서 예배하거나 기도하는 일도 교회가 지속해서 해 왔다. 그런데 많은 서구 교회가 점점 그랬던 것처럼, 우리 한국교회에서도 주중 예배나 주중 기도회가 사라질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우리 교단에 속한 교회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주중 기도회의 필요성

그 이유는 주일에 비해서 비교적 작은 수가 모여 왔기에 수요기도회가 무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많은 수가 모이면 중요하고 작은 수가 모이면 덜 중요한 것 같은 잘못된 의식, 세속적 의식이 작용하는 것도 문제다. 물론 그저 형식적으로 수요기도회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필요하면 목요일에 모여서 할 수도 있고 금요일에 모여서 기도회를 할 수도 있지만 교회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주중에도 같이 모여서 공동체의 기도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바쁜 세상이지만 직장에서 너무 늦게 마치거나 집이 먼 사람들은 온라인으로라도 같이 모여서 하나님의 말씀을 조금 더 배우고, 공동의 기도의 제목을 가지고 같이 기도하는 일은 필요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그 의에 근거한 기도

이런 주중 기도회를 할 때, 기도에 대한 다음 몇 가지 점에 대한 인식이 잘 드러났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그 의에 근거해서 우리가 하나님께 아뢰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공로에 근거해서 우리와 교제하시며, 응답하신다는 것을 철저히 의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며, 특히 함께 기도하다 보면 자칫 우리들의 열심, 우리들의 부르짖는 소리, 우리들의 모임이 공로가 되어 하나님과의 교제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주어지는 듯이 착각하거나 더 나쁜 경우에는 그렇게 오도(誤導)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우리는 더 열심히 모이고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하지만, 우리의 열심 때문에 주께서 더 가까이 하시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놀라운 구원을 받아 주님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은 열심히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열심히 하는 기도 때문에 주께서 응답해 주시는 것은 아니다.

항상 공로주의와 형성주의를 극복하면서 오직 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의와 그 공로에 의존해서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기도하면 할수록, 그리고 우리의 기도가 진정한 기도라면, 우리는 더욱 그리스도의 공로에 의지해서 간구하지 않을 수 없다. 오직 그리스도의 적극적 순종의 의에 감사해서 그에 근거해서 기도하며 살 때, 우리의 기도가 참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은밀한 자기 공로를 마음속에 형성하는 것은 기도의 형식은 가지고 있으나 참으로 기도하지 않고 있다는 표다. 얼마 전까지 한국교회는 기도의 형식은 가지고 있었으나 오직 그리스도의 공로에만 의지하지 않는 외식적 모습을 드러내었다면, 요즈음은 아예 기도하지 않거나 덜 기도하고 있으나 이것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성령님을 의지한 기도

둘째로, 모든 진정한 기도가 그런 것 같이 우리들의 공동체도 성령님 안에서 기도해야 한다. 그래야 참으로 그리스도의 공로에 의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말씀을 읽고 배우고 묵상하는 일이 필요하다. 참으로 성령님께 의지하는 기도는 바른 말씀 공부와 말씀 묵상에 근거한 기도다. 성령님께서는 말씀의 뜻을 제대로 깨닫게 해 주시고, 깨달은 말씀을 우리의 정황에 제대로 적용하게 인도하시기 때문이다. 또한 성령님께서 주관하시고 인도하시는 기도는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위성을 배제하게 한다. 투명하게 자신들을 주께서 내놓고 주께서 원하는 형태로 우리를 빚어 주시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하여 개인과 공동체가 과연 성령께서 원하시는 사람과 공동체가 된다.

우리가 참된 교회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기도

셋째로, 우리의 모든 문제를 다 주께 고하고, 결국은 우리가 참된 교회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기도로 나가야 한다. 우리가 신약 성경이 말하는 교회 공동체가 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려면 교회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의 지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하나님께 그리고 그리스도 몸인 교회 공동체에 온전히 헌신해야 한다. 만일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주님은 은혜로 중생하여 영적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매우 연약하게 그저 생명만 유지하며 사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모여서 교회 공동체의 기도를 하는 것이다. 부디 이 땅에 우리들이 모아져서 드러내는 교회 공동체가 참으로 신약 성경이 말하는 그런 공동체로 나타나기를 위해 힘써 기도하며, 기도한 자다운 사명을 다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