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탐방] 차재완 장로·최수민 권사 부부의 아름다운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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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완 장로·최수민 권사 부부의 아름다운 노년
– 일관된 믿음과 사랑의 세월

성도의 노년이 이름답다는 것, 주님 안에서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어떤 삶을 말하는 걸까? 전 KBS 음향감독 차재완 장로, ‘영심이’와 ‘재치부인’으로 유명한 성우 최수민 권사 부부. 흔히 차태현 배우의 부모로 알려진 두 사람을 만나면 그 답을 어느 정도 얻게 된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월 초순 그들이 사는 충남 당진을 찾아가는 길이 즐거운 기대감으로 넘친 것은 그 때문이다. 반갑게 맞아 주는 부부의 따뜻함에 첫 만남의 어색함도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살아오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요?”
차 장로는 답했다.
“사랑이지요.”

차 장로 부부는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하신 말씀 안에서 산다. 사랑, 그 중에 가장 가까운 가족 안의 사랑이 중요하고 그 모든 토대는 부부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랑의 일관성을 담보해 주는 것은 역시 일관된 믿음이라고 덧붙인다. 요약하면 부부와 가족의 믿음과 사랑의 일관성이야말로 세월이 지나도 삶을 아름답게 지탱해 주는 기초라는 것이다. 그 위에서 교회와 이웃을 섬기고 평화의 도구가 되는 확장된 섬김과 사업의 의미도 실현된다는 것이다.

차재완 장로 : “사랑을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다 먼저 내가 믿음과 사랑의 사람으로 바로 서야 하고 내 가정이 사랑이 충만해야 모범이 되지요. 그래야 전도도 되고, 그것이 내 생활의 기본이에요. 내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면 안 되니 중요한 것은 삶에서 진실과 정직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앞뒤가 같은 사람이 되고자 기도하며 애쓰는 거죠.”

차 창로는 고향 당진을 떠나 상경하여 스무 살에 신앙을 가졌고, 최 권사는 열 살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다고 한다. 차 장로는 원래 연극영화과를 가서 배우가 되려 했으나 주연급이 쉽지 않아 결국 성우를 지망했는데 2년 반 정도 하다가 그 일도 잘 안 돼 입대했다. 그런데 군대에서조차 연예부대로 배정되어 사회자로 활약하고 프로그램도 만들어 진행했다. 사단 연예부대에선 매번 새로운 것을 해야 했다. 그런데 회고해 보면 하나님이 연출이나 제작 등 많은 연습을 미리 시키신 듯하다고 한다. 전역 후에 다른 직장을 갔는데 또 잘 안 돼서 결국 방송국에 15일 만에 복직됐다.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였다.

차재완 장로 : “두 가지 마음이 있었지요. 첫째는 이것이 내 일생의 시작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직업은 방송이구나. 그래서 싫다고 나갔는데 다시 돌아오게 하셨구나 깨달았지요. 그 후 2005년 퇴직 때까지 회사에 불만 하나 없이 끝까지 열심히 했지요. 둘째는 내 인생 배우자가 이 방송국에 있나 보다 생각이 들어 기대하고 찾아보자 했어요. 당시 내 형편은 막 전역해 아무것도 없었고 방송 쪽에서 배우자를 찾는 게 상황에 맞지도 않았어요. 그런데도 살피다가 평소 자주 눈에 띄는 사람들보다는 유독 한 쪽에서 초점이 가는 사람이 바로 최 권사였지요”

처음엔 최 권사가 허락을 안 했는데 포기 않은 끝에 결혼하였다. 지금도 돌이켜 그 두 가지 상황을 귀히 여긴다 한다. 그렇게 만났기에 지금 이 시간들 속에서 좋은 일들만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기도 부족한데 싸우고 고민하다 시간 뺏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예컨대 지금껏 결혼기념일을 한 번도 지나친 적이 없고 또 결혼 후 한 10여 년은 결혼기념일 선물로 살림살이 모으는 것을 목표로 가전제품 등을 하나씩 사들이곤 했다 한다.

차재완 장로 : “서울에서 셋방살이 하는데 열심 있는 총각 집사였어요. 전역 후 북가좌동의 개척 8개월 차인, 주일만 유치원을 빌려서 예배하는 교회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48년째 머물며 섬깁니다. 우여곡절 속에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분들은 거의 없고 우리 부부만 남았어요. 이 교회에 하나님이 보내셨으니 이 교회를 지킨다, 이 교회에서 신앙생활 잘하겠다는 마음으로 중도에 변동 없고 일관성이 있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당시 집 가진 성도가 별로 없을 때, 둘은 결혼 후 50만 원 짜리 전세에 살면서 집을 사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가당치 않은 기도였지만 결혼 후 3년 만에 집을 사게 되었다. 교회 근처로 집을 골랐는데 잔금을 치르러 갔더니 무당집이었다. 그날까지도 무당 일을 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거기에 불가불 살아야 하는데 영적으로 느낌이 개운치 않아 그날부터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48년째 이어 왔다. 당시 첫째 아들 지현이 있었고 둘째 차태현 배우는 뱃속에 있을 때였다. 그리고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벽기도회도 시작하였다. 이렇게 예배와 기도 생활을 일관되게 하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여겨 삶의 중심에 두고 있다.

차 장로 부부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잘 발휘하며 살아 왔다고 고백한다. 부부는 지금까지 38년째 ‘AD 농어촌 방송선교회’를 섬기고 있다. 차 장로는 시골 출신이라 시골교회들의 어려운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돈을 벌면 어떻게든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결혼하면서부터 차 장로의 방송 일은 물론 하나님이 최 권사를 유명한 성우로 일하게 하시고 생활도 많이 윤택해지자 사업을 조금 더 해서 선교회 일을 더 잘 섬기자는 취지로 사업에도 손을 댔는데 6년 만에 잘 안되고 부채만 지게 되었다. 그래서 낙심하고 절망하여 아주 안 좋은 마음까지 들었던 적도 있는데 둘이 기도로 잘 극복하면서 얼마 안 남은 것 가지고라도 방송 선교를 계속 섬기기로 했다. 그때 가망 없고 부채를 진 형편 중에도 예수님이 어떤 선교를 좋아하실까 다시 생각해 보았다 한다.

차재완 장로 : “왜 우리 부부를 방송국에서 만나게 하셨나 생각해 보니 아, 당신의 종들을 돕는 일을 하면 좋아하시겠구나 싶었어요. 더구나 힘든 형편의 시골 교회 목사님들을 돕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지요. 어떻게 도울까? 시골 지역의 명실상부한 지도자가 되도록 돕겠다는 뜻을 세웠어요. 사실 저는 원래 처음엔 정치를 하고 싶었고, 농촌지도자가 되고 싶었고, 그 다음엔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그중에 정치나 배우는 아니었어도 농촌지도자와 관련한 꿈은 이렇게 돕는 일로 이루어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친숙한 신학을 제외한 시사와 문화, 상식들이 담긴 일반 정보를 방송 프로그램 식으로 짜고, 배운 것을 응용해 한 주에 하나씩 재미있는 특강처럼 테이프로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송했다. 설교 참고 자료와 누구든 성경 교사를 할 수 있는 안내서, 사모들이 동네 분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정보들, 또 지역 목회자들이 일반 지식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게 자료를 만들어 보낸 것이다. 사역은 50교회에서 시작하여 1700개가 넘는 교회까지 확장되었다. 지금은 인터넷 자료들이 많아져 축소되었다. 그래도 400여 회원이 남아 서로 가족처럼 지낸다. 코로나19로 대면은 힘들지만 지금도 CD와 유튜브 방송으로 섬기고 있다.

최수민 권사 : “지금껏 이 일을 하며 부부간 불화가 없어요. 서로 마음이 같았지요. 그래서 더욱 놀라웠어요. 간증집회로도 많이 초청됐지요. 차 장로가 방송국 근무하면서도 울릉도 등 섬 지역까지도 갔었어요. 집회 후에 밤새 귀가하여 정상 출근하곤 했지요.”

차재완 장로 : “시골 교회들이 그 지역 분들을 모시고 오면 방송국 견학도 많이 시켜드렸어요. 그 때문에 방송국 일반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잘 섬겨 드렸지요. 이런저런 얘기 안 듣고 모범이 되려고 방송국 일도 더 성실히 하고 기독신우회에 25년 간 열심히 참여했고 국회, 청와대 등의 신우회와도 연결이 되었어요”

부부가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을 하면 하나님은 길을 열어 힘을 주심을 체험한 시간들이었다. 그 일을 그만 두려도 둘 수 없었다. 부부의 인기가 조금 내려가자 이번엔 아들들이 자기 몫을 하게 되었다. 첫째 지현 씨는 영화 제작자로서, 둘때 태현 씨는 배우 일을 잘 하게 되었는데 영화가 흥행도 되고 길이 자꾸 열렸다.
선한 일을 지속하도록 하나님은 부부를 업그레이드 하시면서 이끄셨다. 하나님은 때마다 물 흐르듯 차 장로 가족이 하려는 선한 사업을 큰 어려움 없이 계속하도록 돕고 계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 장로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라면 이왕이면 하나님 마음에 들게 살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하나님 마음에 드는 것일까요? 가시적으로 큰 사업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가정과 교회 이웃들 속에서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와 자리가 있어요. 그 일들을 귀히 여기고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려 애쓰면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장로 부부는 주님이 주신 달란트가 소중하다고 믿는다. 늘 하고 싶었던 것은 뮤지컬 형식을 빌린 성경극이었다. 성경 본문을 내레이션하고 그에 맞게 극본을 만들어 가능하면 성도들이 다수 참여해 함께 만드는 성극이다. 내레이션을 따로 하고 립싱크 형식으로 하면 성경 드라마답게 성경 말씀이 선명히 들리고 가슴에 깊이 박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차 장로 부부가 만드는 성극은 성경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작은 규모로는 어느 교회당에서나 가능하다. 대규모로 야외에서도 하고 싶었지만 도시 교회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당진에 와서 그 꿈을 이루고 있다. 당진의 교회 목사와 성도들의 적극 후원으로 최근에 성사된 ‘골고다 십자가’ 야외 공연은 모두가 은혜롭게 참여한 성공적 작품이었다.

차재완 장로, 최수민 권사 부부는 결혼 48년째이고 교회 생활도 48년, 방송 활동은 차 장로가 37년 했고 최 권사가 52년째이며, 둘이 함께한 농어촌 방송선교도 38년이다. 무슨 일이든 역경 속에서도 오랜 시간 큰 변동 없이 일관되게 하며 살아왔다. 이것이 차 장로, 최 권사 부부의 신앙과 삶의 특징이다. 부부는 지금 ‘AD농어촌방송선교회’를 포함해 유튜브를 통해 ‘글 쓰는 남편, 읽어 주는 여자.’ ‘성경 읽어 주는 성우‘ ’AD광장‘ 등을 왕성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둘은 2016년에 ‘가족 극장’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차 장로는 최근 수필가로 등단해 틈틈이 글과 시를 쓰고 있으며 최 권사는 다시 달란트를 발휘하면서 성우 일 외에도 연극, 영화, 광고 등에 출연하고 있다. 그 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2021년 10월 28일에 ‘2021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최 권사는 이렇게 수상 소감의 첫마디를 했다. “훌륭한 분들과 함께 큰 상을 받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받고 싶었던 상이기도 합니다. 대중문화예술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가족입니다. 남편은 37년간 KBS 음향 감독을, 큰 아들은 영화 제작을, 둘째는 영화배우로, 저는 성우로 대중문화예술 속에서 온 가족이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 각자가 달란트와 삶에 충실하며 믿음과 사랑을 기초로 서로 큰 힘이 되어 사회 속에서도 자기 몫을 감당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가정의 표본이다. 특히 부부가 일관된 믿음과 사랑으로 살며 이웃을 사랑하고 존경받으며 아름답게 늙어 간다는 것은 참 은혜로운 삶이다. 따뜻한 만남을 마치고 대문을 향하자 한창 리모델링 공사 중인 1층 한 편이 보였다. 섬기는 이웃들과 성도들이 찾아와 함께 교제하며 위로를 주고받는 공간을 조성 중이라 했다. 돌아오는 내내 이 말씀이 맴돌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
<취재, 사진/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