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섬기며] 나그네의 길에서 배우는 지혜_박형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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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길에서 배우는 지혜

박형용 목사(합신 명예교수, 신약학)

 

성도가 이 세상에서 사는 삶을 나그네의 길을 가는 삶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고 원래의 고향인 신천신지를 향해 가는 과정에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사는 삶이 나그네의 삶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 땅위에서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다른 지역을 다녀오는 비교적 짧은 여행도 역시 나그네의 삶의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살던 곳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희로애락의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도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생각으로 대범하게 여행을 진행하게 된다.

필자는 하나님이 원래의 고향인 신천신지로 부르시기 전 옛날 함께 나그네의 길을 걷던 사람들을 만나고 약간의 미진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약 3주 기간으로 미국을 다녀오는 나그네의 길을 준비하였다. 미국을 방문한 지 약 10년이 되었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새로울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번 미국여행은 딸아이가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를 가는 일정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COVID-19)로 인해 비행기 표 사는 것부터 정상적이 아니었다. 원래는 대한항공으로 다녀오려고 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가는 것은 델타(Delta)항공편(DL0026)을 이용해서 인천에서 아틀란타로, 아틀란타에서 필라델피아로 가는 일정이 잡혔고, 귀국편은 대한항공편(Korean Air)으로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인천으로 오는 일정이 확정되었다. 

2022년 6월 22일(수) 인천공항을 떠나 같은 날 22일 아틀란타에 무사히 도착하였다(18:15도착). 일정대로 이제 필라델피아로 갈아타는 국내선 비행기에 오르면(20:45발)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런데 아틀란타가 미국 입국 첫 도시이기 때문에 입국수속을 하고 다시 짐을 찾아 검사받고 국내선 비행기로 옮겨서 짐을 부치는 일이 남아 있었다. 필라델피아로 갈아타는 수속을 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여서 처음에는 넉넉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입국수속을 다 마치고 짐을 찾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필라델피아로 떠날 비행기 출발 시간이 한 시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비행기가 착륙하여 게이트(gate)까지 택싱(taxing)하는 시간 때문이었다.

그런데 또 예기치 않게 발생한 문제는 나의 짐이 늦게 나와서 내가 짐을 찾을 당시로 보아 이제는 30분의 여유밖에 없었다. 아틀란타 공항은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콘코스(Concourse)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짐을 부치는 과정은 아틀란타 공항의 좋은 씨스팀과 안내로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물론 본 나그네는 남은 시간이 30분밖에 되지 않아 급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타고 갈 필라델피아 행 비행기 편으로 짐을 부치고 밖으로 나와 내가 탈 항공편이 어느 문(gate)에서 떠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놀랄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나의 항공편이 결항되었다(cancelled)고 나온 것이다.

참으로 막막한 상황이 벌어졌다. 짐은 부쳤고,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두 아이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밤 9시가 거의 되었고, 한국에서 가지고 간 전화는 먹통이었다. 그래서 델타 항공사에 속한 “무엇을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라는 표시가 붙어있는 안내소를 찾았다. 혹시 필라델피아로 가는 다음 항공편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을까 해서였다. 거기도 사람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 차례가 되어 비행기 표들의 서류를 제출하고 형편을 설명했더니 필라델피아로 가는 델타 항공편은 저녁 10시 이후에 하나 있는데 좌석이 만석이라 그 항공편으로 갈 수는 없고, 내일도 필라델피아로 가는 델타 항공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마침 델타 항공 안내소 직원이 친절하게 자신의 전화로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딸과 통화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이곳의 사정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그 직원이 우선 하루 밤을 공항 근처 르네쌍스-게이트웨이 호텔에서 무료로 지내게 해주고, 내일 아침 아틀란타 발 알렌타운(Allentown)으로 가는 비행편(DL 4786)을 예약해 주겠다고 했다(09:10발 11:11도착).

필라델피아에서 알렌타운은 자동차로 약 1시간 20분 걸리는 거리이다. 그래서 그렇게 예약을 하고 내가 “이미 부친 짐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 짐은 아틀란타 공항 델타항공 보관소에 보관되어 있고 내일 내가 타고 갈 비행편으로 옮겨 함께 알렌타운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안내하였다. 마침 전화기를 정상화 시켜 자녀들에게는 알렌타운 도착 비행편의 정보를 전달하고 내일 보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안심하고 공항 옆 르네쌍스-케이트웨이 호텔에서 시차문제로 거의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아틀란타 공항으로 이동하여 알렌타운 행 비행기 게이트로 가서 기다리는 중 어제 부친 짐이 궁금하여 다시 근처 델타 안내소에 가서 확인을 요청하였다. 그 안내소 직원은 조사를 하더니 내 짐이 어제 저녁 필라델피아로 옮겨져 거기서 보관중이라고 말함으로 나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하였다. 사람은 좌석 때문에 태울 수 없었지만 짐은 늦은 비행 편으로 옮겨진 것이다. 결국 2시간의 비행 끝에 알렌타운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나를 기다리는 아들을 만나 다시 필라델피아 공항으로 가서 나의 짐을 찾은 후 잠시 머물 장소로 옮기므로 나의 비행 일정이 끝나게 되었다.

이제 3주간의 나그네의 삶이 시작되었다. 어떤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런 경험들은 영원한 고향을 향해 가면서 경험하는 나그네의 삶이기에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성도의 삶을 이어가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