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너머의 원인_정요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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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너머의 원인

정요석 목사, 세움교회

 

애매한 것들에 대한 성경적 견해 가질 때 올바로 갈 수 있어

 

 

경제학으로 석사까지 공부했지만, 정작 경제학에 대한 깊은 이해는 신학을 한 이후에 갖게 되었습니다.

신학 전에는 너무나 가까운 원인과 결과의 범주 내에서만 경제 이론과 현상을 파악하였습니다. 그래서 경제 이론과 현상을 어느 정도 알았지만, 왜 이런 이론이 나오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더 깊은 이유를 알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현실 예측력도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경제학에 수요공급의 법칙이 있습니다.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많으면 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격은 올라가고, 생산자들은 생산을 늘려 공급량을 늘리려고 합니다.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적으면 상품은 남아돌아 가격은 떨어지고, 생산자들은 생산을 줄여 공급량을 줄이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가격과 거래량이 균형을 찾게 된다는 이론으로 경제학에서 근본원리에 속합니다.

그런데 이런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동되려면 완전시장(perfect market)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나 생산자나 제품의 가격과 거래량 등에 대한 정보를 완전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떤 생산자나 원하기만 하면 경쟁에 완전하게 뛰어들 수 있어야 하고, 각 개인은 기대효용을 최대화하는 합리적 인간이어야 합니다. 경제학은 이런 완전시장을 기본적 전제로 하여 소비자, 생산자, 생산요소, 이자, 분배 등에서 균형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하여 달성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필자는 석사까지 공부하며 경제학의 이러한 기본 내용을 알았지만, 경제학이 전제하는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을 지배하며 이해하지 못했고, 겨우 이론들을 이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볼 때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 수많은 제품들에 대하여 어떻게 완전 정보를 가질 수 있으며, 또 이미 형성된 자본과 권력의 힘으로 독과점이 발생하는데 어떻게 아무나 평등한 위치에서 경쟁에 뛰어들 수 있으며, 다양한 생각과 가치와 기호를 가진 각 개인이 어찌 합리적으로만 의사결정을 하겠습니까?

이론과 현실 사이에 있는 괴리의 존재감과 원인에 대한 인식이 신학을 하며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며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사람은 합리성이란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절대로 합리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아 합리적인 존재이었지만, 원죄로 원의를 잃어버리며 지식과 의와 거룩에 손상이 생겨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아담이 타락 전에 가졌던 직관도 흐릿해져 올바른 소비판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정서도 왜곡되어 엉뚱한 욕구에 때로 과다출혈을 하기도 합니다.

완전시장을 전제로 한 경제학이 다른 어떤 전제들보다 현실을 더 잘 설명하기는 하지만, 완전하게 현실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합리적 인간들이 완전시장에서 경제행위를 할 때 보이지 않는 손이 균형을 가져오면 좋지만, 현실에서는 공황과 독과점과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여야 하는 영역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점점 커지기까지 합니다.

다시 경제학을 한다면 신학에서 배운 통찰력으로 보다 사람 냄새가 나고 현실력이 있는 논문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경제행위와 사회는 어떤 방향을 향해서 나가야 한다는 규범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저는 늦게 학문성이 트인 경우에 속하기는 하지만, 성경을 공부할수록, 신앙의 선배들이 축적해놓은 신학을 공부할수록, 일반 학문과 예술에 대해서도 이해와 직관이 증가함을 느낍니다.

요사이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이들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력이 없이 인문학에 빠져들면 오히려 해로운 학문이 됩니다. 성경이 말하는 인간관이 없는 인문학의 공부는 오히려 사람을 드높이며 엉뚱한 자유들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라고 말했던 그들이야말로 어쩌면 인문학에 심취한 자들이었을 것입니다.

제 목회의 목표들 중의 하나는 저의 설교와 성경공부를 통하여 성도들이 사람과 삶과 사회와 학문 제반에 대하여 성경이 말하는 통찰력을 갖는 것입니다. 흐릿하고 애매한 것들에 대하여 성경적 견해를 가짐으로 올바른 방향을 향하여 경쾌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학문하는 이들은 하나님과 사람에 대한 지식으로 자신의 학문을 통합적으로 지배하며 논문을 써가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만물에 새겨놓으신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찾아 발견하여 누리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현상 너머의 먼 원인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발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