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의 내적인 시련: ‘이단’
박상봉 교수(합신, 역사신학)
2세기에 들어서면서 기독교는 외부와 내부로부터 오는 공격과 시련에 직면했다. 외부적으로 로마 제국에 의해 기독교의 생존을 위협하는 길고 잔혹한 박해가 발생했다. 내부적으로 유대교나 이방 사상과 기독교를 혼합시키거나 성경을 오해하고 왜곡시키는 이단들이 등장했다.
이 두 도전으로 초대교회는 치열한 영적인 싸움을 피할 수 없었다. 길고 잔혹한 박해를 견뎌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끊임없이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단들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이단은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기 때문에 우리의 육체를 죽이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것이다”라고 경고하였다.
초대교회의 ‘이단’ 정의
‘이단’(헬라어: hairesis)의 본래 뜻은 ‘선택받은 자, 뽑힌 자’이다. 어떤 특별한 철학적 학파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초대교회에서 이 용어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중대한 교리에 반대하여 거짓 교훈을 고집하면서 사도적 가르침에 근거한 정통신앙에서 벗어난 분파”를 뜻하였다. 다른 복음과 교리, 잘못된 성경 해석 등을 내세우는 개인과 집단을 지칭할 때 사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초대교회가 규정한 ‘기독교 이단’은 단순히 기독교의 정통신앙을 거부하는 불신앙적 운동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독교 정통신앙을 왜곡시키거나 파괴하는 ‘변질된 신앙’일 뿐 아니라, 그 정통신앙 안에 “파괴적인 씨앗을 심는 신앙의 원수”였다.
즉, ‘사상적’인 면에서 이단은 기독교 외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 내부에서 발생한 ‘거짓된 가르침’이다. 그리고 ‘인물적’인 면에서 이단은 겉으로는 교회의 신자인 것처럼 가장하지만 실상은 ‘교회를 파괴하려는 사기꾼’이요 ‘양의 옷을 입은 늑대’였다.
결론적으로, 이단은 성경에 계시 된 기독교의 근본 교리를 벗어난 특정한 사상과 그것을 추종하는 개인이나 집단이기 때문에 성경과 교리에 대한 바른 이해와 규정 없이는 이단을 방어하기 매우 어렵다.
초대교회 때 발생한 이단들
초대교회사에서 이단은 크게 두 범주로 구분된다. 물론, 신학자들마다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단들의 주요한 특징과 관련하여, ‘초대교회의 초기 이단’(2-3세기)과 ‘초대교회의 후기 이단’(4-5세기)으로 나누어 이해한다:
● 초대교회의 초기 이단: 이 시기의 이단들은 유대교나 이방 사상과 기독교를 혼합시켜서 어떤 독특한 가르침이나 신령한 체험을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에비온파, 영지주의, 말시온주의, 몬타누스주의 등이다. 이런 이단에 대응하기 위헤 초대교회는 바른 신앙의 기준을 제시해 주는 ‘신앙 규범(신조)’, 성경의 권위를 세우는 ‘정경 확립‘, 교회의 권위와 질서를 정립하는 ‘사도적 계승’ 등에 관심을 가졌다.
● 초대교회의 후기 이단: 잘못된 성경 해석을 통해서 하나님 존재,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구원론, 교회론 등과 관련하여 잘못된 주장을 하거나 심각한 오류를 가진 이단들이다. 대표적으로 아리우스주의, 네스토리우스주의, 도나투스주의, 펠라기우스주의 등이다. 이러한 이단들을 방어하기 위해 초대교회는 보편교회의 공의회를 개최하여 니케야 신조(325), 니케야 콘스탄티노플 신조(381), 칼케톤 신조(451년) 등을 정립함으로써 성경 해석과 관련된 다양한 이단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초대교회 때부터 교회의 역사가 증언하는 분명한 사실은 ‘교회를 혼란케 하고 진리를 변질시키는 이단들과 거짓 선생들’은 우리 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교묘하고 체계적인 지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설 것이다.
이단들과 거짓 선생들을 이용하고 있는 사단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와 싸우는 것은 우리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리를 빼앗고, 그 진리를 흐려 놓기 위함이다.
사단이 진리를 파괴할 수 없지만, 우리를 위협하고 속이고 과장해서 진리와 멀어지게 한다. 아무리 교회가 크고, 신자가 많고, 선교를 많이 하고,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사단이 우리에게서 진리를 빼앗고 멀어지게 하는 그 순간에 그의 일은 다 끝났기 때문이다.
성경의 진리가 사라지고 오염된 교회는 무익하고 악할 뿐이다. 이러한 교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2000년 교회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