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 해의 끝에서_김인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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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에서

김인석 목사(칼빈장로교회)

 

들풀을 입히시는 하나님이 들꽃 같은 우리 삶으로 영광을 나타내시길

재작년 말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사태가 이렇게 오래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리라 누구도 예상 못했다. 2021년 10월 19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총 2억6천1백만 여명이고 사망자는 5백2십만 여명으로 집계되었다. 그 과정에서의 직간접적 피해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삶은 이어지고 어디 선가 새싹이 돋고 새 생명이 태어나며 역동적 생명 활동은 지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완전히 달라진 시대를 살아가야만 할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란 익숙하게 보일 뿐이지 사실상 우리는 한 번도 살아 본 적이 없는 내일이라는 징검다리에 발을 내딛어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그 다음 돌이 또 놓여있을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삶이다.

거친 물살과 도처에 위험이 있음에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생각해 본다. 그들이 무슨 숭고한 가치와 위대한 업적을 이루려고 그 위험한 여정을 감행할까? 그들은 그저 몸이 기억하는 곳으로 갈 뿐이지만 인간은 그것을 위대한 여정이라고 찬사를 보낸다. 반면 타락한 인간은 자신의 생명이 어디서 왔는지, 삶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어떤 이는 죽을 때까지 이 물음을 해결 못한 채 죽는다.

하지만 믿는 자들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다. 그들의 믿음은 끊임없이 본향을 향해 가도록 촉구한다. 새로운 변화의 시기가 도래해도 믿는 자들이 돌아가야 할 본향은 변함없이 거기에 있다. 여전히 그리로 가는 길은 전이나 후나 영원히 동일할 뿐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본향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성경에는 위대한 영웅들만 있지 않았다.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수많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거기에 있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평범했고 보통의 삶을 살다가 갔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 모두는 영웅들과 동일한 믿음을 소유한 사람들이었다. 성경이 신앙영웅들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그들의 탁월함과 용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그들의 인생에 어떻게 개입하셨고 어떻게 주도하셨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위대함은 하나님의 위대함이었고, 그들의 진실함은 하나님의 진실이었으며, 인생의 주인이 누구신가를 말해 주는 표지였다.

큰 고통과 괴로움으로 밤을 지새웠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동쪽 하늘이 밝아오는 아침을 얼마나 기다리게 되는지 잘 알 것이다.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지으시기 전 빛을 지으시고 빛과 어둠을 나누셨다. 빛은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은 밤이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지속되고 있다.

어리석은 고대인들 중 지식을 자랑하던 어떤 사람들은 이 어둠이 천사의 타락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헛되이 주장했다. 하지만 죄가 있었다면 어찌 하나님께서 창조를 완성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말씀하실 수 있었겠는가? 그때 빛도 그리고 어둠도 모두 하나님의 영광과 자비와 사랑을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지금도 이것은 유효하지만 타락으로 들어온 죄는 어둠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비록 밤이 피조물들에게 평안의 안식을 주지만 동시에 어둠은 두려움과 고난 그리고 죽음을 상징한다. 밤과 낮이 교차되며 하루가 되고 동지와 하지가 모여 한 해를 만든다. 모든 인생도 같다. 신자들의 삶도 예외 없이 빛과 어둠, 평안과 시련이 삶에서 교차된다.

과연 누가 시련 없이 평안히 살다 생을 마칠 수 있을까? 또한 그것이 하나님께 허락하신 복된 삶인지 아닌지를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모두가 복된 삶을 원하나 다 그런 삶을 살 수는 없다. 비록 죄가 어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지만 하나님께서 세우신 질서는 여전히 같은 목적으로 그것들을 사용하고 계신다.

따라서 그의 기쁘신 뜻에 따라 빛도 어둠도, 길흉화복도, 평안과 시련이라도 그분이 영광과 자비와 사랑을 빚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실 때 우리는 순응해야 한다. 새해에도 들풀을 입히시는 하나님이 들꽃 같은 우리 삶으로 영광을 나타내시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