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도 스토리_최양섭 목사

0
31

임자도 스토리

최양섭 목사(동부교회 부목사)

주님을 신뢰하며 나의 삶을 의탁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

30세 되던 2002년 여름의 일이다. 이때 우리나라는 온통 월드컵의 감동과 환희로 뜨거웠었다. 우리나라 축구 역사상 그렇게 감동적인 드라마는 없었다. 그런데 나의 삶에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드라마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뜨거운 여름만 되면 언제나 나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이다. 나는 함께 사역하던 15명 정도의 선교단체 간사님들과 함께 전남 신안의 임자도로 리트릿을 갔다. 당시 전주에서 사역하고 있던 나는 전주에서 목포까지 승합차로 이동한 후 임자도까지 가는 배에 차를 싣고 임자도에 도착했다.

임자도는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곳에 있는 전장포 교회라는 곳에 짐을 풀고 바닷가로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들고 나섰다. 전장포 교회 목사님께서 밀물이 되면 그물을 들고 나가서 해변 쪽으로 끌어오면 은근히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다며 어떻게 잡는지를 알려주셨다. 이때 처음 안 사실은 밀물이 밀려 올 때 고기들도 함께 들어왔다가 썰물일 때 함께 물러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물을 들고 할 수 있는 한 멀리 펴서 발로는 아래 그물이 뜨지 않게 하고 두 손으로는 최대한 높이 들어서 신호에 맞추어 조금씩 해변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몰아가다 보니 숭어가 눈앞에서 그물을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해변까지 합심하여 끌고 오니 새우가 많이 잡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기를 잡기 위해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그물을 가지고 들어갈 때는 밀물이 몰려올 때다. 처음에는 목에 차던 바닷물이 점점 입을 넘어 코 부근까지 차올랐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발을 높이 들어도 바닷물이 입이나 코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때 내 옆에 있던 자매 간사님이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지자 당황한 것이다. 그래서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내가 그 자매 간사님을 붙잡아서 구해 주었다.

이렇게 별문제 없이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참으로 즐거웠고 유쾌한 날이었다. 문제는 다음 날 벌어졌다. 한 번으로 끝낼 수가 없어서 다시 한번 밀물에 맞추어 고기를 잡으러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숭어와 같은 큰 물고기를 잡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다시 최대한 깊은 곳으로 가 그물을 펼쳤다. 한동안 기다리면서 다시 바닷물이 코와 입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이제 해변을 향해 몰아가야 하는데 어제 그 자매 간사님이 또 당황하며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제처럼 구해 주려고 다가간 순간 나는 그만 그 간사님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물에 빠진 사람 앞으로 가면 그 사람에게 잡힐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그 처지가 된 것이다. 나는 쉽게 그 자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자매는 상상 이상으로 힘이 강력했다. 살기 위해서 상상 이상의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 자매는 나의 어깨를 잡고 나를 바다 속으로 힘껏 몰아넣었다. 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물 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누르는 힘이 너무 강력해 올라갈 수가 없었다. 너무 당황스럽고 다급한 나머지 숨을 쉬기 위해 잠시 올라가면 또다시 그 자매의 강력한 힘은 나를 다시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여러 번을 반복하는 동안 주위에 있던 선배 간사님들은 우리가 장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왜 저기서 수중 발레를 하나 생각한 분도 있었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있던 간사님들 중 한 분이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그 자매에게서 나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이제 나에게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너무 힘을 많이 쓴 나머지 힘이 빠져서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앞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힘 빼고 뒤로 누워’라는 다급한 말이 들려왔다. 그래서 나는 그 말대로 힘을 빼고 누웠다. 그런데 너무 놀랍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살기 위해 허우적댈 때는 물에 뜨는 것이 힘이 들었는데 힘을 빼고 누우니 나의 몸이 물에 뜨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해변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정말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었다. 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매우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 점점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 죽게 되지만 힘을 빼고 물에 나를 맡기면 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한동안 물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것을 극복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렇게 물에 빠져서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수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가슴 정도 되는 곳에서 걸어서 오가기만 했다. 몇 번 더 깊은 곳에 가 보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면서 굳어졌기 때문에 깊은 곳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힘 빼고 누우라는 말이 또 생각났다. 그래서 힘을 빼고 누워보았다. 너무 신기하게도 여기서도 몸이 떴다.

그래서 두려웠지만 힘을 빼고 엎드려보았다. 힘을 빼고 누울 때보다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번에도 몸이 가라앉지 않고 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힘을 빼는 것이 관건이었다. 결국 나는 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갔고 그 힘은 나를 가라앉게 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나는 수영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물에 나 자신을 맡기는 것이었다. 지금은 수영을 잘하는 편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24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25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마 16:24-25) 바다에 빠져 내가 살겠다고 몸부림치면 점점 몸이 물에 가라앉았지만 물에 자신을 맡기며 힘을 빼면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주님을 신뢰하면서 나를 주님께 맡기면 생명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주님을 신뢰하며 나의 삶을 의탁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영장을 못 간 지 오래지만 코로나가 물러가면 다시금 수영을 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생과 사의 기로에 섰던 임자도에 가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지금도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