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 초심(初心)_김영배 목사

0
77

 

초심(初心)

 

김영배 목사(시인, 샘터교회)

처음 마주한 태양에 어둠의 무게만큼
큰소리로 깨어나는 새벽처럼
처음 배우는 발걸음에
천지의 부딪치는 때 진지함처럼

처음 초등학교에 들어가 천진난만한 얼굴에
피어나는 입김에 낯설어하던 때처럼
처음 느끼는 사랑에 잠 못 드는 밤 메우느라
타는 가슴으로 죽였던 시간처럼

처음 맛보는 실패에 쓰디쓴 쓸개 깨물어
뱉어내기를 심장의 고동
울림만큼 새겨볼 때처럼
눈물에 젖은 빵 삼키느라 마른 침에
목구멍으로 간신히 밀어 넣을 때처럼

처음 체포되어 끌려가 무릎으로 새벽빛
맞을 때 곱씹었던 마음처럼
처음 만나는 신기루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할 때처럼

코끝 따라 전해오는 향기에 목숨 걸어
따라갈 것같이 만용(蠻勇) 부릴 때처럼
처음 절대자 앞에 서서 어찌할 바 몰라
벌벌 떨었던 때처럼
길을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