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정남 형제에게
< 이예원 목사, 새동네교회 >
“우리는 부활의 약속을 받은 자들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형제와의 교제가 나에겐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나 자신의 믿음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약속하신 부활을 소망하고 있는지 곰곰이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형제의 병세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래도 나랑 만났을 때에는 산책도 하며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성경공부도 할 수 있었으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죽음을 잘 준비하게 하시려고 그런 기회를 주셨나 봅니다.
형제도 알겠지만 우리 시대에는 많은 죽음의 전염병들은 사라졌지만 자살과 낙태, 기아와 폭력 등으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부정하며 죽지 않을 것처럼 스스로 속이며 결국 깊은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많은 노인들이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온갖 생명장치를 달고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죽어 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사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노인들을 위한 보험들마다 잘 죽을 수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되고 있으며, 노인들은 장례비를 위해 스스로 보험을 들어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애쓰며 살아갑니다. 누군가 말씀하셨듯이 현대인들은 사망(death) 자체보다는 죽어가는(dying) 행위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는 평가에 동감이 갑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라가는 우리는 우리 주님께서 보여 주신 인생의 과정과 의미를 받아 드려야 합니다.
죽음은 모든 피조물 특히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죄의 대가로 주어진 하나님의 저주입니다. 그렇기에 인생을 무엇을 하며 살아왔고, 또 어떻게 죽느냐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 왔는지가 평가되는 것도 아닙니다. 소위 객사를 했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고, 병에 걸려 모진 고생을 하다가 죽는 다고 잘못된 삶을 살아 온 것이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고 따라 살아가는 믿음의 삶이 없는 그 죽음만은 불쌍하고 비참한 인생임에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죽음은 분명 두렵고 근심을 갖게 하는 것이지만 우리 주님 안에서는 넉넉하게 이길 수 있습니다. 그 것은 하나님의 부활의 약속을 믿는 믿음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죽든지 간에, 우리 주님은 가장 비참하고 굴욕적인 십자가의 형틀에서 죽으셨음을 생각한다면 부활의 믿음으로 죽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죽음은 소멸되는 것도 아니고 절망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탄생이 있다면 죽음도 우리 인생의 복으로 받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우리 교회에서 초등학생 자녀가 저에게 “목사님, 죽으면 부활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데 왜 사람들은 죽는 것을 두려워하나요?”라며 아주 단순한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질문을 했지만 저에게는 그 질문이 제 믿음의 전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죽음 자체가 두려워 죽음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게 합니다. 죽음은 무조건 두렵고 고통스러운 저주로 여길 뿐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 주신 부활의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죽을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롭게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병원에서 죽는 사람들의 경우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죽기도 하고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는 상태에서 말 한 마디 못하고 인생을 끝내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가족과 교회 공동체 식구들과도 그간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며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어지며 하늘의 소망으로 서로 위로하는 시간들을 보내는 것은 6개월을 연장하는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일이라 믿습니다.
죽음은 죄를 생각하게 하며, 우리의 무기력한 인생의 증거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나님의 능력에 힘입어 끈임 없이 하나님을 붙들게 하는 믿음을 갖게 합니다. 죽어 가는 과정과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때라도 우리는 이 믿음을 놓으면 안 됩니다.
형제처럼 젊은 나이에 심각한 병을 갖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왜 하나님께서 형제에게 이 인생을 주셨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죽음으로 끝나는 이 짧은 인생이 세상에서 말하듯이 불행하고 불쌍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부활의 약속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짧은 인생은 불행이 아닌 행복한 인생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닥쳐 올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별로 인한 절망감, 육체적인 아픔으로 겪을 고통들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사실적으로 직시하여 믿음의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며 넉넉히 이기며 힘을 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합시다.
죽음은 마지막이 아닙니다. 더 이상 생명이 없는 최후의 종말처럼 심한 두려움에서 지낸다면 우리는 부활보다 죽음에 사로잡혀 있는 불쌍한 종교인에 불과할 것입니다. 사나 죽으나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분과 동행하며 생활합시다.
형제나 나나 이 땅에서 얼마 더 오래 살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 하루 하나님을 사랑하며 형제자매들을 사랑하며 살다보면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다다르게 되겠지요. 부활의 믿음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가 항상 형제와 함께 계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