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 총회장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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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회 총회장 취임사

김만형 목사(친구들교회)

외부 활동을 많이 하던 때에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총장님께서 만나자고 해서 뵙게 되었는데, 그분은 저에게 “합신으로 인해 감사한다. 합신이 내놓은 인물들이 한국교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합신이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키웠다”고 격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합신 출신들 가운데는 목회와 교육, 선교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특수 사역, 장애인, 탈북자, 이주민, 호스피스, 사회의 고통당하는 분을 위한 사역 등, 각 분야에서 개척자로서 영향을 끼친 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합신이 키워낸 지도자들, 자랑스러운 분들입니다.

이제 세월이 지나면서 합신을 생각할 때마다 늘 마음이 저려 옵니다. 교회를 개척해 보니까 더 알겠습니다. 선배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얼마나 씨름하며 몸부림쳤을까? 비빌 언덕도 없이 교회를 세우고 부름의 소명을 다하려고 피땀 흘리며 최선을 다했던 개척자들, 생각만해도 애절합니다.
요즘에 와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지금 처음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가? 앞으로 계속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까?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을 키워내고 있는가? 그런 토양을 마련하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선배들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옛날의 모습에 머무르고 있지 않는가? 지나온 날들이 너무 힘들어서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스스로 폐쇄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합신을 향한 소명, 개혁의 소명, 교회를 새롭게 하는 소명, 한국교회에 영향을 끼치는 소명, 이런 것들이 아득한 메아리에 불과하지 않는가?

우리 합신 공동체가 계속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몇 가지 영역에서 더욱 노력했으면 합니다.
먼저는 합신의 정신을 더욱 강화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합신의 총회선언문을 읽어 봅니다. 기초를 든든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 성경의 객관적 권위, 구원의 전적 은혜성,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그의 몸으로서의 교회, 섬기는 자세, 삶에 영향을 주는 경건생활, 인재양성, 건강한 신학과 진리운동, 화목과 합동운동, 모든 교회와의 우호적 유대관계 등이 주 개념입니다.
우리 선배들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이 배어 있습니다. 어떤 것도 두려워 하지 않고 말씀에 든든히 서서 행동하는 기상을 봅니다. 한 선배의 말을 기억합니다. “박윤선 목사님이 농촌에 가서 교회를 하라는 말씀에 순종해서 지금까지 충성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선생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농촌으로 간 것입니다. 합신의 정신이 살아나기를 기대합니다.

다음은 실력을 키우는 일에 더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한 은퇴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말씀을 전하기가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답합니다. “지금도 하나님이 말씀을 주시는데!” 합니다. 계속 노력하고 힘쓰는 선배의 모습을 봅니다.
복음의 실력, 말씀의 실력을 우선적으로 키워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컨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사회 인류학적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목회현장을 분석하고 대안을 만드는 실력도 키워야 합니다. 사역의 여러 현장에서 발견한 것들을 지식으로 체계화 하는 실력도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합신에서 배우면서 붙잡은 것은 계시 의존적 사색이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서 성경적 관점(biblical perspective)으로 모든 것을 재해석하는 실력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로 더 개혁적인 사람이 되게 했습니다.
실력은 사람을 유연하게 만듭니다. 실력은 지켜야 할 것과 자유로워도 되는 것을 구별하게 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찌르는 메마른 가시가 되기 쉽습니다.

또한 네트워크를 더 든든히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작은 교단으로 인식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것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리소스, 인적 물적 자원들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40주년 행사를 통해 연약한 교회들을 세우는 구체적인 일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목사안수 받는 분들에게 연금을 지원하는 일이 시작됩니다. 좋은 출발입니다.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합신과 연관된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합신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과 더 든든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잘 이루어지도록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교회 밖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격려해야 합니다. 서로 칭송하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합시다.

아울러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일에 박차를 가했으면 합니다.
합신 목회자, 선교사, 기관 사역자, 신학자 등을 개발하는 일에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합니다. 교단의 미래는 사람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미래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개발하는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 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잘 되어지도록 기도하기를 힘써야 합니다.
스승이신 박윤선 목사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죽기살기로 기도해야 합니다. 실력을 갖추고 모든 준비를 하지만 그것을 힘있게 만드는 것은 기도입니다. 바울은 우리가 입은 전신갑주를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한다고 합니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기도 밖에 없습니다. “하나님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간절히 구하는 것입니다. 기도운동이 힘있게 일어나기를 소원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역자의 길을 걸어오면서 한번도 합신의 자부심을 잃어버린 적이 없습니다. 합신 안에 속해 있다는 것은 자랑이요 명예였습니다. 때론 합신 졸업생으로서 우습게 여김을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합신이라는 이름은 저로 당당하게 바른 길, 개혁의 길, 다른 길을 걸어가게 했습니다.
사랑하는 합신 가족 여러분, 우리 함께 합신을 향한 소명을 더욱 날카롭게 하고, 한국과 세계 교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십시다. 하나님이 우리를 써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