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학폭심의위원회에 대하여_김다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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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심의위원회에 대하여

김다희 변호사(법무법인 지온, 중계충성교회)

 

기독교인이 자녀를 위해 기도하면서 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 가운데 하나는 ‘사랑’을 가르치는 일이라 생각한다.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이 사랑의 대상임을 가르쳐야 함도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부족한 사람들이기에 현실을 살아내며 가장 중요한 것들은 오히려 잊어버리는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는 아이들을 교육하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학업에서 더 좋은 성취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는 나의 최선을 다하면서도, 막상 기독교인으로서 꼭 가르쳐야 할 ‘사랑의 가치’와 ‘사랑의 방법’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인 양 간과하는 때가 많은 것이다. 

필자는 학교폭력 변호사로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폭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 등을 심의하는 교육지원청 내의 법정위원회를 말한다.

코로나로 대면수업이 어려웠던 지난 2년여 간, 학교폭력 사건이 조금은 줄어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대면 수업이 다시 시작되면서 학폭 사안의 발생 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학폭심의위원회에 참석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학교폭력 변호사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또 기독교인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무탈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아이가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심지어 학폭위원회라는 곳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어떤 심정일까.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사랑’이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알고 있는 기독교인 부모라면, 밀려오는 착잡한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으로만 사건에 임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우선은 잘 지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내 아이와 실제적인 소통을 하며 사건의 실질에 관해 파악해야 한다. 신고 내용을 인정하는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억울한 점은 무엇인지 등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주의하여야 할 점은 아이와 정서적인 교감이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사건에 대해 추궁하는 듯 묻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평소 교감이 없던 상황이었다면, ‘부모에게 말해봤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의 관계가 더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럴 땐 아이와 진심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학교장 자체해결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고, 결국 학폭위에 참석하게 되었다면 다음 사항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는 학폭위가 열리기 전 꼭 의견서와 증거, 진술서 등을 미리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폭위를 진행하다 보면 심의 당일에 증거와 진술서를 지참하여 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 하지만 심의위원회 위원들은 심의 당일 검토해야 할 자료가 이미 상당히 많은 상황이므로, 심의 전에 미리미리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당사자인 학생이 최대한 진술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부모가 아이보다 의사전달력이나 호소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폭위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오는 진짜 이야기이다. 아이와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학폭위 전에 아이가 생각하는 것을 잘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부모로서 연습을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점은 학폭위 위원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질의응답에 임해야 한다는 점이다. 심의위원들은 학생을 처벌하게 모인 것이 아니라 선도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다만, 신고된 내용에 대한 확인을 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를 나쁜 아이로 몰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다소 공격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그렇다고 심의위원들을 내 아이의 적이라 판단하여 내 아이가 뭘 잘못했느냐는 듯한 태도로 질의응답에 임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심의위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심증을 형성하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인이지만 세상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살아갈 때가 많다. 과연 교인들의 자녀들은 안녕한가? 기독교인으로서 자녀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 없이, 밝고 건강하게 원하는 꿈에 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