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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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평온하던 마을과 도시에 포탄이 떨어져 집과 건물이 파괴되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 그리고 가까운 이웃이 전쟁의 포화 속에 죽거나 다치는 끔찍한 일이 계속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하여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고향과 고국을 떠나 타향과 외국을 떠도는 전쟁 난민이 2천만에 가깝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 당사자만의 재난과 불행이 아니다. 세계 3대 곡창지대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크게 타격을 받음으로써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액화가스 수출의 감소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세계를 불안과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튀르키예에서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지진이 발생했다. 이 재난은 아직도 코로나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인류를 또 다시 큰 충격에 빠뜨렸다. 사람들은 전쟁과 지진과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 두려워하고 있다.

세상에 왜 이런 불행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신학적 토론거리가 되어왔다. 이 토론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의 하나가 하나님은 선하시지만 전능하시지 않다든지, 하나님은 전능하시지만 선하시지 않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세상이 타락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세상을 아름답게 지으시고 인간에게 그것을 잘 돌보고 관리하는 사명을 주셨으나 인간은 악의 세력과 결탁하여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하나님과 원수가 되었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불행한 일들은 이 타락에서 비롯되었다. 인류역사를 피로 물들인 싸움과 전쟁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하나님으로부터 분리시킨 반역의 정신은 인간 사회에 갈등과 분열과 대립과 폭력을 낳았다. 타락한 세상은 그 반역적이고 부패한 속성으로 인해 의로우신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다. 지진이나 가뭄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세상이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다는 표시이다. 선지자 아모스는 당시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지진에서 세상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진노를 볼 수 있었다(암 1:1).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자가 자신들의 죄로 인해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쟁이든 지진이든 인류가 겪는 모든 재앙들을 그런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수께서 빌라도의 칼에 희생된 사람들과 실로암 망대가 무너져 죽은 사람들에 대하여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은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죄가 더 많아서 재앙을 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덧붙이시기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 13:3, 5)고 경고하셨다. 이는 결국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회개해야 할 죄인이라는 의미이다.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불행한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배했던 타락의 실체가 드러날 하나님의 심판대 위에서 세상에 살았던 삶의 시간이 회개의 기회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튀르키예 지진은 종말에 있을 마지막 심판을 예고하며 사람들이 회개하고 하나님께 나아오도록 재촉하는 하늘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회개하고 하나님께 나아오지 않는 사람은 살았으나 죽은 것과 같다. 바울은 에베소 교회 성도들에게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엡 2:1) 라고 말한다.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길거리마다 마을마다 도시마다 주검이 즐비하게 널려있는 비참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가족을 잃고 포탄에 무너진 집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하는 여인들의 슬픈 얼굴들이 떠오른다. 또한 무너진 집 무더기에 깔려 사늘한 주검으로 변한 아이의 손을 놓지 못하는 어떤 아버지의 처절한 모습이 생각난다. 하지만 불행은 그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비참하고 슬픈 불행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이 함몰되어 있는 타락의 실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인간 본성이 매몰되어있는 부패의 현실을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쟁과 지진의 희생자들 이상으로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절실하다. 전쟁과 지진의 희생자들을 구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