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 단비를] 여름 쉼터_이승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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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쉼터

이승준 선교사(광주외국인쉼터)

 

연일 비가 오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장마철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편지를 씁니다. 선교지에서 살 때, 숨이 막히게 열기가 강한 건기에는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서, 열흘 보름을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비가 오는 우기를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습도기의 바늘이 100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우기가 오면 숨 막히던 더위가 약해진 것이 즐거워서 며칠 동안은 행복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물건에 곰팡이가 피어 집안이 곰팡냄새로 가득하고 온 세상이 물에 잠겨서 온갖 벌레가 모두 집으로 기어 올라와 온몸을 물어대면 “아, 언제나 우기가 지나갈까?” 하고 변덕을 부리던 옛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장마가 소환한 기억입니다.

그동안 평안하셨지요? 코로나로 겨우 숨만 쉬던 쉼터의 사역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2일 주일부터 오랫동안 봉사해 주시던 내과, 치과 선생님과 ○○교회 봉사 팀이 사역을 재개하였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내과, 치과, 약국, 미용 봉사 팀, 안과 선생님까지 오셔서 2년 반 만에 제대로 사역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요! 앞으로 모든 분야의 사역이 예전처럼 회복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역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하여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인도네시아 ○○○ 자매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어느 늦은 밤 인도네시아 자매로부터 도움을 청하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 자매는 몇 명 인도네시아 자매들과 함께 쉼터에서 가깝게 살고 있었고 쉼터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었습니다. 이 인도네시아 자매가 교제하던 한국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자매는 미련이 많았고 남자친구는 마음을 완전히 닫았습니다.

그런데 만나주지 않는 것이 섭섭했던 이 자매가 홧김에 남자 친구의 집에 가서 남자가 없는 틈에 노트북을 가지고 오는 바람에 격분한 남자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전화했고 불법체류자였던 자매는 무서워서 제게 도움을 요청하였던 것이지요. 한바탕 소동 끝에 겨우 남자를 설득하여서 일이 잘 해결되었고 자매는 그 과정에서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2년 가까이 지나면서 자매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소식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전에 쉼터에 와서 자기가 세례를 받는다는 겁니다. 자세히 알아보니 수원에 있는 인도네시아인 교회에서 세례를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에 자매는 세례를 받고 사진도 보내 주었습니다. 소동 중에 우리 쉼터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사건이 결국 세례로까지 연결되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너무 놀라웠고 저의 사역에 용기를 주시는 주님의 격려를 받은 것 같아 감사와 큰 소망이 되었습니다.

사실 쉼터 사역은 나그네를 만나고 예수님을 전하고 헤어지는 일의 연속입니다. 예수님 영접 후 양육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에게 예수님을 전하지만 그들의 신앙이 어떻게 자라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분명히 믿는 것은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먼 타국인 한국까지 보내신 것도 범상한 일이 아니고 특히 예수님의 복음을 듣게 하시고 믿게 하신 과정이 우연일 수 없다면 그 사람의 구원을 이루시는 일에 당연히 하나님께서 간섭하시고 섭리로 인도하시리라는 것입니다. 

○○○ 자매를 통하여 하나님의 간섭과 인도하심을 보면서 큰 용기를 얻습니다. 쉼터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모든 형제자매를 주께서 구원의 길로 끝까지 인도하여 주시기를 기도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를 늘 건강하게 지켜주시고 모든 일에 주 안에서 형통케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